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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이슈 세계 속의 북한

[스프] 일본 해안서 발견되는 북한 어부들의 시신…그 배후를 추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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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로오션 프로젝트] Ep.7 - Chasing Gho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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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프리미엄, 스프는 '아웃로오션 프로젝트'와 함께 준비한 [Dispatches from Outlaw Ocean]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아웃로오션'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상에 스프가 준비한 텍스트를 더해 스프 독자들에게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는 지식뉴스를 전달해 드립니다.

의문의 난파 사고…배 안에서 발견된 북한인 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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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카타 현에서 시신 5구와 함께 발견된 목조 선박(2012년 11월),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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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일본 이시카와현 시카정 마을 앞바다에서 카나모리 미쯔오 씨는 해안가 모래에 박혀있는 산산조각 난 목선을 보고 깜짝 놀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카나모리 씨는 강에나 띄워야 할 것 같은 작고 허술한 배가 바다로 나온 것 같다며 일본 해안까지 밀려온 게 의아하다고 RFA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섬뜩한 느낌이었어요. 이전에 밀려온 배에는 사람도 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배만 발견됐습니다."

- 카나모리 미쯔오 (유령선 목격 및 신고자)


카나모리 씨도 언급했듯이 이런 난파 사고는 어쩌다 한 번 발생한 게 아니었습니다. 일본 해상 보안청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일본 북서 해안에는 매년 이른바 '유령선'들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나무 쪽배 형태의 이 배들은 대부분 부서지고 뒤집힌 상태였습니다. 때로는 선원들의 시신이 나오기도 합니다. 도대체 이 배들은 어디서 왔고 그리고 왜 이런 상태가 됐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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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된 북한 목선에서 나온 사탕봉지, 출처: 호코쿠신문


위 사진은 그렇게 발견된 배 중 하나에서 나온 사탕 봉지입니다. 봉지를 살펴보면 '송도원종합식료공장'에서 제조된 '과일향 사탕'으로 북한에서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시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와 배에서 발견된 담배, 선체 등에서도 한글을 찾을 수 있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본 당국은 이를 근거로 이들 배가 북한에서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오징어잡이는 '전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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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수산사업소 현지지도 장면,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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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달리 북한에서 '낙지'라고 부르는 오징어잡이는 북한에서 유용한 돈벌이 수단입니다. 유엔의 대북 제재 이후 북한의 수출길이 막히면서 주춤했지만, 중국으로 밀수가 재개되면서 다시 각광받고 있다는 겁니다. 한 계절만 오징어잡이를 열심히 하면 몇 년 치 식량을 살 수 있는 돈도 벌 수 있어서 오징어잡이에 나서는 어부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장비도 갖추지 못했고, 배에 기름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목숨을 걸고 조업에 나서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럼에도 오징어잡이를 통한 외화벌이가 가능하다는 게 확인되자, 북한에서는 군인도 동원했습니다. 군 산하의 '수산사업소'에서 군인들이 조업에 나서게 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어로 전투'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해안에서 발견된 북한 배들, 그 유령선들이 탄생하게 된 데는 이렇듯 북한의 외화벌이, 오징어잡이가 있었습니다. 일본 당국에 2017년 신고된 북한 유령선은 최소 104척, 여기서 발견된 시신은 31구나 됐다고 합니다. 2018년 신고 건수가 급증해 225건의 유령선 신고가 이뤄졌습니다. 북한 어부들, 군인들은 열악한 장비와 험난한 바다와 전투를 벌이고 유령이 돼 버리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었습니다.

배후에는 중국의 불법 조업이 있었다



중국은 북한으로부터 유엔 제재를 피해 오징어 등 어종을 밀수하기도 하지만 대규모 불법 조업의 당사국이기도 합니다. 비영리 탐사저널리즘단체 아웃로오션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이안 얼비나는 북한 유령선의 배후에는 중국의 불법 조업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2003년 중국 어선이 동해에서 조업을 시작한 뒤부터 한국과 일본의 오징어 어획량은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2019년 기준으로 2003년과 비교하면 살오징어 어획량이 한국은 80.2%, 일본은 81.3% 감소했습니다. 오징어 잡기가 힘들어졌다는 의미로 '금징어'라고 불리게 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에 어업 조업권을 판매해 2018년 기준 1억 2천만 달러 규모의 외화를 벌었습니다. '글로벌어업감시(Global Fishing Watch)'에 따르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2017년에 9백 척, 2018년엔 7백 척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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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어업감시(Global Fishing Watch)가 공개한 북한 수역에서 오징어 잡이를 하는 중국 어선의 이동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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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선들이 북한 수역에서 '싹쓸이'하다시피 조업을 하면서, 자국에서 밀려난 북한 어부들은 더 먼바다로 나가게 됐고, 그 배가 난파당하면서 유령선 신세가 되어 일본 해안까지 떠밀려 가게 된 셈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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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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