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정원 작성
“이동관 보도지침 악령 불러내” 비판
한덕수 “진실한 서류인지 정보 없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총리를 상대로 ‘이동관 언론문건’을 들어 보이며 질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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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이명박 정부 시절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며 언론탄압을 지휘한 증거라며 문건을 공개했다.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및 고려사항’이란 제목 문건으로 2010년 국가정보원이 작성했다고 고 의원은 밝혔다.
고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정보도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계도활동 강화(가) 필요(하다)”며 “방송사 선거기획단에 좌편향 기자들이 침투, 과열·혼탁선거가 우려되므로 경영진에 대한 주의환기 및 실효성 있는 제재방안 강구로 건전보도(를) 유도(해야 한다)”라고 적혀 있다. 구체적으로 “방송사 경영진과 협조, 좌편향 제작진 배제 및 자체 모니터링 강화” “(회)사별 ‘선거보도준칙’에 관계자 문책 등 실효성 있는 제재 조항 삽입” “선거방송심의위원 추천시 좌편향 시민단체 및 특정 방송사 관련자 배제” “건전매체 및 보수단체들과 협조, 방송사의 좌편향 선거보도 견제활동 강화 및 자생적 선거보도 감시단체 조직화”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MBC → 좌편향 인물 포진으로 왜곡·편파보도 우려” 등 내용도 적혀있다.
이 문건에는 2010년 1월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요청해 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적혀있다. 배포처는 민정수석, 홍보수석, 기획관리비서관으로 돼 있다. 해당 문건은 박성제 전 MBC 사장이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 의원은 “전두환 군사정권 보도지침 망령이 다시 부활한 치욕스러운 문건” “언론 통제를 통한 MB 정부 국정원의 선거 개입이 이 문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이어 “이 문건을 요청한 자도, 보고받은 자도 바로 이동관”이라며 “대통령 옆에 있는 그분이 언론을 탄압하고 낙인찍고 선거에 개입하는 등 보도지침의 악령을 불러내고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이 특보는 당시 MB 정부 홍보수석이었다.
고 의원의 “MBC는 좌편향이냐”는 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건 국민들께서 너무나 잘 아실 사항이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언급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좌우가 아닌) 공정과 비공정으로 분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 의원이 이 문건과 관련한 질문을 이어가자 한 총리는 “일종의 진실한 문서로서의 서류인지에 대해 저한테는 아무런 정보가 없다”며 “제가 그걸 입증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여기에 대해 제 의견을 묻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고 의원은 “제가 허위 문건을 보여주고 질문했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반발했다.
한 총리는 고 의원이 사전에 관련 질문 요지를 알려주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대정부질문을 하려는 의원은 미리 질문의 요지를 적은 질문요지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의장은 늦어도 질문시간 48시간 전까지 질문요지서가 정부에 도달되도록 송부해야 한다. 한 총리는 “원하신다면 돌아가서 검토를 해가지고 1~2주 뒤에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한 총리를 향해 고성을 질렀다. 한 총리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국회법을 좀 보세요”라며 맞대응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 의원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고 의원은 “조용히 하라”고 맞섰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의원들에게 자제를 당부했지만, 소란은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 고 의원이 관련 질의를 이어갔지만 한 총리는 “답변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문건은 청와대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국정원이 작성했으며 민정수석, 홍보수석, 기획관리비서관에게 보고됐고, 경찰을 동원해 선거기획단 인적 구성을 조사한 것으로 명시됐다”며 “이 정도면 이 특보는 임명 대상이 아니라 수사 대상 아닌가”라고 밝혔다. 권 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과거 전두환, 이명박 정권 시절의 방송장악과 언론탄압을 재현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이 특보를 고집할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끝끝내 이 특보를 방통위원장으로 앉힌다면 윤석열 정권은 MB 정권의 길을 따라가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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