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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튀르키예 경제팀 교체됐지만, 에르도안은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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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변화 의지 표명에도 시장 '냉담'…에르도안 "개인적 입장 불변"

20년 집권기간 쌓인 불신 심각…22일 통화정책위 회의가 첫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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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환전소에서 환율 살펴보는 여성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천신만고 끝에 재선에 성공했지만 튀르키예의 경제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이튿날인 지난달 29일 리라 환율은 달러당 20을 넘어서는 등 리라화 가치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라 시장친화적 인물로 평가받는 메흐메트 심셰크 재무장관과 하피즈 가예 에르칸 중앙은행 총재 임명이 발표된 뒤인 지난 12일에도 리라 환율이 달러당 23을 넘어서는 등 리라화의 추락에는 날개가 없었다.

경제 정책 변화를 기대한 국내 투자자들에 의해 증시가 상승세를 탔을 뿐, 해외 펀드는 이 틈을 타 지난 1주일간 5천200만 달러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이자 받는 것을 죄악시하는 이슬람 교리에 따라 최근 수년간 물가고에도 금리를 인하하는 등 비정통적 경제 정책을 고수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에 따라 경제지표의 악화는 예상됐던 바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친시장 인사로 경제팀을 교체하며 경제 정책의 전환 의지를 보여줬음에도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20년 통치 기간 쌓인 시장의 불신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현재 튀르키예의 경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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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심셰크 재무장관과 악수하는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경제팀을 교체한다고 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고집을 꺾을 것으로 믿지 않고 있다.

실제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심셰크 장관이 중앙은행과 신속하고 용이하게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였다"면서도 금리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CNN비즈니스는 이번에 임명된 에르칸 총재가 2019년 이후 4년간 임명된 5번째 중앙은행 총재임을 상기시키고, 과거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통적 경제 정책으로 전환한 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유니온 뱅케어 프리비(UBP)의 통화 전략 책임자 피터 킨젤라는 블룸버그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탓에 정통 경제 정책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라며 "상황이 안정되자마자 지난 20년간 늘 그랬듯이 그가 이전 행동으로 되돌아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결국 제왕적 대통령제에 따른 리스크를 해결하지 않고는 경제 위기를 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나은 정의 협회'의 메흐멧 귄 의장은 로이터에 "항구적 정책은 사람이 아니라 법치에 대한 존중에 의지해야 한다"며 "심셰크 장관의 후임자도 옳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려면 법적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을 약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여권 내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 내 복수의 고위 관계자는 해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사법 개혁 추진이 중요하다면서 새 내각이 조만간 사법 체계 손상을 복구할 조처를 곧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 한 명은 "경제적 신뢰 확보를 위해 법적 일관성이 필수적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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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키프로스 방문한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지만 오랜 기간 누적된 정책 왜곡의 폐해가 큰 만큼 개혁의 길은 멀고도 험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정부 개입으로 리라화 가치를 방어해온 정책이 폐기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추락 중인 리라화 가치가 어디까지 낮아질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자산운용사 GAM의 폴 맥나마라 이사는 CNN비즈니스에 "정치적 간섭이 없더라도, 튀르키예를 지속 가능한 경로로 인도하는 과정은 험난하고 상당한 평가 절하를 수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가늠할 첫 시험대는 오는 22일 예정된 에르칸 총재의 첫 통화정책위원회 회의다.

JP모건은 이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현행 8.5%에서 최대 25%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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