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소속 어업인 13명이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강보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을 둔 정치권의 정쟁 수위가 극으로 치닫자 어업인 종사자들이 28일 “수산업 종사자를 볼모로 잡아 인질극을 벌이지 말라”고 호소했다. 불안감 조성을 장기화할 경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10톤 미만 어선을 이끄는 생계 어업인 단체인 한국연안어업인중앙회 소속 어민 13명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낭독하며 “불철주야 고기 잡는 사람인데, 피눈물 나는 고생을 한다. 우리 바다를 오염시키는 장본인은 정치인, 언론, 가짜 전문가”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치권을 향해 “계속 불안을 조장할 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라고도 했다. 앞서 이 단체는 지난 2일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강조해 온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를 경찰에 고발했다.
정문 앞에 모인 8개 지역(강원·인천·충남·전북·전남·경북·부산·경남) 어업인은 새벽 조업도 거르고 서울로 왔다고 했다. 김대성 중앙연합회 회장은 “어촌마다 고기 판매가 안 된다고 난리다”라며 “kg당 1만원 하던 방어가 20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는데 팔리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김해성 경북 회장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가짜 뉴스, 가짜 괴담을 분명하게 잡아달라”고 했다. 이들이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라는 구호를 외치자, 한 유튜버가 “건강하면 당신들이 다 처먹어!”라고 소리치면서 실랑이도 일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어민들은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당사로 이동해 호소문을 전달했다. 김 회장은 국민의힘 당직자를 만나 “방류 의혹이 와전되고 (그 피해가) 어민에게 전가되는데, 호소할 곳이 없어 당사에 왔다. 소리 없는 가짜뉴스에 더는 피해를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직자를 만나서는 “45년간 고기를 잡아 왔지만 일본해(海) 고기는 한 마리도 잡아본 기억이 없다. 정말 답답하고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토로했다.
함운경 국민동행 전북지부 대표가 28일 국민공감 공부모임에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를 둘러싼 과학과 괴담의 싸움 ? 어민과 수산업계의 절규를 듣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하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공부 모임 ‘국민 공감’에는 '86 운동권' 출신 횟집 사장 함운경 씨가 강연자로 나서 “이건 과학과 괴담만의 싸움은 아니다. 반일(反日) 감정을 부추기겠다는 명백한 의도로 시작한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함씨는 서울대 물리학과 82학번으로, 1985년 삼민투 위원장으로 미국문화원 점거농성을 벌이다 투옥된 이력이 있다.
전북 군산에서 횟집을 운영 중인 함씨는 “횟집 손님들이 찜찜해서 (회를) 못 먹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귀신을 무서워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귀신이 없다’고 말해서 달래놓았는데, 다른 어른이 불쑥 ‘여기 귀신이다!’라고 외쳐서 아이를 울린다. 이게 대한민국”이라고 비판했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