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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2단 로켓 결함 가능성…무리한 발사방위각 변경도 원인 추정[북 정찰위성 발사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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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력 잃어 1단 비행 방향 추락…일본도 “우주에 도달 못해”

백두산 액체엔진 기반…일각선 “ICBM도 쐈는데 실패 의아”

경향신문

발사 전 동창리 모습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전문매체 ‘분단을 넘어’가 3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의 로켓 발사 준비 상황을 전했다. 비록 로켓이 포착되지는 않았지만 발사대 주변에 대형 차량이 식별되는 등 발사가 임박한 징후가 포착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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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1일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발사한 우주발사체는 2단 엔진에 이상이 생겨 추동력을 얻지 못하고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군은 당초 북한이 밝힌 1단 로켓 낙하 예상지점 인근에서 발사체 잔해 일부를 수거해 분석 중이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이날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 비정상적 비행으로 낙하했다”고 밝혔다. 낙하지점은 한·중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해역인 한·중 잠정 조치 수역이라고 했다.

북한 공식 매체 조선중앙통신도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지 약 2시간30분 만인 오전 9시5분 발사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통신은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발사했다”며 “천리마-1형은 정상 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조선(북한) 서해에 추락했다”고 했다.

총 3단으로 구성되는 위성발사체는 지상에서 발사된 뒤 1단 로켓부터 점화, 분리되며 추진력을 끌어올린다. 1단이 분리되면 2단 로켓이 점화해 발사체를 대기권 밖으로 밀어내고 최종적으로 3단에 탑재된 위성이 분리돼 궤도에 안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발사체는 1단 로켓 점화 후 북한 서해 상공에서 단 분리까지는 성공했으나 2단 로켓 엔진이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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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2단 로켓이 급격하게 진행 각도를 변경하도록 설정된 탓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정보위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과거에는 1·2단의 비행 경로가 일직선이었지만 이번 발사는 서쪽으로 치우친 경로를 설정하며 횡기동을 통해 동쪽으로 무리한 경로 변경을 하다가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정원은) 분석했다”고 전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2단 로켓 엔진이 추력을 얻지 못해 발사방위각 변경을 통한 방향 전환도 못한 상태에서 1단 엔진 관성으로 1단 비행 방향으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 발사체가 우주공간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군은 오전 8시5분쯤 북한이 지난 29일 통보한 1단 로켓 낙하 예상 구역 내에서 발사체 잔해를 수거했다. 수거된 잔해는 1단 로켓과 2단 로켓을 잇는 연결단으로 추정된다. 합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연결단 표면에 빨간색으로 ‘점검문-13(기구조립)’이라고 적혀 있고 아랫부분은 충격 탓에 찌그러져 있다.

일각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수차례 쏜 경험이 있는 북한이 실패한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위성발사체와 ICBM의 발사 원리가 동일하고, 북한은 2012년과 2016년 액체연료 장거리 로켓을 이용해 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려놓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이번에 발사된 천리마-1형을 ICBM 엔진 기반 신형 발사체라고 보고 있다.

북한이 이번에 쏜 로켓은 백두산 액체엔진을 기반으로 제작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북한은 옛 소련제 RD-250 트윈엔진(쌍둥이) 2세트(4개 엔진)를 모방해 백두산 액체엔진을 개발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우주발사체는 변수가 워낙 다양해서 하나하나 차분히 점검해 발사해야 한다”라며 “이번 발사로 오히려 북한의 초조함을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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