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변패드·봉투 등 일회용품 소비多
친환경제품 있지만 접근성과 가격 부담
"생산단계서부터 기업에 환경보호 의무 부여해야"
서울 중구의 한 애견용품 매장에 반려견 전용 일회용 배변패드가 진열돼 있다.(사진=이영민 수습기자) |
세종시에 거주하는 이정민(26)씨는 29일 여느 때처럼 반려견 ‘뎅민이’의 배변패드를 갈아주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씨가 지난 7년 동안 반려견을 위해 쓴 배변패드는 8000여장. 한두 번 사용된 배변패드를 온종일 두면 오줌이 바닥으로 새고, 가족과 반려견 모두 냄새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그녀는 패드를 하루에 3~4번씩 교체한다. 이렇게 버려진 패드는 매일 20L 종량제 봉투의 5분의 1을 채운다. 그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한때 배변패드를 사용하는 대신 매일 물로 씻기기도 했다”면서 “강아지에게 습진이 생겨 다시 일회용 배변패드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국민 4명 중 1명(2020년 기준 1448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 반려동물용 일회용품이 끼칠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체품이 마땅치 않아서 일회용 쓰레기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반려견 보호자 26만여 명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는 “다견가정이라 100L 쓰레기봉투를 쓴다”, “죄책감 때문에 실외 배변을 시키고,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버릴 휴지로 대변을 집는다”, “물티슈와 배변패드가 쌓인 걸 보고 현타가 와서 낡은 수건으로 발을 닦는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생분해 배변봉투, 빨아 쓰는 배변패드와 같은 친환경 반려제품도 최근 판매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비싼 가격과 이용상의 불편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대전에서 5년째 반려견을 키우는 김모(26)씨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빨아 쓰는 배변패드 3장을 5만원에 샀다. 그러나 세탁과 가격 부담이 크고, 반려견이 냄새와 촉감으로 인해 사용을 꺼리면서 다시 일회용 배변패드를 쓰기 시작했다. 김씨는 “친환경제품은 오프라인에서 찾기 어렵고, 가격도 비싸다”며 “친환경제품 판매처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끝없이 소비되는 일회용 반려제품은 보호자와 반려동물에게 모두 해가 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 비닐 봉투와 플라스틱병은 자연에서 썩기까지 500년 이상 걸린다. 배변패드나 봉투는 매립 시 배설물 때문에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킬 수 있고, 소각할 경우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과 온실가스가 배출돼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장은 기업에 환경보호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 팀장은 “일회용제품에 환경부담금을 부과하거나 친환경제품에 지원금을 주는 것도 좋지만 이건 사후조치에 불과하다”면서 “지금 시장에 가면 일회용품뿐인데 생산단계에서부터 환경보호 의무를 물어서 플라스틱 사용 비율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