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풍경. 도크에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선박이 건조 중이다. HD현대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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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6만㎡(약 192만평) 규모의 광활한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 그야말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대형 선박을 만들 수 있는 도크가 10개 있다. 도크는 땅을 깊게 파서 작은 운하 형태로 만든 선박 건조장이다. 면적에 따라 적게는 2척, 많게는 4척의 배가 한 개의 도크에서 건조된다.
최근 기자가 찾아간 울산조선소 도크는 과거 한국 조선업의 전성기를 떠올릴 만큼 '풀가동' 상태였다. 가장 규모가 큰 3도크에선 선박 4척이 동시에 건조 중이었다. 의장·도장 등 마감 작업을 하는 안벽에는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비롯해 11척의 배가 촘촘히 늘어섰다. 마감 작업을 마치면 시운전을 한 뒤 선주사로 배가 인도된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40여 척의 선박을 해외 발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HD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빅3 업체의 수주잔량은 724척, 수주잔액은 1194억달러(약 154조원)에 달한다. 수주잔액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나 늘었다. 현재 수주잔량은 조선 3사의 3년치 일감에 달할 정도다. 최근 2~3년 동안 수주했던 선박이 속속 선주에게 인도되면서 6월 들어 20일까지 선박 수출이 전년 대비 148.7%나 증가했다. 선박은 인도 시점에 관세청에 수출 신고를 하게 된다. 국내 조선업계 수주 규모는 2020년 195억달러, 2021년 442억달러, 2022년 462억달러에 이르는데, 이들 물량이 2~3년에 걸친 건조 작업을 마치고 인도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수출 실적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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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들은 몰리는 일감 때문에 인력 채용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에 편입된 이후 첫 채용 공고를 내고 올해 '무제한 채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도 직원 수가 작년 말 8775명에서 올 3월 말 9121명으로 늘었다. 용접·도장 등 생산직 근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자 외국인 근로자들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김성훈 HD현대중공업 동반성장실 상무는 "외국인 채용에 적극 나서면서 현재 외국인 직원은 2400여 명에 달한다"며 "연내 외국인 직원 1000명을 추가로 채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방위산업도 한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 정부 추산 한국 방산 수주액은 200억달러(약 25조8600억원)로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013~2020년 연평균 31억4000만달러였던 방산 수주액은 2021년 72억5000만달러, 2022년 170억달러를 기록하며 급성장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7월 폴란드가 최대 20조원대로 추산되는 한국산 무기류를 사들이면서 수출액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이 폴란드에 수출한 전차만 2억5500만달러어치에 이른다. 하반기와 내년에는 2·3차 물량도 인도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화투자증권은 국내 방산 5개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현대로템·한화시스템·LIG넥스원)의 매출이 지난해 16조8090억원에서 올해 20조6670억원, 내년에 23조622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 같은 수출 회복세는 한국 수출 주력인 반도체 시장으로는 아직 전달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는 지난해 하반기 최악의 불황기로 접어든 이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일제히 감산 대열에 합류했고, 감산 효과가 3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어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업계는 D램 가격 하락세가 저점에 근접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DDR4)의 5월 고정 거래가격은 1.4달러로 전월 대비 3.45% 하락했다.
정유업계도 하반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뒤 이동 수요가 많아지면서 하반기에 휘발유, 항공유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3~4월 정제마진이 배럴당 2달러 정도였는데 6월 셋째주 기준 5.5달러 정도로 올라갔다"며 "유가가 안정적인 상황에서 석유 수요가 점진적으로 개선되면 정제마진이 점차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업종별로 수출 실적이 엇갈리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경우 아직 수출 훈풍에서 비켜서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관계자는 "경기 상승 영향이 중소기업까지 오는 데는 시차가 발생한다"며 "중소기업 수출도 상승으로 반전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6월 중소기업 수출경기전망은 전달 86.9에서 85.9로 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 수출은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제외하고는 계속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 4월 기준 중소기업 주력 수출품목 중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2.6%나 증가했다.
중소기업 수출 회복의 최대 변수로는 엔화 가치 하락이 첫손에 꼽힌다. 한국과 일본은 수출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엔저로 일본 제품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한국 제품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울산 오수현 기자 / 고재만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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