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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돈 없으니 119 부르지 마라” 주저앉은 노인에 20만원 쥐여준 안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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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달 19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노인에게 ‘갚을 필요 없다’며 20만원을 건네고 119를 부른 안경사 김민영씨(가운데). 치료를 마친 노인(왼쪽)은 김씨의 가게로 다시 돌아와 감사 인사를 건넸다. 서대문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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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은 노인이 ‘돈이 없다’며 119 호출도 거부했다. 안경사 김민영씨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노인을 설득해 현금 20만원을 건넸다. 노인은 다행히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김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 자신의 매장에서 영업 준비를 하다가 노인 A씨가 상가 입구에 주저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몇 사람이 무심히 지나쳤지만 김씨는 A씨의 상태가 심상찮다는 것을 알아챘다.

“왜 저러시나 싶어 가서 봤더니 표정이 너무 안좋고 식은땀을 줄줄 흘리시더라고요.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김씨는 4일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씨가 119에 전화하려 했지만 A씨는 도움을 거절했다. “자기가 기초생활수급자라고 하는데, 돈이 없어서 거절하는구나 싶었어요. 1분 1초가 급해 보이는데 얼른 가게에서 돈을 챙겨와서는 ‘갚지 말라, 그냥 드리는 것’이라고 했죠.”

김씨는 조금만 더 지체했어도 A씨에게 큰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란 설명을 구급대원에게 들었다. “구급차를 기다리던 그 순간이 어찌나 길었는지 모릅니다.”

며칠 뒤 무사히 치료를 받은 A씨는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답례 봉투를 들고 김씨의 안경원을 찾았다. 그의 손엔 케이크도 들려 있었다.

김씨는 “이분이 사셨을까 어떻게 됐을까 걱정했는데 다시 찾아오셨더라”며 “내가 ‘생명의 은인’이라며 펑펑 우셨는데 감사 편지를 보니 나도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씨의 안경원은 충정로역 인근에 있다. 20년 넘게 그 자리에서 장사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김씨의 가게 정보를 찾아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유하며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씨는 이 관심에 “감사하다”며 “세상이 편안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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