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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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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리딩방 사기 '기승'…"피해자 상당수 생계자금 개미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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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재완 조민교 기자 = #.A씨는 지난 4월 '투자리딩방(유사투자자문서비스)'을 운영하는 자칭 전문가 B씨의 권유로 비상장주식을 대량 매수했다가 3억5000만원을 하루 아침에 날렸다. B씨는 "2~3개월 후 상장이 확정된 C사 주식을 미리 매수하면 수익률 400% 이상 보장된다"며 투자를 권했다고 한다.

A씨는 B씨가 보여준 고수익 사례를 보고 혹해 C사 주식을 1만4000주 샀다. 이사 전세자금으로 준비한 돈을 모두 쏟아부었다. A씨는 이후 매일 리딩방에 들어가 업계 동향을 살피며 C사 상장 소식을 기다렸다. A씨가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건 그로부터 불과 사흘 후. A씨가 참여한 리딩방이 폐쇄되면서다. A씨는 100원짜리 주식을 2만5000원에 샀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됐다. 하지만 B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돈을 돌려받을 길이 없다.

10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A씨처럼 6개 리딩방을 통해 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130여 명은 전날 C사 전·현직 대표 등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사기) 위반 등 혐의로 광주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53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비상장주식을 상장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을 믿고 투자했는데, 실제 상장 가능성이 없는 주식이었다"면서 "비상장주식 전문사기꾼들에 의해 금원을 갈취당한 것"이라며 사기 일당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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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2023.05.10 choj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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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을 보장한다며 고가의 특정 종목 매수를 추천하는 리딩방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사회 공분을 산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도 투자자 모객 방식이나 자금 운용방식만 다를 뿐 큰 맥락에선 리딩방 사기 행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투자리딩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오픈채팅방 등 온라인으로 회원을 모집해 금융투자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다. 고수익 전망 종목을 추천하거나 특정 종목 매매 시점을 알려줘 투자를 이끌어간다는 뜻에서 '리딩방'으로 불린다. 자격 요건 등 별도 적격 심사없이 금융감독원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한국소비자원이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리딩방을 포함해 유사투자자문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지난해 1만8276건이다. 전년(3만4997건) 대비 줄었지만, 2018년부터 최근 5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증가세에 있다. 소비자 상담건수는 5년 새 140% 늘었다.

리딩방 거래 규모도 매년 늘고 있다. 리딩방 평균 계약금액은 2019년 408만원에서 2022년 703만원으로 매년 커졌다. 올해 1~4월 기준 평균 계약금액은 830만원에 이른다.

피해금액도 덩달아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추정 피해금액은 204억원으로 3년 전인 2019년 106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전년도 284억원에 비해 피해 규모가 줄어들긴 했지만, 피해액도 증가하는 추세다.

피해 연령대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19년 피해 신청은 5060세대에 집중됐으나 점차 40대 피해자가 늘어난 모양새다. 지난해엔 50대(864건) 피해구제 신청이 가장 많았고, 이어 40대(760건), 60대(559건), 30대(398건)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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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방 수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금융·수사 당국도 주의보를 내린 상태다. 특히 최근 소비자원 등 정부기관을 사칭해 리딩방 피해를 보상해주겠다며 접근해 2차 투자를 권유하는 사기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황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이 같은 문자나 전화를 받았다는 소비자 상담이 지속접수돼 지난 2월과 4월 각각 피해예방주의보를 발령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을 사칭한 불법 업체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소비자원은 또 향후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데이터를 분석해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에 제공하고, 피해구제 시 법 위반 행위가 확인되는 사업자에 대해선 각 지자체 제재를 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오는 6월까지 투자리딩방 사기 범죄를 집중 단속한다.

전문가들은 리딩방 개설이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인 탓에 피해가 커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주원 소속 최상혁 변호사는 "펀드매니저와 같은 전문직과 달리 리딩방의 경우 의사나 변호사들이 인가 자격증 없이 운영하기도 한다"며 "사전 제재 장치를 입법화하거나 기관이 아닌 일반 투자들도 투자 종목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리딩방의 사기 여부를 구하기 쉽지 않은 만큼 당국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투자자들에 대한 금융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연합회 대표는 "우리 사회는 금융 지식이 낮은, 즉 '금융문맹률'이 높은 사회라고 본다"며 "주식 등 금융 교육을 제도권 커리큘럼에 포함해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리딩방이 투자금을 입금하라며 알려주는 계좌번호 예금주가 '주식회사 OO'일 경우,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마이법률사무소 소속 이호동 변호사는 "리딩방이 입금하라며 알려주는 계좌번호 예금주명이 '주식회사'로 시작하는 이름일 경우 의심해봐야 한다"며 "이름 탓에 피해자들은 자신이 비상장주식을 매수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조언했다. 이 변호사는 또 "리딩방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에 계좌 지급 정지 대상이 아니다"라며 "현행법 손질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황 의원은 "최근 급증하는 리딩방 사기 피해자 대부분이 생계자금을 쏟아부은 개미 투자자들인 데다, 리딩방 거래 규모와 피해 금액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당국이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국회 정무위원회도 추가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입법 보완 과제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했다.

choj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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