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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AI가 만드는 뉴스 사이트, 두달 새 5배 폭증... 가짜뉴스로 돈도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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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9개→6월 277개 폭발적 증가
광고 붙은 사이트 55곳... 우려 확산
한국일보

뉴스가드가 하루 평균 1,200건의 뉴스를 쏟아낸다고 지목한 한 인공지능(AI) 생성 뉴스 사이트. 사이트 중간에 미국의 유명 백화점 광고가 삽입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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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인공지능(AI)이 만드는 뉴스 사이트가 두 달 만에 5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이트는 매일 정보의 출처도, 진위도 불분명한 뉴스를 많게는 1,000건 이상 쏟아내며 뉴스 소비자들을 '낚고' 있다. 개중에는 단순히 뉴스를 찍어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광고를 붙여 수익을 올리는 사이트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I발 허위정보·가짜뉴스가 예상만큼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사회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비영리단체 뉴스가드(News Guard)에 따르면, 이날 기준 '뉴스의 전부 혹은 대부분을 AI가 만드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이트'는 277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뉴스가드의 4월 조사에선 49곳이었는데, 불과 두 달 만에 5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는 뉴스가드가 한국어, 영어 등 13개 언어로 생산되는 뉴스 사이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들 사이트는 아일랜드톱뉴스, 아이비즈니스데이처럼 '일반적인' 이름을 갖고 있으며, 언뜻 기존 뉴스 사이트와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람의 개입이 거의 혹은 아예 없는 상태로 AI가 사실상 모든 기사를 생성해낸다. 하루 평균 1,200개의 기사를 만드는 곳도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의 하루 평균 기사량(150건)보다 8배나 많은 기사를 찍어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생성된 기사들은 당연히 품질이 대체로 낮으며, 유명인이 사망했다는 허위정보나 오래전 일어난 사건을 최근 발생한 것처럼 둔갑시킨 뉴스, 아예 조작된 사건 소식 등 명백한 가짜뉴스도 포함돼 있다고 뉴스가드는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AI 뉴스 생성 사이트 중 상당수가 광고 수익까지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가드는 "55개 사이트에서 총 393개의 광고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광고들 대부분은 구글 애드(이용자의 검색어, 방문 이력과 사이트 성격 등에 맞춰 광고를 표시하는 서비스)를 통해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구글은 유해 콘텐츠나 허위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에는 광고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으로, AI 생성 사이트임이 확인되면 바로 광고를 제거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뉴스가드가 400개에 가까운 광고를 찾아냈다는 건, 구글의 추적 속도보다 가짜뉴스 사이트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일보

유명인 사망 소식을 전하는 뉴스 웹사이트 셀러브리티데스(Celebrities Deaths)에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가짜뉴스가 게시돼 있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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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뉴스 사이트가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을 막지 못하면 가짜뉴스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가짜뉴스에 낚여 접속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웹사이트 측이 가져가는 수익이 늘어나고, 이는 다시 더 많은 사람을 낚기 위한 가짜뉴스의 추가 생산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거침없이 확산하는 AI발 가짜뉴스 문제는 특히 대선이 다가오는 미국에선 당면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일 정부의 대책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에릭 슈밋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미 경제매체 CNBC 방송에 출연해 "거짓 AI 정보 때문에 내년 선거는 엉망이 될 것"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팩트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이 갈리는 것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의견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어도 사람이란 것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플랫폼 업체의 콘텐츠 모니터링 인력 확충 등을 서둘러 강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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