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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장관·차관·비서관까지 ‘외부인’…통일부, 남북관계 접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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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정책 라인에 통일부 출신 ‘0명’…유례 없는 인사 배치
극우 성향 장관 앞세워 대화·교류·협력 기능 대폭 수정 예고
‘과거정책 인정 못 받아’ 내부 술렁…전문가 “북 흡수부 우려”

경향신문

인사 발표 듣는 내정자들 통일부 장관 내정자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왼쪽)와 권익위원장 내정자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김대기 비서실장의 장차관급 인사 발표를 듣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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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9일 통일부 장관에 극우 성향의 대북 강경론자를 임명한 것은 남북 대화·교류·협력이라는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인권 문제를 앞세워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압박하는 부처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남북관계를 포기했다는 비판과 함께 통일부 폐지 수순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임에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김기웅 통일부 차관 후임으로는 문승현 주태국 대사를 내정했다. 백태현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후임으로 김수경 한신대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핵심 통일정책 라인을 전부 물갈이한 것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통일부 관료 출신을 전부 배제하고 외부인을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통상 장관이 외부에서 오더라도 내부 업무 사정에 밝아야 하는 차관은 통일부 출신이 맡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차관에도 외교부 출신을 앉혔다. 통일부 차관에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6년 외교관 출신 김석우 차관이 임명되고 27년 만이다.

그간 관료들이 주축이 된 남북 대화·교류·협력 등 통일부 주요 기능을 손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유튜버로 활동하며 대화·협력 위주의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북한 체제 붕괴에 기반한 흡수통일론 등 극우적 주장을 펼쳐온 김 내정자가 통일부 수장을 맡게 된 점이 이를 상징한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문 내정자와 통일비서관으로 거론되는 김 교수 모두 통일·대북정책을 직접 다뤄본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통일부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결국 윤 대통령이 ‘강 대 강’ 대북정책의 핵심으로 강조한 북한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통일부 역할이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통상부 인권대사를 지낸 김 내정자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평화를 위해 북한인권 문제 해결이 선결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외교관인 문 대사를 차관으로 내정한 것도 통일부가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인권 문제를 알리며 대북 압박에 나서라는 신호로 읽힌다. 통일부가 현 정부의 군사·외교적 대북 강경책을 주도하는 국가안보실에 적극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정권 실세인 권 장관이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을 요구하는 안보실 등의 외풍을 막으며 전 정부에서 맺어진 남북합의를 발전적으로 계승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에 반해 김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남북 정상 간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 등에 부정적 태도를 보여왔다.

통일부 내부는 뒤숭숭하다. 그동안의 대북정책이 인정받지 못한 결과로 받아들이며 다소 침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통화에서 “남북관계는 없다는 인사”라며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통일부가 아니라 대립·대결을 통해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북한흡수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남북관계 전문가는 “역대 보수 정부들은 대북 강경책을 취하면서 명분으로라도 평화를 얘기했는데 이를 부정하는 첫 사례”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통일부 위상을 외교부 아래 수준으로 설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통일·외교라인 핵심에 자리 잡은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당시처럼 통일부 기능 축소·폐지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통일부를 폐지해 외교부 산하로 조정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과거의 ‘교훈’을 새겨 거대 야당이 존재하는 한 실현 불가능한 폐지 대신 기구의 성격을 완전히 바꿈으로써 사실상 폐지와 같은 효과를 내는 쪽을 택했다는 것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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