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0 (금)

에어컨 계절 오는데…전기·가스요금 인상에 자영업자 '한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신정인 기자 = "본격적으로 여름이 오면 어떻게 버텨야 될지 벌써부터 두렵습니다"

정부의 전기·가스료 인상 방침이 적용되는 첫날인 16일 자영업자들은 하나같이 한숨을 쉬었다. 경제사정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으나 전기와 가스요금이 인상으로 허리띠를 더욱 졸라 메야하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2) 씨는 "카페는 빵을 굽기 위해 트는 오븐에서 열이 많이 나와 작년 여름에도 에어컨을 줄기차게 틀었지만 덥다는 손님이 많았다"라며 "여름과 겨울에는 전기세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 요금이 올라 벌써부터 두렵다"고 토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는 전기·가스료를 각각 kWh(킬로와트시)당 8원, 도시가스는 MJ(메가줄)당 1.04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이 기존 월 6만 3570원에서 6만 6590원으로, 가스요금은 월 8만 4643원에서 8만 9074원으로 오르는 셈이다. 여기에 여름철 냉방 수요가 늘어 누진세가 적용될 경우, 체감 전기요금 인상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자영업자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가게의 경우 손님이 없더라도 에어컨을 틀고 있어야 하거나 영업 내내 가동해야 하는 냉장고 등 전기 사용량이 많기 때문이다.

뉴스핌

[사진=뉴스핌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순대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63) 씨는 "올 초에도 요금이 전년 대비 25만원 정도 올랐는데 오늘부터 또 오르니까 한 3, 40만원 이상 더 부담될 것 같다"며 "국밥집이라 (더워서) 에어컨 3대가량을 계속 가동해야 되고 메뉴 특성상 국물도 따뜻하게 데워야 해서 가스도 계속 써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이어 "이미 식재료값도 많이 오른 상태에서 가스·전기료까지 오르니 더 힘들다"며 "코로나19가 해제된 이후로 밖에 술 먹으러 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우리는 장사도 더 안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운영 시간이 긴 업종의 경우 더욱 부담이 크다. 지하철 숙대입구역 근처에서 아침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분식 가게를 운영하는 박모(50) 씨는 "벌써부터 더워져서 에어컨을 튼 지 꽤 됐다"라며 "전반적으로 재료값도 계속 오르고 있는데 에어컨도 손님들 더울까 봐 아침부터 새벽까지 거의 종일 켜놓아야 하고 대형 냉장고도 종일 가동해야 해서 부담이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삼성역 근처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4) 씨 또한 "말해 무엇하겠느냐"라며 "아르바이트생을 안 쓴 지 오래 되었는데 줄일 수 있는 곳에서 다 줄여도 전기세가 올라버리면 편의점은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뉴스핌

16일부터 전기, 가스요금이 일제히 오른 가운데 한 가게의 화장실 옆에 사용 후 스위치를 내려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조민교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도 시름을 표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았다. 한낮 온도가 30도까지 오른 이날 "벌써부터 에어컨을 틀어달라는 손님들이 있어 걱정이다", "한여름을 어떻게 버틸지 한숨만 나온다", "일 년에 300만원 이상 더 나가게 생겼다"는 등 우려가 쏟아졌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음식값을 올려야지 방도가 없다", "하반기에는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려야 할 것 같다"라고도 했다.

어떻게든 요금을 줄여보고자 '에어컨 실링팬', '에어 서큘레이터', '냉풍기 설치' 등으로 자구책을 마련한다는 자영업자들도 있었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한국전력공사(한전)와 한국가스공사(가스공사)의 적자난을 들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30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한 한전은 올해 1분기에만 영업적자 폭이 약 6조2000억원에 달했다. 가스공사도 미수금이 지난해 말 12조207억원에서 1분기에는 14조2919원으로 2조2712억원 증가했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기존 주택용만 제한적으로 운영해오던 전기요금 분할 납부제도를 소상공인과 뿌리 기업에까지 확대하고, 평균보다 에너지를 많이 절약할 경우 요금을 할인하는 '에너지 캐시백' 제도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mkyo@newspim.com

저작권자(c) 글로벌리더의 지름길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Newspim),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