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익숙해진 기술이지만, 폴더블폰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스마트폰 업계엔 그야말로 '센세이션'이 일어났었습니다. 액정이 반으로 접히는 광경을 본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죠. 폴더블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습니다.
# 하지만 상용화한지 수년이 흘렀음에도 폴더블폰은 '스마트폰의 표준'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갤럭시 엣지, LG G5 등 '세계 최초' 기술을 탑재하고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해 사라진 다른 '혁신폰'의 사례를 살펴보면 답을 구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이들 사례를 되짚어보면서 폴더블폰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아봤습니다. '視리즈 폴더블폰의 미래' 두번째 편입니다.
폴더블폰이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을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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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1편에서 폴더블폰을 향한 엇갈린 시선이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하나는 '낙관론'입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출하량과 판매량이 모두 늘고 있다는 근거를 들면서 폴더블폰이 수년 안에 '대세'가 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반대편에선 '폴더블폰 위기론'을 말합니다. 판매량이 늘었다곤 하지만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에 비하면 너무나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신민수 한양대(경영학) 교수는 "순수하게 폼팩터(외형)를 바꾸는 것만으론 잠재된 소비자의 니즈를 발현할 수 없다"면서 "과거 혁신적인 폼팩터를 갖췄음에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스마트폰들 사례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신 교수가 언급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스마트폰'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대표적으론 삼성전자의 '갤럭시 엣지'와 LG전자의 'LG G5'가 있습니다. 둘 다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달았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끝내 단종됐죠. 두 스마트폰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갤럭시 노트 엣지는 이듬해 열린 '2015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소비자들도 처음엔 엣지 모델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후속 모델인 갤럭시S7 엣지가 갤럭시S7 시리즈 전체 판매량(국내 일평균 1만2000~1만3000대·2016년 12월 기준)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엣지 모델을 향한 소비자의 평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에서 부정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가기 아이콘이나 문구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을 빼곤 일반 스마트폰과 차이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엣지 모델의 불편한 조작감도 문제가 됐습니다. 스마트폰을 쥘 때마다 엣지 부분이 손가락에 닿아 관련 기능들을 활용하기가 어려웠던 겁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해결할 만한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죠.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에 탑재했다.[사진=뉴시스] 모듈형 방식을 도입했던 LG G5는 부품 교체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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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 때문인지 삼성전자는 이듬해인 2017년 출시한 갤럭시S8 시리즈에서 엣지 모델을 제외했습니다. 엣지 기술 자체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엣지를 넣긴 했습니다만, 그 크기가 문구나 바로 가기 버튼을 넣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 사례➋ 모듈형 = 이번엔 LG G5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지금은 스마트폰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LG전자는 2016년 3월 LG G5에 세계 최초로 부품을 갈아 끼우는 '모듈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소비자 입맛에 맞게 모듈을 교체할 수 있다는 게 LG전자가 내세운 강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 기능을 강화하고 싶으면 하단 부품을 'LG 캠플러스'라고 불리는 모듈로 바꿔주면 됩니다. 이 모듈엔 그립감을 높여주는 두툼한 패드와 셔터버튼, 확대·축소 다이얼 등이 달려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디지털카메라처럼 만들어준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이밖에 오디오 기능을 강화해주는 모듈(LG 하이파이 플러스), 360도 촬영이 가능해지는 모듈(LG 360캠) 등 총 8가지 모듈이 있습니다.
이렇듯 색다른 기능으로 무장했는데도 LG G5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출시 이후 3개월간 누적 판매량이 290만대에 그쳤습니다(아틀라스리서치앤컨설팅). 같은 기간 갤럭시S7 판매량(2600만대)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죠. 모듈을 갈아 끼우는 참신한 폼팩터를 갖추긴 했지만, 그것이 'LG G5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로 이어지진 않았던 겁니다.
모듈 가격이 비쌌던 것도 저조한 판매량의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LG 캠플러스는 9만9000원이었고 LG 하이파이 플러스는 18만9000원, LG 360캠은 29만9000원에 달했죠. 원하지 않을 경우 모듈을 사지 않으면 그만이긴 했습니다만, 그러면 '부품 교체가 가능하다'는 LG G5의 강점도 사라져 버립니다.
LG전자로선 태생적 딜레마를 갖고 있었던 겁니다. 이렇게 LG G5의 흥행 실패를 경험한 LG전자는 후속작인 'LG G6'의 모듈형 설계를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자료 | 더스쿠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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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이제 폴더블폰이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눈에 보이나요? 다행인 건 갤럭시 엣지나 LG G5에 비하면 폴더블폰의 상황이 그나마 낫다는 점입니다. 두 제품이 1~2년 만에 자취를 감춘 반면, 폴더블폰은 4년째 명맥을 잇고 있으니까요. 아직까진 폴더블폰이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는 설득 과정에서 실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신 교수는 "사용 경험이 쌓여 폴더블폰에 익숙해지면 화면이 작은 일반 스마트폰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면서 "제조사들은 간접적으로나마 더 많은 소비자가 폴더블폰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폴더블폰은 그 방법을 찾고 '장밋빛 전망'을 실현할 수 있을까요.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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