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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성폭력범과 결혼하라니"…56년만의 미투, 재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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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혀 깨물고 간신히 벗어난 범행장소

'적반하장' 가해자 역고소에 징역살이

검사·판사·변호인까지 '가해자와 결혼' 종용

대법원 재심 요구…"중상해 아니라 정당방위"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광일 기자 (김현정 앵커 대신)
■ 대담 : 손수호 (변호사)

탐정의 눈으로 사건을 들여다봅니다. 탐정 손수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사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시간 오늘도 손수호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광일> 손 탐정님 오늘 다룰 사건 어디로 가면 될까요.

◆ 손수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앞에 가면 다양한 1인 시위가 끊이지 않고 열리고 있습니다.

◇ 김광일> 그렇죠. 항상.

◆ 손수호> 부정 선거를 비롯한 정치 관련 사안이 많은데 그중에 여러 여성단체가 관여하는 것도 있어요.

◇ 김광일> 여성단체.

◆ 손수호> 이번 주 화요일 대법원 앞에서 전국 288개 여성단체와 이른바 강제키스 혀 절단 사건의 당사자인 최말자 씨가 함께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대법원이 재심을 열지 말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되는데 아직까지 최종 판단이 나오고 있지 않다. 빨리 내놔라 하는 내용이었는데요. 그 후로 1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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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일> 강제키스 혀 절단. 어떤 사건인지부터 설명해 주세요.

◆ 손수호> 오늘이 5월 5일이잖아요. 지금부터 딱 59년 전입니다. 64년 5월 6일 저녁에 당시 18살이던 최말자 씨가 집에 놀러온 친구들을 데려다 주려고 집을 나섰는데요. 이웃 마을에 살던 당시 21살인 노 모씨와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노 씨가 함께 걸으면서 얘기하자 이렇게 집요하게 요구를 했고 최 씨가 친구들이 집에 못 가니까 어쩔 수 없이 노 씨와 함께 다른 길로 갔어요. 그런데 최 씨 주장에 따르면 노 씨가 갑자기 자신을 쓰러뜨리고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거예요. 최 씨가 넘어지면서 바닥에 있던 돌에 머리를 부딪히면서 순간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고요. 그런데 이때 입안에 뭔가 들어오는 거를 느꼈고 이러다 내가 숨 막혀 죽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에 그거를 깨물었다는 거죠. 그 후에 최 씨는 힘겹게 그 자리를 벗어났고 나중에 이 노 씨의 혀가 1.5cm 절단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 김광일> 입에 들어왔던 게 그럼 혀일 가능성이 있는 거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광일>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다쳤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후의 얘기가 어떻게 전개가 됐습니까?

◆ 손수호> 며칠 뒤에 노 씨가 자신의 친구 10명 정도를 데리고 최 씨 집에 왔어요. 당신 때문에 내가 혀 잘렸다. 이러면서 식칼을 가지고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행패를 부렸습니다.

◇ 김광일> 흉기를 들고.

◆ 손수호> 그리고 도리어 최 씨를 경찰에 고소했어요.

◇ 김광일> 고소를 했다고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광일> 혀를 깨문 거를 문제 삼은 것 같은데 수사가 어떻게 됐을까요.

◆ 손수호> 최 씨가 구속됐고요. 또 수사 과정에서 정당방위라고 주장을 했는데 당시 최 씨 주장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위협적으로 그리고 강압적으로 자신을 추궁했다고 해요. 두 달 동안 이어진 조사에서 심지어 이런 말을 들었다는데요. '가해자와 결혼하면 간단히 끝나지 않냐'.

◇ 김광일> 네?

◆ 손수호> '못된 X가 멀쩡한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다'.

◇ 김광일> 가해자랑 결혼하면 뭐가 해결되는 건가요? 이해가 잘 안 되는데. 그러면 만약에 어쨌든 이 수사를 한다고 하면 원래 이 사건의 배경이 됐던 발단이 됐던 성폭행 시도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루어졌을 것 같은데.

◆ 손수호>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노 씨는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았고요. 경찰은 강간 미수로 기소해야 된다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해요. 하지만 검사는 강간미수는 빼고 집에 찾아가서 행패 부렸잖아요. 그리고 협박도 했잖아요. 그건 특수주거침입 그리고 특수협박이다. 이 두 가지로만 기소했습니다.

◇ 김광일> 그거는 이 사건이 있었던 이후에 진행된 일에 대한 판단만 있었던 거군요. 이해가 잘 안 가는데 그러면 그 성폭행, 강간미수 건은 재판에서 혹시 쟁점이 되지 않았습니까?

◆ 손수호> 불고불리의 원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 김광일> 불고불리?

◆ 손수호> 검사가 기소해야 법원에서는 그 부분을 판단할 수 있는 건데요. 아예 검사가 강간 미수로 기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 대상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또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왜곡된 성인식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 김광일> 왜곡된 성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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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호> 최 씨에 따르면 당시 재판장이 이런 말을 했다는 거예요. 처음부터 혹시 피고인 노 씨한테 호감 가졌던 거 아닙니까? 지금 노 씨와 결혼해서 살 생각은 없습니까?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거죠.

◇ 김광일> 부적절한 얘기를.

◆ 손수호>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최 씨의 주변 사람들도 이거 그냥 노 씨랑 결혼해서 재판 끝내라, 이런 권유를 할 정도였고 또 심지어 노 씨가 최 씨 가족들을 찾아왔어요. 그래서 나랑 결혼할 거 아니면 돈 내놔라, 이런 억지를 부렸고 결국은 최 씨의 아버지가 논을 팔아서 노 씨에게 합의금을 건넸다고 합니다.

◇ 김광일>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얘기가 결혼하면 해결되는 거 아니냐. 이게 2023년에 살고 있는 저희로서는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운 얘기인데.

◆ 손수호> 64년도니까 지금과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 김광일> 그때는 이런 게 인식이 있었나 보군요. 그러면 어쨌든 가해자랑 피해자가 뒤바뀐 상황,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 손수호> 노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받았는데요. 특수주거침입 특수협박 모두 유죄였습니다. 중요한 것도 최 씨의 재판이잖아요.

◇ 김광일> 그렇죠.

◆ 손수호> 중상해죄 유죄 판결이 나왔어요.

◇ 김광일> 중상해요?

◆ 손수호>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나왔는데 그냥 상해가 아닙니다. 상해로 인해서 불구에 이르게 한 거잖아요.

◇ 김광일> 아주 중한 상해였다.

◆ 손수호> 불구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 인정돼서 중상해죄가 유죄 판결이 나왔고 6개월 정도 구속돼 있다가 겨우 풀려났습니다.

◇ 김광일> 아예 이분 같은 경우는 구속, 구치소에 수감까지 됐던 거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광일> 지금 기준으로 보면 잘 이해가 안 되는 건데 판결의 근거가 뭐였습니까?

◆ 손수호> 우선 최 씨는 정당방위를 주장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재판부가 당시 이렇게 판단을 했어요. 범행 장소와 집이 불과 100미터 거리였다. 그래서 소리를 지르면 충분히 주변 집에 들릴 수 있었다. 그리고 노 씨의 강제 키스가 최 씨로 하여금 반항을 못하도록 꼼짝 못하게 해놓고 한 게 아니다. 게다가 혀를 끊어버려서 말 못하는 불구로 만들었다. 이러한 행위는 법이 허용하는 정당방위의 정도를 지나친 것이다. 이렇게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유죄 판결을 내린 거죠.

◇ 김광일> 이게 사실 어떤 면에서 되게 전형적인 건데 피해자의 특성을 일반화해서 피해자 같지 않다라는 걸 법원이 지적을 한 거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사실 저도 60년대 중반의 사회를 직접 겪지도 못했고 또 재판을 당연히 직접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만 이 사건 판결문에 이런 말도 있어요. 이것도 좀 참고할 만한데요. 강제 키스로부터 처녀의 순결성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젊은 청년을 일생 불구로 만들었고 사춘기의 처녀가 범행 장소까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간 것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의 소치이며 남자로 하여금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 것이라고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키스 하려는 충동을 일으키게 한 데 대한 도의적인 책임도 있다고 할 수 있다.

◇ 김광일> 충격적이네요. 그러니까 이성에 대한 호기심에 소치고 충동을 불러일으킨 게 책임이다.

◆ 손수호> 완전히 다른 세상의 판결이라고 볼 수 있어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심지어 최 씨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그 처녀성을 증명하기 위한 신체 감정을 받았다고 하고요. 어차피 험한 일을 당한 처녀가 시집가기 어려울 테고 남자도 불구가 돼서 혼인하기 어려울 것이니 두 사람이 결혼하라는 말도 주변에서 들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심지어 최후 변론에서 변호인, 자신의 변호인도 이런 말을 했어요. 제가 발 벗고 나서서 중매를 하겠다. 물론 이게 일부러 나쁜 영향을 주기 위해서 한 변호가 아니라 의뢰인인 최 씨를 위해서 진심으로 변호하기 위해서 한 말이거든요. 당시 정서가 그랬던 겁니다.

◇ 김광일> 지금으로 치면 2차 가해인데 그 당시 수사기관, 변호인, 재판부 모두가 이 피해자한테 2차 가해를 한 거라고 지금으로서는 볼 수가 있을 것 같은데.

◆ 손수호> 가족들도 그렇고요.

◇ 김광일> 가족까지도. 그러면 이 최 씨 같은 경우는 집행유예로 풀려난 다음에는 어떻게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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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수호> 당시 신문 기사들을 좀 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그 제목들을 보죠. 혀 자른 키스 사건, 이런 제목을 붙이기도 하고요. 키스 한 번에 벙어리, 키스 참사, 이런 자극적인 제목을 다룬 가십성 기사가 많이 나왔고요.

◇ 김광일> 지금만 그런 건 아니네요, 옛날에도 이런 게 있었군요.

◆ 손수호> 더 심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심지어 언론이 혀 끊긴 것도 인연인데 결혼시키자, 이런 기사를 쓰기도 했어요.

◇ 김광일> 기사가 이렇다는 얘기죠.

◆ 손수호> 믿기 힘들죠. 이렇다 보니까 최 씨는요 동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가서 방을 구해서 혼자 살았고요. 또 집안이 권유를 해서 서둘러서 결혼을 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하고 말았습니다.

◇ 김광일> 쉽지 않은 삶을 사셨을 것 같네요.

◆ 손수호> 이후에 셔츠 공장, 노점상 등에서 일하면서 홀로 생계를 이어가다가 60세가 넘어서 중고등학교 과정 밟으면서 방송통신대까지 졸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삶과 역사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요. 자신이 겪은 일을 정리했는데 이걸 읽은 지인이 이거 그냥 두지 말고 한을 꼭 풀자라고 제안을 해서요. 재심을 결심하게 된 거죠.

◇ 김광일> 재심을 내가 청구하겠다는 결심, 그게 2018년에 있었던 일이라고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당시 미투 운동이 상당히 활발했거든요.

◇ 김광일> 사회 분위기가.

◆ 손수호> 그렇죠. 최 씨도 용기를 얻어서 여성단체와 상담을 했고 사건 발생 56년 만인 2020년에 정식으로 재심을 청구하게 됐습니다.

◇ 김광일> 그 재심을 청구한 날이 5월 6일, 그리고 이 사건이 발생한 게 그보다 56년 전이었던 1964년 5월 6일.

◆ 손수호> 그렇습니다.

◇ 김광일> 재심도 쉽지는 않았죠?

◆ 손수호> 재심이 사실 쉽지 않아요. 대단히 어렵습니다. 일단 재심 개시 결정을 받아서 재심이 열리도록 하는 것부터 쉽지 않거든요.

◇ 김광일> 요건을 충족을 해야 할 텐데.

◆ 손수호> 법적인 요건을 봐야 돼요. 형사소송에서 재심은 원 판결의 증거물이 위조됐거나 변조됐거나 또는 증언이 허위였음이 확정 판결로 증명된 경우에 가능합니다. 또는 무고죄가 확정된 경우도 가능하고요. 법관, 검사, 경찰관이 직무에 관한 범죄를 범했음이 확정된 경우에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형의 면제 또는 원 판결보다 가벼운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이 발견된 때에도 가능합니다.

◇ 김광일> 사정이 변경이 있었다는 걸 증거로 제시를 해야 되는데 지금 형사소송법에서의 재심 요건은요. 이 최 씨 측이 어떤 요건이 해당한다고 주장을 한 걸까요.

◆ 손수호> 요약을 하면 첫 번째로 혀 절단으로 인한 언어 불능 등의 중상해를 입은 게 아니다. 이걸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라는 거였고요. 둘째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였는데 당시 재판부가 잘못 해석했다.

◇ 김광일> 해석.

◆ 손수호> 세 번째는 당시 검찰 수사 그리고 재판 과정에 위법이 있었다라는 거죠.

◇ 김광일> 중상해가 아니었다라는 새로운 증거, 어떤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는 거예요.

◆ 손수호> 당시 재판부는 혀 절단으로 발음에 현저한 곤란을 당하는 불구의 몸이 됐다라고 판단했는데 이게 굉장히 중요했거든요. 중상이니까요. 그런데 알고 보니까 노 씨가 사건 후에 말을 할 수 있었고 군대를 갔다는 거예요. 심지어 운전병으로 월남전에 참전한 기록을 찾았다는데요. 이처럼 참전할 정도면 불구는 아닌 거 아니냐, 그럼 중상해 죄 아니다라는 거죠.

◇ 김광일> 그런 사유를 들어서 재심을 청구를 했는데 결과는 어땠습니까?

◆ 손수호> 잘 안 됐습니다. 왜냐하면 법원은 발음에 현저한 곤란을 당하는 불구의 몸이라는 판단은 아예 말을 못하는 언어 기능을 전부 상실했다는 게 아니라 유창하게 말을 하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다. 그리고 당시 의학 전문가의 관찰과 진단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중상해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 김광일> 그러면 정당방위 주장했던 거에 대해서는요?

◆ 손수호> 이건 법이 정하고 있는 재심 사유에 아예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어요.

◇ 김광일> 그래요? 그러니까 그런데 그냥 뭐랄까 2차 가해하면서까지 수사를 했던 내용들을 보면 재심 사유로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 손수호> 그것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최 씨가 재판 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았고 또 당시 이게 상당히 긴 시간 지났잖아요.

◇ 김광일> 64년.

◆ 손수호> 수사 기록이 다 남아 있지 않아요. 그래서 검사가 위법한 행위를 했다는 객관적이고 분명한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습니다. 법원은 그렇게 본 거예요. 그리고 이 부분도 중요한데요. 현재는 성범죄의 보호 법익을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보지만 당신은 여성의 정조, 성적 순결, 이걸로 보고 있었고요. 이게 보편적이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 당시의 재판을 지금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직무상 범죄라고 2차 가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 김광일> 지금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지만 그때는 거기에 맞춰서는 그게 맞을 수도 있다. 반대로 보면 그때는 틀리지만 지금은 맞다라는 얘기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래서 재판부는 이 재심 청구를 받아주지 않으면서도 판결문 말미에 이런 결정을 하는 법관들의 마음이 가볍지 않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라고 봤는데요. 그 부분을 좀 요약을 하면 오늘날같이 성별 간 평등이 주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면 당시에는 그런 결론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말을 해요. 최 씨를 감옥에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고 가해자로 낙인찍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감히 얘기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재심 청구를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최 씨의 용기와 외침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고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커다란 울림과 영감을 줄 수 있도록 성별이 어떠하든 모두가 귀중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선언한다.

◇ 김광일> 재판부가 보기에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정당방위라고 인정을 해 준 건데 어쨌든 안타깝지만 법적으로는 안 된다라는 얘기군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최 씨가 여기에 불복했지만 다시 한 번 기각됐고요. 여기에 또 불복해서 대법원으로 올라왔고 이게 2년째입니다. 그래서 지금 여성단체와 함께 여러 가지 의견을 표명했고 1인 시위도 이어가는 중이죠.

◇ 김광일> 개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 같아요.

◆ 손수호> 그렇습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대법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냐. 최 씨 입장에서는 그렇게 낙관적인 예상을 하기는 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 씨와 여성단체에서 새로운 내용으로 보강했지만 그 부분이 아직 언론을 통해 공개할 수는 없다고 했거든요. 새로운 증거가 있고 이게 법정에 제출된다면 혹시라도 다른 결정이 나올지 한 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빨리 결정 나와야 돼요. 이번 달 말까지 1인 시위 계속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김광일>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탐정 손수호 오늘은 59년 전 강제키스 혀 절단 사건과 재심 청구 재판 상황까지 같이 지켜봤습니다. 지금까지 손수호 변호사였습니다.

◆ 손수호> 고맙습니다.

◇ 김광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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