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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시위와 파업

"홍콩 공공도서관에 톈안먼 민주화 시위 자료 1건만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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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매체 "방송국 제작 기록물도 제거"…"정치자료 40% 사라져"

연합뉴스

홍콩대에 전시돼 있던 톈안먼 시위 추모 조각상 '수치의 기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공공도서관에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관련 자료가 1건만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홍콩 명보가 15일 보도했다.

홍콩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흔적 지우기 작업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명보는 2020년 말부터 공공도서관 자료에 대해 자체 조사를 해온 결과 당시 정치 관련 자료가 468개였는데 현재는 그중 40%인 195개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달 당국이 공공도서관에 대해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자료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한 후 이달 초 많은 자료가 이용 목록에서 제거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지난달 말만 해도 톈안먼 민주화 시위 관련 자료가 최소 46건이 남아 있었으나, 전날 밤 기준 1개의 자료만 검색되고 있으며 이마저도 대출 불가로 안내되고 있다는 것이다.

제거된 톈안먼 시위 관련 자료 중에는 방송국에서 제작한 많은 기록물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도서관을 관리하는 홍콩 레저문화사무서는 다큐멘터리, 정치인과 학자의 저서, 6·4 톈안먼 민주화 시위 관련 보도물 등을 도서관에서 제거한 이유에 대한 명보의 질의에 국가안보나 홍콩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도서는 즉시 검토를 위해 서가에서 치워질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레저문화사무서는 2020년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직후 조슈아 웡, 지미 라이, 앨버트 호 등 홍콩 민주파 인사들의 저서들을 열람 목록에서 제외했다.

이후 수백권에 달했던 톈안먼 시위 관련 서적도 하나둘 사라졌다.

연합뉴스

홍콩 6.4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기념관
2021년 폐쇄된 홍콩 6.4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 기념관의 전시품.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에서는 톈안먼 시위를 언급하는 것이 금기이지만, 홍콩에서는 시위 이듬해인 1990년부터 매년 6월 4일 빅토리아 파크에서 톈안먼 시위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가 열렸다.

홍콩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상징했던 이 촛불 집회는 그러나 국가보안법 시행 후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촛불 집회를 30여년간 개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가 당국의 압박 속 2021년 9월 자진 해산했고 이 단체의 여러 간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동시에 지련회가 운영해온 톈안먼 추모기념관도 당국의 단속 속에 문을 닫았으며, 지련회의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는 모든 게시물이 삭제된 뒤 폐쇄됐다.

지련회의 각 온라인 계정에는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의 사진과 영상, 유족의 증언을 비롯해 30여년간 진행한 촛불집회를 포함한 1천여 개의 영상이 있었으나,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어 홍콩의 여러 대학에 전시됐던 톈안먼 시위 추모 상징물들이 모두 철거됐고, 경찰은 그중 '수치의 기둥'을 "국가 정권 전복 사건의 증거물"이라며 지난 5일 압수했다.

홍콩 메트로폴리탄대 로록인 조교수는 명보에 "공공도서관의 많은 자료가 치워지는 것은 학술문헌 보존 관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라며 "몇 년 전 사회적 운동에 충격받은 정부가 대중의 정보 접근에 대해 신중해졌는데 이러한 조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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