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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용 알루미늄을 캐나다에서 만드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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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1 공급망 재편의 위기와 기회] ⑥로지에 캐나다 천연자원부 차관보 인터뷰

[편집자주] '한국 배터리 산업은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정학적 요인이 배터리 산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머니투데이가 해외공급망 취재와 독일 완성차 기업, 영국의 시장 분석가 등 외부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을 보는 시각 등을 전달하고 한국 배터리 산업이 직면한 기회와 위기 요인을 살펴 봅니다.

머니투데이

프랭크 데 로지에 캐나다 천연자원부 전략 정책 혁신 부문 차관보/사진제공=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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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우리(캐나다)의 브랜드입니다. "

프랭크 데 로지에 캐나다 천연자원부 전략 정책 혁신 부문 차관보는 지난달 18일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가 가진 배터리 밸류체인에서의 경쟁 우위를 이렇게 요약했다.


한국 기술-캐나다 천연자원, 배터리 핵심광물 협력 수요↑


지난달 16~18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방한 기간 동행해 포스코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을 만난 그는 "기업들과 이야기할 때 많이 들었던 핵심 요소가 바로 청정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이라며 "기업들이 코발트, 니켈 등이 포함된 제품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제품에 포함 된 탄소의 배출 강도가 낮다는 확신을 자사 고객들에게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 했다.

캐나다는 61%를 차지하는 수력을 포함해 약 83%의 전력을 탄소 배출이 없는 전력원에서 얻는다. 저렴한 청정전력과 풍부한 광물의 결합은 생산지로서 캐나다의 매력을 부각시키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탄소 저감 공정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 소재인 알루미늄의 제련 공정을 캐나다에서 한다. 수력 전기로 제련된 알루미늄과 재활용 알루미늄 사용으로 애플은 탄소배출량을 2015년 이후 70% 이상 줄였다. 애플이 2030년까지 자사와 거래하는 기업들에도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걸 가능하게 한 배경 중 하나다.

로지에 차관보는 캐나다가 단순히 풍부한 광물을 보유했을 뿐아니라 이 광물들을 환경에 해가 덜 가는 방식으로 추출·제련하는 기술에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나다는 31개의 주요 광물을 보유하고 있지만 문제는 이런 광물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추출하는 것"이라 했다. 또 "우리는 가격 경쟁이 아니라 친환경 공급원이라는 차별화 요소를 갖기 원하고, 경제 전반에 걸쳐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구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철강 또는 알루미늄을 생산하기 위해 세계 최고의 기술을 출시하고 있다"고 했다. 캐나다의 대형 광산·제련 업체들은 제련 시설에 100% 수력발전으로 가동하는 전기와 열을 사용하고, 공정의 촉매 등도 탄소가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기술을 써 탄소배출 없는 알루미늄을 만드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는 이런 인프라로 인해 "애플 같은 기업들이 캐나다에서 제품을 조달하기 원한다"고 덧붙였다.

캐나다가 이런 강점을 내세워 한국 기업들에 유독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한국과 캐나다가 각각 갖고 있는 강점의 결합이 양국에 모두 이득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배터리 산업은 배터리 셀 제조 기술을 가진 한국과 풍부한 광물을 갖고 있는 캐나다가 협력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트뤼도 총리 방한 기간 양국 정부가 체결한 양해각서의 제목도 배터리 밸류체인이 포함된 '핵심광물 및 청정에너지 분야 협력'이다.

로지에 차관보는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양국의 협력 분야가 더 넓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캐나다, 유럽, 아시아에서 점점 더 많은 정부가 매우 분명한 (전기차) 목표치를 제시한다"며 "전세계가 그 방향(전기차 사용)으로 매우 분명하게 움직이고 있고, 그 흐름이 분명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매우 강력한 배터리 제조 회사, 자동차 제조업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위치에 있다"며 "세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저는 한국이 성공적이라는 데에 베팅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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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후 배터리 광물 생산 늘리는 캐나다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캐나다의 경쟁력이 높아진 또다른 배경은 최근의 지정학적 상황이다. IRA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북미'에서 생산된 일정 금액 이하 차량으로 규정했다. 배터리의 경우 부품의 50% 이상이 북미지역에서 생산된 배터리에 보조금을 준다. 동시에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40% 이상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 등의 국가에서 조달되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미국이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구체화한 내용이다. 로지에 차관보는 "지금과 같은 어려운 지정학적 상황에서는 동맹국과의 협력이 투자 결정의 핵심 동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한국과의 협력은 매우 긍정적인 요소"라 했다.

다만 캐나다도 IRA가 미국 안으로 생산시설을 유인하는 추세를 경계한다. 그는 "캐나다는 상당히 자신감이 있지만, IRA가 도입되면서 이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겼다"고 했다. 지난 4월 캐나다 정부가 청정에너지 세액공제(600억달러), 지속가능 인프라 투자(200억달러) 등 800억달러 규모의 지원책을 발표한 게 IRA 대응의 한 예다.

그는 배터리 광물 제련에서 대중 의존도를 줄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통해 캐나다, 미국, 호주 및 기타 국가들이 생산량을 늘려 단일 공급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했다. 그는 "캐나다 퀘벡에서 3월에 리튬 채굴을 시작해 2023년 말부터 본격적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며 "니켈은 이미 대규모 생산국이고 코발트의 생산과 정제도 늘릴 것"이라 했다.

이어 "그 어느 때보다 투자 활동과 배터리 금속에 대한 관심이 높으며, 활동과 거래, 탐사의 양이 많다"며 "시장 신호가 있기 때문에 행동해야 한다는 시급함을 확실히 느끼고, 지금부터 2020년대 말까지 매우 빠르게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FID(최종투자결정)에서 제조까지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더 빨리 도달할수록 좋다"며 "좋은 소식은 시중에 상당한 자본이 있다는 것과 많은 국가와 기업이 현재보다 더 나은 위치에 오르기 위해 이 자본을 활용하고자 한다는 점"이라 덧붙였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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