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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축제마다 음식 바가지 요금…“손님 마음도 음식도 냉기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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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함평나비대축제서
‘어묵 한 그릇에 1만원’ 논란
지자체 단속 나섰지만 반복
적정 가격 기준도 애매모호
제주도 고물가에 여행객 외면


매일경제

한 인기 유튜버가 전남 함평군 ‘나비대축제’ 현장을 찾았다가 어묵 한 그릇 가격이 1만원에 달했다는 사연이 전해져 논란이 됐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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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전국에서 지역축제가 부활하는 가운데 손님들에게 ‘음식값 바가지’를 씌우는 사례가 속출해 빈축을 사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단속과 계도 등을 약속하고 나섰지만, 온라인 등에서는 축제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험하다.

지난달 28일 한 인기 유튜버는 전남 함평군에서 열린 ‘함평나비대축제’를 보고 왔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가 공개한 영상에는 나비대축제가 열리는 엑스포공원 외에도 인근 야시장(노점상)이 등장했는데 이 부분이 논란이 됐다.

어묵 가격이 얼마냐는 질문에 야시장에 있던 한 상인이 “한그릇에 1만원이다. 5000원어치는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 시중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에 유튜버는 깜짝 놀라 돌아섰다. 음식값에 대한 누리꾼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결국 함평군이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함평군과 비슷한 시기 ‘남원 춘향제’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가족과 야시장을 방문한 한 소비자가 ‘통돼지 바비큐’를 주문했는데 양이 적은 데도 가격이 4만원에 달했던 것이다. 또 앞서 지난 3월에는 진해 군항제에서도 상춘객을 상대로 한 바가지 논란이 있었다.

음식값 바가지 논란은 지역 축제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를 사전에 단속하거나 방지하는 건 쉽지 않다. 가격을 얼마로 할지 정하는 건 판매자의 권한이고, 어느 수준일 때 제재할지 기준도 부재해서다.

지자체별로 단속반 등을 꾸려 현장 계도에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다. 축제가 이뤄지는 기간 내내 일대를 전부 수시로 점검하기엔 인력도 태부족이다. 근본적으로는 일부 상인들의 이기심 때문에 유사한 일이 반복되는 노릇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소비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했을 때 현장에서 적발해 조치하는 방법”이라며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1차 경고, 2차 행정처분(영업정지) 순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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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진해 군항제를 방문한 한 소비자가 공개한 음식과 메뉴판 사진. 돼지고기는 5만원이고, 파전은 2만원이다.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게시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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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상인들의 일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빈번한 데다 본질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예 가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제주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출국이 어려웠던 최근 몇 년간 소비자들의 여행 수요는 제주도로 몰렸는데 숙박업소와 렌터카 업체를 중심으로 소비자 가격이 과다하게 책정된 것. 성수기에는 3성급 호텔의 1일 숙박비가 80만원대, 아반떼 1일 대여 비용은 12만원대에 이르렀을 정도다.

최근 소비자들이 해외 여행의 정상화를 기다린 것은 이처럼 제주 전역의 바가지 논란 탓도 크다. 이에 일본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여행이 본격 재개되자 소비자들은 해외로 떠났고, 제주 지역 상권은 현재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신한카드가 코로나19 전인 2019년(1~4월) 카드 이용 건수를 100으로 가정하고 올해까지 매해 제주 지역의 이용 건수를 분석한 결과, 2020년 79로 줄어든 이용 건수가 2021년 101, 지난해 125까지 늘어난 후 올해 110으로 내려앉았다.

올해 제주도 내 카드 이용 건수가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많지만, 작년보다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의미다. 반면 이 기간 베트남(128)과 일본(121)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이용 건수가 크게 늘었고, 미국(97)도 팬데믹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상인들의 자정이 있지 않으면 지역 단위 축제를 찾는 이가 더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한 지역 축제를 방문한 한 30대 소비자는 “이 비용이면 차라리 해외를 가는 게 저렴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후회했다”는 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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