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의 한 상가에 들어서다 갑자기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고 위험한 상황에 처했던 독거노인 반태훈씨(왼쪽)에게 근처 안경점 사장인 김민영씨가 다가가 도움을 건네는 모습. MBN 방송화면 갈무리

길을 가다 갑자기 쓰러진 기초수급 독거노인을 도와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해당 여성은 노인이 “내가 돈이 없다. 119를 부르지 말아 달라”고 거절하자 “목숨이 우선”이라며 20만원을 선뜻 건넸다.

4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충현동의 상가에서 반태훈씨가 입구로 들어선뒤 곧바로 쓰러졌다. 반씨는 한참 뒤 일어나 걸음을 옮겼지만 다시 주저앉았다.

상가 폐쇄회로(CC)TV를 보면 10여분간 눈을 감고 앉아있는 반씨 앞으로 일부 시민들이 그를 그냥 지나친 채 걸어갔다. 이때 근처 안경점 사장 김민영씨가 반씨를 발견하고 의식을 확인한 뒤 119에 신고했다.

반씨는 “나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돈이 없어 병원에 갈 수가 없다”면서 김씨의 도움을 거절했다. 그는 가족 없이 홀로 지내고 있는 독거노인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에서 안경원을 운영하는 김민영씨(가운데)가 자신의 매장 밖에 쓰러져 있는 반태훈씨(왼쪽)의 생명을 구했다. 건강을 회복한 반씨가 이동완 충현동장(오른쪽)과 김씨의 안경원을 방문해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서대문구 제공

이 말을 들은 김씨는 다시 가게로 들어가 20만원을 챙긴 뒤 반씨에게 건넸다. 김씨는 “어르신 목숨이 우선입니다. 이 돈 안 갚으셔도 되니 치료 먼저 받으세요”라며 입원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의 도움 덕에 반씨는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퇴원한 반씨는 다시 안경점을 찾아 “고마운 분 덕분에 죽을 고비를 넘겨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며 “쓰러졌을 때 어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달려와 나를 살려준 은인을 만나니 자꾸 눈물이 난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미담을 접한 이동완 충현동장은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최근 반씨와 함께 케이크를 들고 해당 안경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은 “급박한 위기의 순간에 행동과 나눔으로 어르신의 생명을 구하신 안경사님이 우리 모두에게 이웃 사랑과 생명 존중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고 전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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