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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데이트폭력 보복살인' 경찰, 위험성 인지했지만…범행 못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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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새벽 데이트폭력 신고…귀가 후 범행

"당시 위험성 점수보다 한단계 상향 조치"

사실혼 관계 정황 없어…접근금지 등 미조치

목격자, 피해자 도우려 112신고 등 묻기도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자신을 데이트폭력으로 신고한 전 연인을 살해한 30대 남성 A씨가 붙잡힌 가운데, 당시 경찰은 A씨의 위험성 점수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조치를 취했지만 비극적인 결과를 막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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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하던 여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씨가 26일 서울 금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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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금천경찰서는 브리핑을 통해 “데이트폭력 신고가 들어왔을 당시 A씨를 상대로 위험도 평가를 진행했다”며 “당시 나온 위험성 점수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안전조치를 취했지만, 고도의 위험성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총 4단계로 이뤄진 위험성 평가에서 ‘낮음’으로 결론낸 것으로 전해졌다.

알려진 바와 달리, A씨와 피해자는 동거관계가 아닌 단순 ‘연인’ 사이였다. 지난 21일 피해자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A씨는 4일 뒤인 25일부터 피해자에게 “너희 집 TV를 부쉈다”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피해자의 거주지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는 등 피해자를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가벼운 몸싸움이 발생하면서 피해자가 A씨를 재물손괴와 폭력으로 신고했는데, 해당 데이트폭력 신고가 살인으로 이어지는 촉발제가 됐다. 당시 데이트폭력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지구대로 임의동행 후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주거지 순찰 등을 등록하고 귀가조치했는데, 피해자는 귀가한 지 10분만에 변을 당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날 신고한 게 기분이 나빴다”고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당시 이들의 진술이 ‘경미한 폭행’으로 일치했고,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이 사실혼 관계가 아닌 탓에 경찰은 접근금지 등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을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생활비를 같이 쓰지 않고, 한 번 나가면 오랫동안 들어오지 않았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볼 때 사실혼 관계로 볼 여지가 없었다”며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과 달리 데이트폭력은 접근금지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당초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살인죄의 형량은 5년 이상의 징역형이지만, 보복살인죄의 형량은 1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일반 살인죄보다 더 무겁다.

한편, 해당 사건을 목격했던 시민 2명은 모두 현장에서 피해자를 도우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차에 태우는 장면을 본 목격자들은 ”무슨 일이냐“, ”여자친구가 임신했냐, 112 불러주겠다“고 했지만, A씨는 ”여자친구가 다쳐서 병원에 가려고 차에 태우고 있다“, ”내가 차로 태워서 병원을 가는 게 빠르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A씨는 26일 오전 7시 17분쯤 금천구 시흥동의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뒤 피해자를 렌터카에 태워 도주했다. 범행 발생 후 3시간이 지난 뒤 “핏자국이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확인해 A씨를 추적해 오후 3시 30분쯤 경기 파주시에서 현행범 체포했다. 피해자는 차량 뒷좌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는데, 같은 날 오전 5시 37분쯤 A씨를 데이트폭력으로 신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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