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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놀이터에 쓰러진 남성 목엔 쇠사슬… 형에게 매질 당한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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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 놀이터에서 ‘알코올 중독’ 남성 발견

목에 감긴 쇠사슬, 구타 흔적…60대 친형 입건

치매 노모, 알코올 중독 동생…비극적 가족사

경기 의정부시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목에 쇠사슬이 감긴 50대 남성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노숙자인 이 남성은 치매 노모를 돌보던 형에게 감금돼 매질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의정부시 아파트 놀이터에 수상한 중년 남성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관은 미끄럼틀에 누워 있는 5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며칠 동안 비를 맞아 안색이 창백하고 저체온증 증세까지 보였다.

세계일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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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119 대원과 A씨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던 중 목 폴라티 속에 감춰진 쇠사슬을 발견했다. 1m 길이 쇠사슬은 A씨가 스스로 풀지 못하도록 잠금장치까지 있어 119 대원들이 절단해야 했다.

치료받기 위해 병원에 간 A씨의 몸에서는 막대기 같은 물체로 맞은 듯한 상처도 발견됐다.

경찰은 신원 확인을 통해 A씨가 60대인 형 B씨와 함께 산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A씨는 신원 인도를 거부했다. 결국, 폭행 등의 용의자로 B씨를 의심한 경찰은 주소를 수소문해 B씨를 만나 임의동행했다.

B씨는 동생을 폭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의 자백 속에는 가족의 딱한 사정도 담겨 있었다. A씨와 B씨는 치매 걸린 노모와 함께 살았는데, 유일한 수입원은 B씨가 폐지를 주워 파는 돈이었다.

A씨는 오래전부터 생업에는 관심이 없었고 알코올 중독 상태로 노숙하며 살았다. 매일 집 밖으로 나가 술만 마시고 사고를 치는 동생에게 화가 난 B씨가 동생의 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매질을 한 것이다.

B씨는 폭행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경찰은 처벌에만 그치지 않고 이들 가족을 돕기로 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A씨는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 조치했다. 아울러 지자체나 시민단체와 연계해 이들 가족에게 물질적, 정서적 도움을 줄 방법을 찾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 사건은 엄정하게 처리하되 안타까운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방법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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