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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이건 역사에 남을 것”…유동규, 법정서 “정진상 씨!” 소리친 사연은? [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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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이번 편은 대장동 재판 따라잡기 제42화입니다.

“거짓말을 할 것 같으면 할 수 있지만 거짓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고 (있습니다). 이건 역사에 남을 겁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 심리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언성을 높였습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이 자신의 진술 신빙성을 연달아 지적하자 격분한 겁니다.

지난달 18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 6회 공판에서 유 전 직무대리는 2014년 4월경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받은 1억5000만 원을 정 전 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거주지로 찾아가 5000만 원, 1억 원으로 나눠 각각 전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유착해 2억4000만 원의 뇌물과 대장동 개발 특혜 대가로 사업 지분 일부(428억 원)를 제공받기로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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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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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모독이야. 정진상 씨! 이렇게 해서 되겠어?” …고성 오간 정 전 실장 뇌물 공판

이날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증인 신문에 나선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직무대리가 돈의 출처와 담은 물건, 건넨 장소 등을 놓고 증언이 번복되는 점을 집중 질문했습니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돈을 담은 게) 2014년도 검은색 비닐봉투라고 이야기했는데 2019년도에도 검은색 비닐봉투인가 그냥인가?”라고 물었고 유 전 직무대리가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왜 의심이 가냐면 2014년에는 생생하게 진술하는 것처럼 검은색이라고 하다가 이후 진술에서는 검은색이 사라져서 묻는다”고 집중적으로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재판장이 나서 “기억이 안 나면 안 난다고 말하라”고 말했고 이에 유 전 직무대리는 “그게 아니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진 신문에서 변호인 측은 “아파트 5층 정진상 주거지에서 1층 현관 앞으로, 편의점 비닐봉투에서 줬다에서 쇼핑백에 들어있다고 변경됐는데 이렇게 바뀐 이유가 뭡니까?” 라고 묻자 유 전 직무대리는 “여러 상황이 있었고 과거라서 일부분 끄집어내서 말하는 게 쉽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심적으로 힘들었다는 진술을 이어가던 유 전 직무대리는 계속된 변호인들의 추궁에 “정진상 피고인을 변호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서 노력하는지 알겠지만 내가 검사들과 맞췄다면 조서에 빈틈이 없지 않겠느냐”며 “변호사에게 묻겠다. 3주 전, 4주 전 주말에 무엇을 드셨느냐”며 언성을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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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8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뇌물’ 혐의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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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직무대리의 진술 번복을 변호인 측에서 “거짓말이 탄로나고”라고 칭하자 격분한 유 전 직무대리는 “그건 모독이다. 왜 모욕하냐”며 “정진상 씨! 이렇게 해서 되겠어?” 라고 소리쳤고 재판부가 나서 진정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날 재판은 유 전 본부장이 건강 이상을 호소해 중단됐습니다. 9일 열리는 8회 공판에서는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반대신문이 한 차례 더 열립니다.

● 재개된 대장동 본류 재판… 남욱·김만배 횡령 사건 집중 심리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523호 법정에서는 재판부 교체에 따른 ‘공판갱신절차’로 두 달 넘게 멈춰있던 대장동 본류 재판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26일(90회), 28일(91회), 이달 1일(92회)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본류인 배임 사건과 병합된 남욱 변호사와 김만배 씨의 횡령 사건을 집중 심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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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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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91회 공판에서는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으로, 화천대유가 대장동 부지에서 직접 시행한 5개 블록 아파트 분양대행을 독점한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이 씨는 토목건설업체 대표 나모 씨에게 2014~2015년경 20억 원을 빌렸다가 4년 뒤 100억 원을 건넸는데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만배 씨가 화천대유 회삿돈 100억 원을 개인적으로 유용해 나 씨에게 준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이 씨는 20억 원을 빌렸는데 5배에 해당하는 100억 원을 나 씨에게 건넨 이유가 “나 씨의 협박”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4년 이 씨는 나 씨가 대장동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기 위해 남 변호사와 정민용 변호사 등을 소개시켜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 씨는 대장동 일당이 사업자 선정 이전부터 물밑 작업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언론에 폭로하겠다며 이 씨를 협박한 겁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마음을 바꿔 이 씨 법인에 100억 원을 건넸고 그 돈이 결론적으로 나 씨에게 흘러간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나 씨의 100억 협박을 이 씨가 알아서 처리하라는 태도를 고수하던 김 씨가 본인 명의인 천화동인 1호로 변제해 주기로 결정한 배경을 회사자금을 유용한 경위와 연관지을 수 있다고 본 겁니다. 재판부는 이 씨에게 “나 씨로부터 들었던 말 중에 김만배 피고인에게 구체적으로 전달한 내용이 무엇이었냐”고 질의했고 이 씨는 망설이다 “이재명 시장 관련”이라며 “사업에 혜택을 받기로 사전 모의한 부분을 폭로하겠다”는 나 씨의 협박을 김 씨에게 전달했다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달 1일 이어진 92회 공판에서 김 씨는 100억 원은 법적 문제 없는 사업상 거래라는 입장을 이어갔습니다. 김 씨 측은 “이 씨가 (본인에게) 빌려줬던 42억5000만 원에 나 씨의 20억이 포함됐다”며 “100억은 그에 대한 3~4년간의 법정 이자, 지연손해금, 이 씨의 역할 등을 고려한 정산 내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나 씨의 협박에 못 이겨 이 씨에게 100억을 줬다는 이 씨의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씨가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기 전 나 씨와의 통화 녹음을 상당 분량 갖고 있는데 “유독 나 씨에게 협박받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녹음파일이 담긴 휴대전화는 고속도로 등지에서 잃어버렸다”고 한 부분이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 이재명 측근 정진상, 김용 보석 석방 … 김만배 석방 놓고 재판부 고심

동아일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기간 만료를 3일 앞둔 4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돼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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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부원장이 지난달 21일과 이달 4일 각각 보석이 인용돼 구치소를 나왔습니다. 둘은 앞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됩니다.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에게 보석금 5000만 원 이외에 사건 관련자와의 소통 금지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 조건을 달았습니다.

이번 결정은 재판부가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의 구속기간이 6월 8일, 이달 7일로 각각 만료된다는 점을 고려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구속기간이 끝나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것보다 주거지나 통신 제한 등 조건부 석방을 통해 증거 인멸 가능성을 막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이 잇따라 보석 석방되며 김만배 씨의 보석 신청을 놓고 재판부가 고심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장동 사건 연류 주요 인물 중 구치소에 갇혀 있는 사람은 김 씨만 남은 상황. 김 씨는 대장동 개발수익 390억 원을 은닉한 혐의로 올해 2월 다시 구속됐는데 3월 31일 보석을 신청했습니다.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부장판사 김상일)은 26일 열린 범죄수익은닉 혐의 공판에서 보석 허가 여부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김 부장판사는 대장동 본류(배임) 재판 1심 판결도 안 나온 상황에 범죄수익 은닉 선고를 낼 수는 없지 않겠냐며 “도주 염려는 없지 않나 싶은데 증거인멸 염려가 있는지가 보석을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고민을 드러냈습니다.

김 씨의 범죄수익은닉 재판은 다음달 14일 재개됩니다. 8일에는 대장동 본류 재판이, 9일엔 정 전 실장 뇌물 혐의 재판이 열립니다. 11일에는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과 이 대표 및 정 전 실장의 ‘대장동 및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첫 공판준비기일이 같은 시간 열립니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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