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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反美 국가'에 밀착하는 사우디, 이란 이어 시리아와 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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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대사관 운영 상호 재개,
시리아 아랍연맹 복귀 이틀 만에…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져"

머니투데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다마스쿠스를 방문한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과 악수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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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시리아가 상대국에 주재하는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했다.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단교한 지 11년 만이다. 국제무대에서 고립됐던 시리아는 아랍연맹(AL) 복귀에 이어 중동의 맹주 사우디와 화해하면서 외교적 활로를 확보했다.

시리아의 부활이 달갑지 않은 건 미국이다. 사우디가 반미 국가들과 협력할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그간 중동에서 역외 균형자 역할을 해온 미국의 설 자리가 좁아져서다. 미국은 이란·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자국민 수만 명을 학살한 알아사드 정권에 면죄부를 줄 수 없다며 이같은 움직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외교무대 복귀하는 시리아…"사우디 역할 컸다"

9일(현지시간) AFP·CNN 등에 따르면 사우디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역 안보와 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사우디 대사관 업무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시리아 외교부도 사우디에서 외교 업무를 다시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두 나라가 외교 관계를 복원한다는 소식은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 발표 이틀 만에 전해졌다. 아랍연맹 22개 회원국 외교 수장들은 지난 7일 이집트 카이로 아랍연맹 본부에서 표결을 통해 시리아의 재가입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과반인 13개 회원국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시리아의 복귀가 확정됐다.

아랍연맹은 2011년 발 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이 반정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내전이 번지자 시리아의 회원국 지위를 박탈했다. 사우디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은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끊고 대사관을 철수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반군을 지지하고, 러시아와 이란 등은 정부군을 도우며 사우디와 시리아 정부의 관계는 더욱 멀어졌다.

그러다 올해 초 발생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발생한 강진을 계기로 화해 무드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사우디는 항공기에 의약품 등 구호품을 실어 시리아 알레포로 보냈다. 사우디 항공기가 시리아에 착륙한 것은 11년 만의 일이었다.

이어 지난 3월 사우디가 중국의 중재로 앙숙 이란과 외교 관계를 복원하는 획기적인 합의를 이뤄내면서 분위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에도 사우디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우디 현대화 등 국내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안정적인 환경을 구축하고자 하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와 이란이 이번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최근 이 두 나라가 외교 관계를 복원한 것도 알아사드 정권의 외교무대 복귀 기반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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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아랍연맹 외교 수장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시리아의 아랍연맹 재가입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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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는 아랍연맹 복귀와 사우디와의 관계 복원을 발판으로 국제무대에서의 존재감을 키워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0일에는 모스크바에서 이란·러시아·튀르키예·시리아 외무장관이 모여 4자 회담을 진행한다. 시리아 반군을 지지했던 튀르키예와의 관계 정상화도 이 자리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흔들리는 미국의 입지

미국은 정상국가로 발돋움하려는 시리아의 움직임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최악의 '전쟁 범죄자'로 꼽히는 알 아사드 대통령이 국제 외교무대에 복귀해서는 안 된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시리아에서 10년 넘게 내전이 이어지면서 50만명에 달하는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2300만명에 달하던 인구의 절반이 피란민이 됐다는 추산도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알 아사드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대와 반군을 상대로 전기 고문과 성폭행 등 만행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지역에는 화학 무기를 살포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알 아사드 정권이 내전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시리아는 아랍연맹에 복귀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번 결정으로 모든 아랍연맹 회원국이 시리아와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아니며 시리아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랍국가들이 독자적인 외교 행보에 나서면서 미국의 중동 영향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이해관계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중동 내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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