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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흔들리는 공수처, 기능·제도 재점검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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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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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미미한 수사 성과, 검사들의 연이은 사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 권력 비대화에 대한 견제로 출범했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공수처의 기능과 제도 전반을 재점검하고, 공수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길이 있는지 따져봐야 할 때다.

공수처는 올해 들어 예상균·김성문 부장검사, 박시영 검사가 연이어 사직했다. 예 전 부장검사는 최근 논문을 통해 공수처의 제도적 한계를 지적했다. 공수처법은 ‘수사처 검사는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 이내, 수사관은 40명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예 전 부장검사는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4차장 산하 반부패수사부 3개 부서를 합친 것(부장검사 포함 39명)보다 적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현재는 22명의 검사만 근무하고 있다. 예 전 부장검사는 “(이런 인력마저) 수사·공판이 아닌 수사 보조업무에 상당수가 배치돼 수사역량 저하는 필연적”이라며 “결원이 발생하면 해당 업무는 사실상 마비 상태”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선별입건제를 폐지함으로써 부족한 인력을 접수된 모든 사건을 처리하는 데 투입했다”고 비판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초 사건사무규칙 개정을 통해 고소·고발 사건 중 수사할 사건을 선택해 입건하는 ‘선별입건’ 제도를 폐지했다. 검찰의 반부패부가 중요한 인지 사건 위주로 수사하고 일반 고소·고발 건은 형사부 등에서 다루는 것과 대비된다. 온갖 사건은 다 처리해야 하는데도, 인력은 법으로 제한돼 있으니 성과가 날 리 없다. 공수처에 지난 3월까지 총 6,185건이 접수됐는데, 3건만 기소됐을 뿐이다.

공수처 폐지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인력을 제대로 지원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먼저이다. 존재감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검찰의 부패수사 기능을 일정 부분 넘겨받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검찰의 정치적 편향 우려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수처 폐지 주장은 섣부르며 또 다른 졸속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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