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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단독]진보가 가짜뉴스에 더 쉽게 낚였다, 특히 유튜브 보는 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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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지지하는 정치 진영에 유리한 뉴스는 믿고, 불리한 뉴스는 안 믿는다’는 통념이 실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여론조사회사 에스티아이(STI·대표 이준호)가 지난 3월 10~16일 전국 만18세~69세 성인남녀 10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디어의 이용과 확증편향층의 형성 및 그 특징’ 조사다.

해당 조사에선 응답자에게 진보·보수 성향이 각각 선호할만한 진짜뉴스, 가짜뉴스 제목을 섞어 제시한 뒤 각각 참·거짓을 식별하도록 했다.

진보 성향이 선호할 진짜뉴스로는 ‘2022년 대한민국 민주주의 지수가 여덟 단계 하락했다’가 제시됐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EIU가 지난 2월 발표한 ‘2022 민주주의 지수(Democracy Index 2022)’에 실린 내용이다. 진보 성향 가짜뉴스로는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다’라는 내용을 넣었다. 김영삼·김대중·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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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지난 1월 1일 서울역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계묘년(癸卯年) 신년사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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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성향이 선호할 진짜뉴스로는 ‘민주당이 이사 추천에 응하고 있지 않아, 북한 인권재단은 7년째 출범을 못 하고 있다’는 내용을 넣었다. 2016년 시행된 북한인권법은 통일부 장관과 국회 추천을 통해 12명 이내의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두도록 했으나, 민주당은 이사 추천을 하지 않고 있다. 보수 성향 가짜뉴스로는 ‘문재인 정부는 비밀리에 6억 달러 규모의 대북 송금을 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는 일부 유튜브 채널이 제기했으나 ‘정통한 대미 소식통’ 등 불투명한 출처에 근거한 가짜뉴스다.

응답자에게 위 뉴스를 제시하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1(완전히 거짓), 2(대체로 거짓), 3(거짓반 사실반), 4(대체로 사실), 5(완전히 사실) 등 점수로 평가해달라고 물었다. 평가 결과 뉴스의 진위보다는 진영 유불리에 따라 신뢰도가 크게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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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민주당 지지층은 진보 진영에 유리한 진짜뉴스엔 3.74, 가짜뉴스엔 3.75의 평점을 내렸다. 진짜뉴스·가짜뉴스 구별 없이 무조건적인 신뢰도를 보인 것이다. 반면 보수 진영에 유리한 진짜뉴스엔 2.39, 가짜뉴스엔 2.08로 불신도가 높았다.

국민의힘 지지층도 보수에 유리한 진짜뉴스에 3.18, 가짜뉴스에 3.65로 점수를 매겼다. 민주당 지지층보다 무조건적인 진영 지지성향은 다소 낮았지만, 상대적으로 진짜뉴스보다 가짜뉴스에 대한 믿음이 높았다. 반면 진보에 유리한 진짜뉴스엔 3.08, 가짜뉴스엔 2.8로 조사됐다.

결과적으로 응답자는 뉴스의 참·거짓을 판별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성향에 맞춰 뉴스의 신뢰도를 판단한다는 게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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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에스티아이는 이를 토대로 양당 지지층 가운데 확증편향층(156명)을 추려냈다. 확증편향(確證偏向·Confirmation bias)이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성을 뜻하는데, 에스티아이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한 가짜뉴스엔 사실(4~5점)이라고 응답하면서, 반대 성향 진짜뉴스에는 거짓(1~2점)이라고 응답한 사람을 ‘확증편향층’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지지층 303명 중 110명(36.5%)이, 국민의힘 지지층 253명 중 46명(18%)이 확증편향층으로 분류됐다. 민주당 지지층에서의 확증편향 비중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보다 두배 가량 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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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확증편향층의 연령별 특징은 50대(29.4%)와 60대(29.2%)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18~29세(9.9%)와 30대(12.9%)는 비중이 작았고, 40대는 18.5%였다. 다만 확증편향층과 비확증편향층 사이에 남·여 성별 차이는 크지 않았다.

조사 항목엔 ‘정치사회 정보를 얻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매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들어갔는데, 확증편향층의 21.8%는 ‘유튜브’를 꼽았다. 비확증편향층 가운데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답한 이들은 8.1%였다.

이는 한국행정연구원의 지난 1월 국민의식조사에서 65.5%가 가짜뉴스 전달 경로로 ‘유튜브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꼽은 것과 일치한다(정치양극화 시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 방안). 조사를 진행한 이상신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정치학박사)은 “유튜브 등 SNS 대부분이 이용자 성향에 일치되는 정보만 제공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해 확증편향을 키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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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번 조사에서 확증편향층의 정치적 견해는 강화되는 추세로 조사됐다. 확증편향층의 62.9%는 자신의 정치성향이 과거에 비해 강해지고 있다(그렇다 32.5%, 매우 그렇다 30.4%)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확증편향층은 ‘스스로가 확증편향적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는 응답이 3.9%, ‘아니다’란 응답이 22.7%였다. 확증편향층의 4분의 1 가량이 ‘나는 객관적’이라고 평가한다는 뜻이다. 같은 질문에서 비확증편향층은 2.9%가 ‘전혀 아니다’, 13.1%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유튜브에 몰입하는 5060 정치고관여층에서 확증편향이 두드러졌다”며 “이들은 최근 코인 사태에서도 무작정 ‘검은 돈 유입설’을 주장하거나, 김남국 의원을 두둔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 조사 개요

조사기관 : 에스티아이(자체조사)

조사대상 : 전국 만 18~69세 성인남녀 1056명

조사일시 : 3월 10~16일

조사방법 : 스마트폰앱조사

피조사자 선정방법 : 온라인패널 무작위 추출, 2023년 2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권역별 가중값 부여(셀가중)

응답률 : 10.7%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0%p

오현석·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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