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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폐경도 치료해야 할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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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DA, 폐경증후군 '안면홍조' 치료제 곧 승인 전망

과학계 "폐경 원인 및 신체 영향 연구 본격화 신호탄"

"폐경(menopause)도 치료해야 할 질병이다." 여성들이 40~50대 이후 노화 과정에서 겪는 폐경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전에는 생리에 대한 터부감, 노화에 따른 자연적 현상이라는 인식 등으로 여성들이 그냥 감내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첫 비호르몬제제 안면 홍조 치료약이 승인·시판 단계에 접어드는 등 원인·증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아시아경제

폐경기증후군 증상.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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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폐경기 안면 홍조증 치료 약물인 페졸리네탄트(fezolinetant)에 대한 승인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 내에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승인이 나면 이 약물은 폐경에 따른 안면 홍조 증상을 치료하는 첫번째 비호르몬 치료제가 된다. 폐경기 여성의 80% 가량은 얼굴에 열이 나고 붉게 변하는 안면 홍조 증상을 호소한다. 이 약물은 30년 전 애리조나대 연구팀이 폐경 후 여성의 뇌 해부 과정에서 얼굴에 홍조를 일으키는 것과 관련된 시상하부 영역이 정상에 비해 두 배 가량 부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개발돼 최근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다.

폐경을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이번 승인을 본격적인 폐경 치료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신호탄으로 여기고 있다. 그동안 터부시되거나 '노화 현상의 일부' 등으로 여겨지며 소홀했던 여성의 폐경의 원인·영향에 대한 연구에 대해 마침내 과학계에서 진지하게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몇 년 내에 세계적으로 폐경기 여성은 10억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향상된 동물 모델과 기존 치료법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폐경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폐경과 폐경주변기(perimenopause)를 뇌가 이후의 삶에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준비 단계의 일환이라는 방향으로 이해를 넓혀가고 있다. 심지어 알츠하이머 치매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폐경이 단순히 여성 생식기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의학적 원인과 영향으로 연구개발의 초점이 옮겨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폐경은 최소한 12개월 연속 생리를 멈췄을 때를 의미한다. 대체로 45~55세의 여성들이 겪는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난소의 기능이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 진행된다. 대부분의 여성이 몇 년 동안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과 같은 주요 성호르몬의 불규칙한 생산과 함께 난소 기능의 굴곡진 쇠퇴를 경험한다. 뇌는 이전까지 익숙했던 에스트로겐 등 호르몬 분비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짧게는 몇개월에서 길게는 십년 안팎까지 혼란을 겪는다. 에스트로겐은 포도당 섭취와 에너지 생산을 자극하는 등 많은 역할을 담당한다. 폐경이 완료됐을 때 뇌 신경 세포들은 에스트로겐의 부재에 익숙해져 있지만 문제는 폐경주변기 때다.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오락가락하면서 뇌 세포들의 신경회로가 이에 적응하지 못해 혼란과 불일치를 겪는다.

이로 인해 폐경주변기 여성들은 많은 동반 증상을 겪는다. 이른바 폐경기증후군이다. 안면 홍조가 대표적이다. 또 불안, 고혈압, 집중력ㆍ기억력 저하, 피로감, 졸림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현재까지 폐경주변기 여성들이 겪는 이런 고통에 대해 단순한 신체적 변화일 뿐 치료해야 할 질병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연구된 호르몬 대체 요법 등은 대체로 증상이 심각한 폐경주변기가 아니라 폐경이 끝난 여성들이 대상이었다. 폐경 때 겪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이후 촉발될 수 있는 알츠하이머 치매 등 노화 관련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인 치료법을 개발해 내야 한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다만 폐경주변기의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다는 점은 연구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스테이시 미스머 미국 미시간 주립대 교수는 "일부 여성들은 폐경주변기 증상이 매우 짧지만 어떤 사람들은 십여년간 계속되기도 한다"면서 "우리는 현재 그런 차이점이 해당 여성들의 남은 생애 동안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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