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0월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가 압사 사고로 인해 출동한 소방차와 구급차들로 가득차 있다./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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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에서 경찰이 참사 직후 용산경찰서장 등의 조치 사항을 담은 보고서에서 시간 기록을 삭제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상황 보고 작성자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세월호 때도 부정확한 시간 기록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안다"며 부정확한 시간 기록을 보고서에 담을 것을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8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 공문서 작성과 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 용산서 경찰관 5명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 참사 당일 용산서 112상황실에서 근무한 정현욱 운영지원팀장(경감)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을 담은 경찰의 첫 상황보고 작성 배경을 질문했다.
검찰이 제출한 참사 당일 용산서 경찰관들의 무전 녹취록에 따르면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10월29일 오후 10시35분쯤 이태원역 2번 출구 인근에 투입된 이태원 파출소 소속 이모 순경으로부터 '증원 부탁드린다, 압사당하게 생겼다'는 보고가 접수됐다.
정 팀장은 '관용차 안에서 (이 전 서장이) 못 들을 수 없는 내용아니냐'는 취지의 검사 질문에 '저한테 그렇게 크게 들렸기 때문에 다 들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장 경찰관의 보고를 듣고 이태원 파출소로 10시30분쯤 복귀한 정 팀장은 송 실장과 대화를 나눈다 10시46분쯤 구급차 통행로를 확보하고 응급조치 등을 실시하기 위해 사고 현장으로 향했다.
참사 당일 사고 발생 시각과 피해 규모 등은 11시 이후에야 용산서 상급기관인 서울경찰청에 처음으로 보고됐고 현장에 출동했던 정 팀장은 이튿날인 30일 오전 0시 30분쯤 이태원파출소로 복귀했다.
정 팀장은 "송 실장이 상황보고서를 작성해야겠다고 해서 이태원파출소 소장석에 앉았는데 PC화면에 '현장 조치 상황 1보'가 화면에 띄워져 있었다"고 했다.
용산서 생활안전과 소속 최모 경위가 작성한 '현장조치 상황 1보'에는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10시17분에 현장에 도착해 교통 소통을 위해 녹사평역과 제일기획의 차량 통제를 지시했다고 적혀 있다.
정 팀장은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는 이거(상황 1보)에 대한 다음 2보, 조치상황을 누적해서 적었어야 했다"며 "10시17분 (이 전 서장) 도착 상황이 당시 생각한 상황과 안 맞다고 생각했다. 서장 도착 시간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생각한 것과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신고내용, 조치상황 등 위의 내용들 10시17분까지 이 조치상황들 다 삭제하고 난 후에 기재를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전 서장이 11시5분쯤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하고 해당 문건을 허위 공문서로 특정해 이 전 서장과 작성자인 최모 용산서 생활안전과 경위 등에 허위공문서작성죄를 적용했다.
정 팀장은 "(문건 작성자인) 정모 과장과 최모 경위는 안에 있었고 저는 밖에 있어서 시간 인식 차이가 있긴 했다"면서도 "밖에서 인파 통제하면서 시간을 민감하게 보고 있었고 이모 순경 보고를 들을 때도 민감한 상황이었다. 10시17분에는 한참 2번 출구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인파 통제할 때라 서장님을 보지 못한 것 같아서 의문을 가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장님 도착 시간에 주관적 인식과 차이가 있어서 그때 이 문건은 못 쓰겠다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정 팀장은 '보고서를 이렇게 쓰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 있냐'는 검사 질문에 "송 실장에게 세월호 사건이나 이런 사건에서 이런 것들이 한참 문제가 되는데 매뉴얼 상에는 시간을 특정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이어 "차라리 이런 문건은 안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차라리 '이건 안 쓰는 게 낫습니다' 이렇게 말했다"며 말했다.
이어 검사가 '이렇게 쓰면 허위 공문서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했냐'고 묻자 '제 기억에는 했다'고 답했다.
한편 검찰은 이 전 서장이 경찰의 무전을 듣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지시하지 않아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이날 오후 9시10분쯤 다수 인파가 해밀호텔 옆 골목길에 몰려 있다며 경찰력 증원을 요청하는 무전이 용산서 자서망을 통해 잇따라 송출됐으나 이 전 서장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오후 9시47분쯤에야 이태원 파출소로 향했다.
검찰은 이 전 서장 등이 당시 위험 상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으나 대처하지 않아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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