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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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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캠프 억류 호주 어린이 “학교에 가보지도, 풀밭에 누워보지도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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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니지 호주 총리에 ‘SOS’
난민촌 어린이들 대부분은
IS에 납치된 여성의 자식
호주, 추가 송환 놓고 고심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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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생의 절반을 감옥처럼 문이 닫힌 수용소 천막에서 보냈어요. 학교에 가보지도, 풀밭에 누워보지도, 나무에 올라가 보지도 못했어요. 제발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

시리아 난민캠프에 수년째 억류 중인 호주 국적 어린이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사진)에게 본국 송환을 호소하는 음성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가디언은 이 어린이의 이름·성별 등 신원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10대가 되지 않은 나이라고 설명했다.

경향신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 하사카주에 있는 알홀 난민캠프의 모습. 알로즈 수용소는 알홀 캠프와 함께 시리아 최대 난민촌이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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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북부 알로즈 수용소는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 소탕 작전으로 인해 갈 곳을 잃은 난민 2000여명이 열악한 환경 속에 생활하고 있다. 이곳엔 호주 출신 40여명이 머물고 있는데, 대부분은 IS와 관련됐다는 이유로 식량과 물 부족, 전염병 등에 노출된 채 사실상 방치돼 있다.

알로즈 수용소에 갇힌 호주인 상당수는 여성과 어린이다. 배우자가 IS에 가입한 탓에 시리아 또는 이라크로 함께 흘러들어온 사례도 있지만, 대부분은 납치돼 호주 출신 IS 전투원과 강제 결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아이들은 수용소에서 태어나 한 번도 수용소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20대 여성은 지난해 미국 ABC와 인터뷰하면서 “15세 때 IS에 납치돼 시리아로 끌려왔다”며 “휴대전화와 여권을 빼앗겼고,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납치된 지 6개월 만에 IS에서 활동하는 호주인 남성과 결혼해 4명의 아이를 낳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시리아와 이라크에 주둔하는 IS 소탕 작전이 펼쳐졌고, 맹위를 떨치던 IS는 2019년 초부터 점차 세를 잃기 시작하면서 많은 대원들이 목숨을 잃거나 감옥에 갇혔다. 이 과정에서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여성과 아이들이 속출했다. 이들은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알로즈 난민캠프에 정착했다.

알로즈 수용소에서도 고통은 계속됐다. 기본적인 의식주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IS와 연계됐다는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시리아 정부는 언제라도 이들을 난민캠프에서 쫓아낼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익명의 유엔 자원봉사자는 가디언에 “알로즈에 머무는 호주 어린이들은 인신매매와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언제라도 실종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호주에서조차 이들을 본국으로 송환해야 하는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호주 정부는 2019년 임신한 10대를 포함해 부모를 잃은 어린이 8명을 데려온 데 이어 지난해 10월엔 여성 4명과 어린이 13명을 추가로 구조했다. 하지만 호주 야권에선 이들이 테러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실제로 호주인인지도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더 이상의 송환을 반대하고 있다.

국제구호단체들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호주 정부가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호주 지부는 가디언에 “전 세계에서 가장 열악한 곳에 수용된 호주 어린이들을 속히 도와야 한다”며 “그들은 제때 치료받지 못해 상처가 곪고 있고,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도 “호주뿐 아니라 다른 국가도 시리아 북부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상황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보살필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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