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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따져보니 5년 이자만 16%'…매달 70만원 넣고 5000만원 받는 청년상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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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해진 청년층 사정 “5년 유지 부담”

당국, 중도해지 최소화 방안 검토 중

# 예테크족인 박기영씨(34)는 지난해 고(高)금리 시절 가입한 1년 만기 적금 상품의 만기가 다가오면서 후속 가입할 상품으로 정부가 곧 내놓을 ‘청년도약계좌’를 눈여겨보고 있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으로 예·적금 상품의 금리가 연 3~4% 안팎으로 주저앉은 가운데 정책상품인 만큼 비교적 금리 수준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비과세 혜택도 덤이다.

# 최근 새 직장으로 자리를 옮긴 손영준씨(32)는 목돈 마련을 위해 청년도약계좌를 기다리고 있지만 망설여진다. 소폭 올랐다곤 하지만 300여만원의 월급으론 대출상환금과 생활비에 더해 월 40만~70만원의 납입액을 5년간 유지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다. 그는 “언제 일을 쉬게 될지 모르는데 5년은 조금 부담스러운 기간”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금융당국이 오는 5월 가동을 앞둔 '대환대출' 인프라에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복도에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 대출금리를 한눈에 비교하고 갈아탈 수 있도록 한 대환대출 플랫폼을 구축해 주담대 이자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금융당국이 내달 선보일 ‘청년도약계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년간 최대 70만원을 불입하면 5000만원을 되돌려 주는 상품인 만큼 목돈 마련을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들을 중심으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선 최근 청년층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만큼 월 40~70만원에 이르는 적금납입액을 5년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아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당국 역시 이를 위해 중도해지 방지방안을 검토 중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은행들은 다음달 중 출시를 목표로 청년도약계좌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청년도약계좌는 가입자 본인이 납입한 금액에 비례해 정부 기여금을 매칭해주고, 이자소득에도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적금 상품이다. 정부는 이 상품을 위해 올해 3678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청년층의 자산형성이 목표인 만큼 대상은 만 19~34세 청년이며, 가구소득과 개인소득이 중위 180% 이하의 조건을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다. 납입금액은 월 70만원 이하에서 자유롭게 선택이 가능하며, 만기는 5년이다. 매월 70만원을 납입하면 기여금 매칭과 비과세 혜택을 통해 약 5000만원이란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기여금 매칭과 비과세 혜택은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개인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청년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 소득별 기여금 지급 한도(월 40만~70만원)와 매칭 비율(3.0~6.0%) 기준으로 기여금 한도가 정해진다. 예컨대 개인소득이 2400만원 이하인 가입자의 경우 지급 한도는 월 40만원, 매칭 비율은 6.0%로 매월 받을 수 있는 기여금은 최대 2만4000원이다. 개인소득이 6000만~7500만원인 경우엔 별도의 기여금 지급은 없으나, 발생한 이자소득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지속된 기준금리 인상과 경제 상황 악화로 청년층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고민거리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을 보유한 차주들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연간 소비가 13만2000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기준금리가 3%포인트 인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20대는 연 89만6000원(4.0%), 30대는 61만3000원(2.4%)씩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년 새 가입 인원(약 286만명)의 15%(약 45만명)가 해지하기도 했다. 최고 연 9.3%의 금리를 제공하는 청년희망적금은 만기 2년, 납입금액은 최대 50만원이다. 청년희망적금보다 만기도 길고(5년), 납입금액 부담(40만~70만원)도 큰 청년도약계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교적 만기가 짧았던 청년희망적금도 상당한 이탈이 발생한 만큼 청년도약계좌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금리 수준이나 중도해지 관련 대책 등 확실한 메리트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도 중도해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국은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한편, 각 은행 등 관계기관과 청년도약계좌를 담보로 한 예·적금 담보부대출의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청년도약계좌와 관련 "만기까지 계좌 유지 여부가 사업의 성과를 가늠하는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계좌 유지 지원 방안을 면밀하게 검토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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