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19일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차려진 쌍용차 분향소 앞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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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회가 2009년 정리해고에 반대해 벌인 이른바 ‘옥쇄파업’은 불법이어서 노조가 회사에 손해배상을 해야 하지만, 배상액은 원심에서 판결한 것보다 줄여야 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쌍용차 파업이 발생한 지 14년 만에 나온 결론이다. 노동계는 파업 원인이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강행한 쌍용차에 있는데도 대법원이 제대로 따지지 않고 기업 손을 들어줬다고 비판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쌍용차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손배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2009년 5월 쌍용차의 정리해고에 반대해 공장을 점거하고 옥쇄파업을 벌였다. 쌍용차는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경찰은 헬기로 최루액을 뿌리는 등 파업을 강경 진압했다. 쌍용차는 금속노조를 파업 배후로 지목하고 손해를 물어내라며 10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금속노조의 손배 책임을 인정했다. 1·2심은 “정리해고는 기업의 경영상 결정이고, 쌍용차의 구조조정은 경영상 필요했다”며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판단했다. 또 노조가 폭력적인 방법으로 공장 내 생산시설을 전면적·배타적으로 점거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했다. 다만 회사 책임도 있다며 노조이 책임 비율을 60%로 제한해 금속노조가 쌍용차에 33억114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3년 1심 선고 후 이날까지 이자가 붙어 노조가 배상해야 할 총액은 약 80억원으로 추산된다.
대법원도 노조의 옥쇄파업은 불법이어서 손배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쟁의행위가 정당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기업시설에 대한 소유권 등 재산권과 조화를 이뤄야 하고,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직장점거는 사용자 측의 점유를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그 조업도 방해하지 않는 부분적·병존적 점거일 경우에 한해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이를 넘어 사용자의 기업시설을 장기간 전면적·배타적으로 점유하는 것은 사용자의 시설관리 권능에 대한 침해로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기존 판례를 재확인한 것이다.
대법원은 파업으로 인해 공장 가동이 중단됨으로써 생산하지 못한 자동차 대수 가액뿐 아니라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차임,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보험료 등)도 노조 배상액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파업 기간 판매된 자동차 대수와 무관하게 파업이 없었더라면 생산될 수 있었던 전체 자동차 대수를 회사의 손실로 볼 수 있다고도 했다. 모두 기업 쪽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가 금속노조 상대로 제기한 2009년 파업 손배 소송의 대법원 선고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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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법원은 회사가 2009년 12월 파업 복귀자들에게 지급한 18억8200만원까지 파업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배상액으로 산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이에 따라 최종적인 노조의 배상액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파업 원인이 쌍용차의 일방적인 대규모 정리해고에 있는데도 노조가 전면적·배타적 점거를 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손배 책임을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쌍용차 파업은 정부와 회사의 정책과 경영실패로 인한 것이었음에도 경영권이라는 미명 아래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간 것이 원인이었다”며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파업권이 온전히 보장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판결에 유감을 표명했다. 금속노조는 “쌍용차 자본이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과 자구 노력 이행에도 불구하고 끝내 정리해고를 자행했고, 노동자들은 일터를 지키고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으로 77일 파업 투쟁에 나선 것”이라며 “노동자의 당연한 방어권인 파업에 대해 사법부가 내린 배상 책임 인정은 노동3권에 대한 잘못된 사법적 시각”이라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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