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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여름이 겁나요" 전기요금 8원 인상, 그들에겐 폭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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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인상 때는 비수기였는데도 한 달 전기요금 부담이 30만~50만원이나 늘었어요. 이번에도 비슷하게 오른다면 시간당 1200원인 현 이용료로는 도저히 버티지 못합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297㎡(약 90평) 규모의 PC방을 운영하는 서재휘(35)씨는 15일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방침이 알려지자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시름을 털어놨다. 서씨는 “보통 월 200만~250만원의 전기요금을 내오다가 지난번 인상으로 최대 50만원이 더 올랐다”며 “아직 코로나19 여파도 회복하지 못했는데 전기료·인건비가 급등해 생업 잇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 7년째 PC방을 운영해오던 서씨는 지난 1월 가게를 내놓은 상태다.

PC방은 전체 비용 중 전기요금이 2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최근 불경기에 인건비 상승, 전기요금 압박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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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기·가스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 주택가에 전력량계가 설치돼있다. 전기·가스요금은 16일부터 각각 kWh당 8원, MJ(메가줄)당 1.04원 인상되며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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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2분기 전기료를 ㎾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현 요금보다 약 5.3% 인상된 수준이다. 이에 따라 4인 가구(월 332㎾h 사용) 기준 각 가정이 매달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은 3000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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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제는 올여름이다. 이번에는 소폭 인상이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인상분이 쌓이면서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여름에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한테 ‘폭탄’이 될 수 있어서다. 전기요금은 지난해 7월과 10월 인상 이후 올해 1월, 이달 등 총 4차례가 올랐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PC방, 24시간 스터디 카페 등을 운영하는 업주들이 특히 울상이다.

서울 노원구에서 24시간 스터디 카페 세 곳을 운영하는 한모(38)씨는 이날 “지난해 4월과 올해 4월 전기요금을 비교해보니 30%가량 올랐다”며 “분기별로 13원, 8원 식으로 조금씩 오르는 것 같지만 누적되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름이 오는 게 두렵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지난해 전기요금 인상 소식을 듣자 난방 방식을 전기에서 가스로 모두 바꿨다. 그래도 한여름에는 전기로 에어컨을 가동해야 한다. 한씨는 “전체 운영비에서 냉·난방비, 광열비 등 시설 유지비가 4분의 1쯤 되는데 앞으로 (그 비중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식당이나 카페처럼 손님이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업소는 항상 실내 온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아직 5월이지만 이미 한낮 최고 기온은 30도에 육박하고 있어 이미 상당수 매장에서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폭염이 예상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에너지 비용에 대한 아무런 지원책이 없는 상황에서 또다시 에너지 요금 인상을 맞았다”며 “자생력이 취약한 소상공인에 대한 에너지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인상안은 가정용과 산업용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지난해 산업용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기업인 삼성전자는 2021년 연간 사용량 기준 단순 계산(㎾h당 8원 인상)으로 1500억원 이상의 요금을 추가로 부담하게 된다. SK하이닉스 역시 700억원 넘게 더 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논평을 통해 “한국전력의 33조원 적자, 한국가스공사의 11조원 미수금 등을 고려할 때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면서도 “경제가 어렵고 수출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향후 추가적인 요금 인상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어려움에 직면한 수출 업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유지연·이희권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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