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을 신규대출로 인식…일부 신용등급 하향은 '사실'
상환 능력 넘어서는 대출한도 증액은 경계해야
금융 소비자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대출비교 플랫폼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원스톱'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가 출시 3주 만에 이용금액 5000억 원을 돌파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취급 한도를 일시적으로 폐지하면서 중저신용자들의 가계 빚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금융 소비자가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대출비교 플랫폼을 이용해 온라인에서 '원스톱'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대환대출 인프라'가 출시 3주 만에 이용금액 5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금리가 높은 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는 취지와 다르게 대출을 갈아탄 일부 이용자들이 신용점수 하락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취급 한도를 일시적으로 폐지하면서 중저신용자들의 가계 빚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1시 기준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총 1만9778건, 5005억 원의 대출자산 이동이 발생했다. 금융위는 낮은 금리로 갈아탄 소비자들이 절감한 총 연간 이자 규모는 100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해당 이용금액은 그간 상환된 소비자의 기존대출 기준으로,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측정할 경우 액수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환대출을 통해 금리를 낮추는 경우뿐 아니라 대출한도를 늘리는 경우도 포함됐다.
금융위가 대출이동 양상을 분석한 결과, 신용대출이 전체 잔액 기준 약 80%의 비중을 차지했다. 은행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이동한 비중은 금액 기준 92.3%로 집계됐다. 저축은행·여전사 소비자가 이동한 건수도 지난달 31일 0.8%에서 이달 20일 16.2%로 급증했다.
다만, 대환대출을 이용한 금융 소비자의 신용점수가 하락하거나 중저신용자들의 가계 빚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일부 문제점도 제기됐다. 실제 대환대출 플랫폼을 이용하면 신용등급이 하락할까. <더팩트>가 팩트체크 했다.
[검증대상]
1. 흥행몰이 대환대출 플랫폼…갈아탄 중저신용자 신용등급 떨어진다?
2. 대환대출 취급 한도 일시적 폐지, 무리한 고객 확보는 아닌가.
[검증방법]
금융위원회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 시 신용점수 관련 보도 참고자료,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 관계자 확인, 경제 분야 전문가, 은행권 관계자 전화 인터뷰.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11시 기준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총 1만9778건, 5005억 원의 대출자산 이동이 발생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앱 캡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검증내용]
◆ 대출 갈아탔더니 신용등급 하락?…대환대출 신용점수에 영향 없나
30대 직장인 정 모 씨는 금리가 연 10.5%인 A은행에서 받은 대출 1300만 원을 갚던 중 대환대출 신청을 통해 금리가 연 5.9%인 인터넷은행으로 갈아탔다. 이후 주요 신용평가사인 NICE평가정보를 통해 신용점수를 확인한 결과 20점 가까이 떨어졌다. 정 씨는 "대환대출 플랫폼으로 비교해 보니 해당 은행의 금리가 더 낮았고 대출 한도를 늘려 카드론 등 상환 시기가 임박한 대출을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갈아타기를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비대면으로 온라인에서 쉽게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신용점수가 하락했다는 것을 확인하니 기분이 착잡했다"고 말했다.
정 씨의 사례처럼 현재 대환대출 시 신용점수가 하락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갈아탔다는 사실을 신규대출로 인식해 과다한 신용거래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의 신용점수를 관리하는 신용평가사(CB)들이 일부 시스템을 완벽히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환대출을 할 때 신용점수가 변동될 수 밖에 없는 경우는 분명히 있다"며 "자신이 최종적으로 어떤 대출을 보유하게 됐는지 생각해야 한다. 금융소비자가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은행에서 받은 대출을 2금융권 고금리 대출로 갈아타면 신용점수가 하락할 수 있다. 반대로 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을 은행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경우 신용점수가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출을 갈아탔다는 사유만으로 신용점수가 떨어졌다면 7월 1일부터 복구가 될 것 같다"며 "대환대출을 하고 나서 신용 점수에 변동이 있었다는 분들은 일정 비율로 계속 있을 수밖에 없다. 갈아탔다는 사실을 신규대출로 인식해 과다한 신용 거래로 보는 부분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금융소비자가 한도를 늘리기 위해 은행에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옮길 경우 신용점수가 떨어진다는 것을 판단해야 한다"며 "대환대출로 신용점수가 떨어지더라도 대부분 몇 개월의 상환 이력으로 회복이 되기 때문에 그 기간에 추가 대출을 받는 것이 아니면 사실 금융 생활에 크게 지장을 주는 건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금융당국 대환대출 취급 한도 일시적 폐지…무리한 고객 확보?
대출 갈아타기 수요가 늘자 금융당국은 대환대출 서비스 출시 이후 각 금융회사에 적용하던 취급 한도를 일시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현재 대환대출 인프라 운영의 초기 단계로서 상당수 차주들의 대환 수요를 고려해 당분간 금융회사별 취급 한도에 제한을 두지 않고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특정 업권으로의 대출 쏠림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대환대출 인프라에 참여하는 53개 금융사와 협의해 약 2년의 시범운영 기간 동안 금융회사별로 연간 신규취급액에 제한을 두기로 했었다. 개별 금융사가 신규로 유치할 수 있는 연간 신용대출 한도를 4000억 원 또는 전년도 신규 취급액의 10% 이내 중 적은 금액으로 정했지만 당분간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비대면 대환대출에 금융회사별 취급 한도 제한을 두지 않음으로써 쉽게 가계 빚을 늘리는 것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을 갈아타면서 가계 빚이 늘어나면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에서 손쉽게 비교가 가능하면서 1금융에서 이탈해 인터넷은행, 2금융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 금리는 낮추지만 대출 한도를 늘려 대환대출 시 대출 한도 증액, 대출 기간 연장 등으로 이자 납입 후폭풍을 겪을 수도 있어 무리한 고객 확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환대출 이용 시 개인의 상환 능력과 금융 부가서비스 혜택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적인 여건이 어려운 소비자들이 대환대출플랫폼을 통해 대출을 이동하면서 대출 금액을 더 받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규모가 만만치 않고 대환대출 취급 한도를 폐지한 것이 당장 돈이 급한 사람 입장에서는 하나의 숨통이 될 수 있지만 상환 능력이 되지 않는 경우에는 파산에 이를 수 있고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대환대출에 대한 제한이나 한도를 둬서 촘촘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도 "금리를 낮춘다는 부분에서 대환대출의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고객을 다른 금융기관에 뺏기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있다 보니 대환대출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도 한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대환대출을 이용했을 때 우대 수수료나 우대금리 등 다른 금융 부가서비스 혜택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게 좋은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과당경쟁이나 무리한 고객 확보는 은행과 당국이 모두 주의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경쟁을 시켜서 소비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는 매우 좋다"면서도 "은행은 제조업처럼 그냥 물건을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건전성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업종이다. 과도한 경쟁이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리스크관리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과도한 우려로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 유예 종료, PF 부실과 같이 금융권에 잠재돼 있는 리스크가 아직 많다"며 "당국에서도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대환대출플랫폼에서 쏠림현상을 경계했기 때문에 과당경쟁이나 무리한 고객 확보는 은행도 당국도 주의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자체 심사기준에 의해 대환대출을 취급하고 있어 현재 문제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마다 자체적인 심사 기준에 의해서 대환대출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문제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신용대출은 대부분 만기가 1년 정도로 짧기 때문에 기간연장 신청 시 연장여부를 재심사하고 금리를 재산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증결과]
흥행몰이 대환대출 플랫폼, 갈아탄 중저신용자 신용등급 떨어진다?에 대한 팩트체크는 사실로 나타났다. 갈아탔다는 사실을 신규대출로 인식해 과다한 신용거래로 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소비자의 신용점수를 관리하는 신용평가사(CB)들이 일부 시스템을 완벽히 갖추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금융당국이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기 때문에 7월 1일부터 문제점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대환대출 취급 한도 일시적 폐지, 무리한 고객 확보 아닌가에 대해서는 수요를 고려하더라고 가계 빚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으며 대체로 사실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seonyeon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