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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케이뱅크의 딜레마…건전성 관리냐, 포용금융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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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연체율 3bp 하락…은행권 중 유일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 높인 결과…부실채권 상각 영향도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 달성 과정서 연체율 악화 우려

세계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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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사옥 전경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은행 중 유일하게 케이뱅크만 지난해 말 대비 연체율이 하락했다. 하지만 여기엔 이 은행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낮고 연체 가능성이 큰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 데 따른 결과라서다. 이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취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케이뱅크는 금융당국에 밝힌대로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32%까지 확대해야 하는 터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케이뱅크는 지난 12일 실적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연체율(0.82%)이 지난해 말(0.85%) 대비 3bp 개선됐다고 밝혔다. 은행 측은 이에 대해 “적극적인 여신관리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전년 동기말(0.48%)과 비교해선 34bp나 상승했다.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0.20~0.23%)은 물론,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연체율(0.58%)에 견줘서도 월등히 높다.

1분기 중 케이뱅크의 연체율이 낮아진 까닭은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인 데서 찾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대출 상환여력이 부족한 중저신용자들이 채무불이행에 빠지면 은행의 건전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1월부터 KCB기준 신용점수 기준 650점 이하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올해 2월엔 일시적으로 신용점수 750점 이하로 대출 기준을 다소 낮췄지만, 지난 3월부터는 재차 신용점수 650점 이하에겐 대출을 막고 있다.

실제로 경기 둔화 및 차주의 상환여력 악화와 맞물려 최근 들어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석 카카오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3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신용대출의 연체율은 특별한 변동이 관측되고 있지 않지만, 중저신용대출 연체율은 계속적으로 상승 추세에 있는 건 맞다”며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 간 연체율 차이는 약 3~4배“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케이뱅크의 1분기 당기순이익(104억원)이 전년 동기(245억원) 대비 반토막난 것도 채권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적극적으로 쌓은 결과다. 올 1분기 케이뱅크는 602억원의 충당금은 적립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196억원) 대비 세 배 넘게 많은 규모다. 케이뱅크가 1분기 중 적극적 대손상각을 통해 연체율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현재로선 1분기 기말 자료가 공시되지 않은 터라 구체적 상각 규모를 알 순 없다. 지난해 말 기준 대손상각의 주요 대상인 ‘추정손실’로 분류된 채권은 468억원으로 전체 고정이하여신(1023억원) 중 45.7%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케이뱅크가 올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목표치(32%)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2조265억원의 신용대출을 공급하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25.1%를 기록하며 당초 목표치(25.0%)에 충족했다. 하지만 향후 목표치 달성을 위해 공격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할 경우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해진다는 점이 딜레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올 1분기엔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과정에서 속도 조절에 나선 측면이 없지 않았다”면서 “650점 이하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재개시점은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올해도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 달성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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