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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명 사망 최악 열차 사고 인도···대형 사고에 무색해진 모디 총리 철도 현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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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일(현지시간) 인도 동부 오리사주 열차 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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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동부에서 열차 탈선 및 충돌 사고로 최소 275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해 인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철도 현대화에 공을 들였지만 인도 철도의 고질적인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상자 1000여명…1995년 이후 최악 참사


NDTV 등 인도 매체와 외신들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오후 7시쯤 인도 동부 오디샤주 주도 부바네스와르에서 약 170㎞ 떨어진 발라소레 지역 바항가 바자르역 인근에서 여객열차 2대와 화물열차 1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먼저 동북부 샬리마르에서 남부 첸나이를 향해 시속 130㎞로 달리던 여객열차 ‘코로만델 익스프레스’가 정차 중이던 화물열차와 충돌하면서 탈선했다. 이어 탈선한 코로만델 익스프레스 객차 일부가 서부 벵갈루루에서 동북부 하우라로 가던 슈퍼패스트 익스프레스와 2차로 충돌했다.

인도 구조당국은 이 사고로 최소 275명이 숨지고 11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 숫자는 일부 중복 집계된 것이 밝혀져 하향 조정됐다. 이는 1995년 뉴델리 인근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로 358명이 숨진 이후 최악의 참사다.

인도 철도부 고위 당국자는 예비조사 결과 코로만델 익스프레스가 전자 연동 신호 오류로 인해 메인 선로로 진행하지 않고 화물열차가 있던 선로로 잘못 진입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자 연동 신호는 열차 간 거리, 선로에 정지한 열차가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신호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 왜 오류가 발생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고 현장은 엿가락처럼 휘어진 열차와 크게 훼손된 시신들로 아비규환이 됐다. 사고 열차에 어머니가 타고 있었던 수리야베르는 어머니의 사진과 그녀가 입고 있었던 옷의 색깔을 알려주며 수소문한 끝에 한 친구로부터 어머니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시신의 사진을 받았다. 그는 “어머니를 빨리 집으로 모시고 가 편히 쉬게 해 드리고 싶지만, 기차가 없고 도로가 모두 막혀 그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BBC에 말했다.

모디, 철도 현대화 역점…“안전 문제 더 시급”


인구가 14억명인 인도에서 철도는 핵심적인 교통 수단이다. 인도는 19세기 영국 식민 지배 시기에 철도 건설을 시작해 철도 역사가 160여년에 이른다. 인도 철도는 하루에 1300만명을 실어나르고 있으며 선로 길이는 지구 둘레(약 4만㎞)보다 긴 6만4000㎞에 이른다.

그러나 인도 철도의 98%는 1870년에서 1930년 사이에 건설돼 심각한 노후화로 사고가 잦았다. 가디언 주말판인 옵저버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2017년까지 해마다 열차 사고로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지난 20년 동안 50명 이상이 사망한 사고만 해도 최소 13건에 이른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십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철도 현대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 인도는 선로 개선, 혼잡 완화, 신규 열차 도입 등을 위해 지난해보다 50%가량 많은 2조4000억루피(약 38조2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모디 정권은 철도 현대화 사업의 결과 철도 안전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개선됐다고 본다. 실제로 2014~2015년 139건이던 열차 사고는 2019~2020년 55건으로 줄었다. 특히 2019년과 2020년에는 2년 연속으로 열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달 25일에는 수도 뉴델리와 북부 우타라칸드 주도 데라둔을 연결하는 준고속 전기열차 ‘반데라바트 익스프레스’가 개통됐다.

모디 정권 역점 사업 중 하나인 반데라바트 익스프레스 개통 일주일 만에 사상자가 1000명이 넘는 이번 사고가 터지면서 철도 현대화 사업은 찬물을 뒤집어 쓴 모양새가 됐다. 모디 총리는 애초 3일 고아와 뭄바이를 연결하는 새 고속열차 개통식에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이번 사고로 일정을 취소했다.

탈선 방지 시스템 등 열차 사고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까지는 갈길이 멀다. 탈선은 2017~2021년 발생한 철도 사고 2017건 중 6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탈선 사고의 원인 중 상당수는 ‘선로 결함’이었다. 선로 유지 보수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철도 노동자들의 초과노동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게다가 철도 현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자동 충돌 방지 시스템 설치율은 현재까지 2%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동부 철도 구간에는 자동 충돌 방지 시스템이 설치된 곳이 없다.

옵저버는 늘어나는 철도 수요를 뒷받침할 만큼 인력 충원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등 안전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철도 현대화보다 안전 우려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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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3일(현지시간) 오디샤주 열차 충돌 사고 현장을 찾아 지방 관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UPI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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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다음날인 3일 현장을 찾은 모디 총리는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이들은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 애도 물결


세계 각국에서는 인도 열차 사고 희생자를 위한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인도와 국경 분쟁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3일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각각 위로전을 보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크렘린궁 웹사이트를 통해 “러시아는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과 슬픔을 함께하며 부상자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지금 우리의 마음은 인도 국민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애도 성명을 냈다.

특히 지난 2월 열차가 정면 충돌해 57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던 그리스는 “인도의 열차 충돌로 인한 비극적인 인명 피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이 어려운 시기에 그리스는 인도 국민 및 정부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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