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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 받아라”…30년 전 개정안 꺼낸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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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를 마치고 위원장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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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위원장 노태악 대법관)를 향해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라”며 압박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노태악 위원장은 뒤늦게 나타나 기껏 한다는 조치가 말로 사과하는 것일 뿐”이라며 “국민권익위원회는 강제조사 권한이 없고, 수사당국의 수사도 피의자의 피의사실에 한정되기 때문에 감사원 감사가 더욱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녀 특혜채용으로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을 동시 면직하고, 수사 의뢰까지 했지만 이런 자구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여권 시각이다. 특히 선관위가 지난 2일 “선관위는 헌법상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인 행정기관이 아니다”며 감사원 감사 거부를 결정하자 더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5일 의원총회에서 추가 대책을 논의한다.



30년전 감사원법 개정안 보니



여권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제외 대상이 현재처럼 ‘국회·법원·헌법재판소’(감사원법 24조)로 확정된 1994년 12월 당시 상황을 공세의 지점으로 삼고 있다. 1994년 이전까지는 국회·법원만 제외 대상이었는데 당시 감사원법 개정안 통과로 헌재가 추가됐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4일 “당시 ‘선관위는 감사원 감사를 받는 행정기관’이라는 관점에 따라 헌재만 제외 대상으로 추가됐다”며 “선관위는 헌법·법률 조항을 자기들에 유리한 대로만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94년 당시 야당은 “제외 대상에 선관위도 포함하자”고 주장했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1994년 12월 2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유수호 신민당 의원은 “만약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선관위를 직무 감찰해서 야당이 선거운동을 못 하도록 통제하라’고 하면 감사원장이 대통령 말을 안 들을 수 있겠느냐”며 “감사원의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이 야당을 탄압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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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찬진 선관위 사무총장(오른쪽)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질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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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당이던 민주자유당의 이인제 의원이 “선관위는 국회·법원·헌재처럼 직무상 헌법적 독립기관이 아니다”며 “선관위를 직무감찰한 뒤 선거관리 등에 치명적 하자가 발생한다면 그때 제외 대상에 포함하도록 법을 고쳐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맞섰다. 이시윤 감사원장도 “(행정기관을) 직무감찰 대상에 포함하면서 얻는 이익이 직무감찰을 하지 않을 때의 이익보다 훨씬 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격론 끝에 결국 헌법재판소만 제외 대상에 추가한 채 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회의록을 보면 ‘선관위는 제외 대상이 아니므로 직무감찰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했다.



헌법 97조 vs 2016·2019년 전례



선관위는 감사 거부의 근거로 헌법 97조를 들고 있다. 헌법 97조는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 하에 감사원을 둔다”는 조항이다. 선관위는 “직무감찰 대상이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로 한정됐는데 선관위는 특수한 선거사무를 담당하므로 일반적인 행정기관이 아니어서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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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업무는 실질적으로 행정 집행에 해당하기 때문에 직무감찰 대상이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선거관리 과정에서 진행되는 지도·단속·홍보 등 일련의 집행 행위가 일반 행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또 선관위가 2016년과 2019년에 인사 업무 관련 감사원 정기감사를 받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계속 받아왔고, 인사 관련해 두 차례나 지적을 받았다”며 “감사 대상 아니라는 건 모순이자 자기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학계 의견은 엇갈린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관위가 헌법적 독립기관이 된 것은 외부 개입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라며 “헌법상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의 감사는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원법상 직무감찰 제외대상에 선관위가 포함되지 않은 것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선거사무가 아닌 자녀 특혜 채용과 같은 인사 사무라면 일반 행정에 속하기 때문에 감사원 직무감찰 범위 안에 든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전민구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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