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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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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남 거제서 출생신고 안된 아이 사망 또 확인...부부 “암매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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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시신 수색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병원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안 된 이른바 ‘유령 아동’에 대한 생사 여부 확인을 위해 경남도가 전수조사에 들어간지 사흘 만에 남자아이가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 경남에서는 앞서 지난해 생후 76일된 출생 미신고 영아가 영양결핍으로 사망한 사례가 드러난데 이어 두번째 사망 사례다.

30일 경남도와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9일 경남 한 지자체 복지 담당 공무원 등이 출생 미신고 된 아이에 대해 현장 조사에 나선 가운데 거제에서 살고 있는 부부(20대~30대)로부터 “아이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아이는 2022년 9월 5일 경남 거제에서 출산한 기록이 있는 남자아이로, 현재까지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아이였다. 아이 소재를 묻는 지자체 공무원의 질문에 부부는 처음엔 “출생신고 전 입양을 보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후 추궁 끝에 “아이가 사망해 암매장했다”는 취지의 부부 진술을 확보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아이는 출산한지 나흘쯤 지난 지난해 9월 9일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부는 “자고 일어나니 아이가 죽어 있어 아이를 비닐 봉지에 싸 주거지 인근 야산에 묻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자체는 곧장 경찰에 해당 사실을 알렸고, 경찰 등은 29일 오후부터 부부가 지목한 거제의 한 야산에서 아이 시신을 찾고 있는 중이다. 현재까지 아이 시신은 찾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 부부를 사체 은닉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남도 등 지자체에서는 해당 사례에 대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할 계획이다. 경찰은 아이 시신을 찾는대로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고, 부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현재로서는 아이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물리적 충격이나, 고의성이 없었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조선일보

경남 경찰이 30일 생후 5일 된 아이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거제 한 야산을 수색 중이다. /경남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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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아이가 사망했고 암매장했다’는 부부의 진술에 따라 아이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늘 중 경찰에 수사의뢰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달라고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도는 지난 28일부터 2015년~2022년 사이 출생 아동 중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아동 120명에 대한 소재·안전 확인을 위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전수조사는 내달 7일까지 완료한다. 전국 지자체도 전수조사에 들어간다. 이 아이들은 출생 후 12시간 내 접종하는 B형 간염 접종을 위해 임시 신생아번호(생년월일+성별을 더한 일곱 자리 임시번호)를 부여받았지만, 지금까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들이다. 앞서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정기감사에서 이 같은 아이들이 전국에 2236명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감사원 발표 당시 경남에서는 경기(641명), 서울(470명)에 이어 가장 많은 122명의 출생 미신고 아동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는 타 시·도에 주소가 있거나, 출생신고 여부가 확인된 사례를 제외하고 120명의 아동을 조사 대상으로 분류했다.

조사는 경남 내 18개 시·군 복지 담당 공무원과 읍·면·동 단위 주민등록 담당 공무원 등이 2인 1조 형태로 직접 가정을 찾아 아동의 출생신고 여부와 소재·안전을 확인하는 것으로 진행한다. 현장 방문에서 출생신고 사실이 확인되고, 아동이 가정 내에서 양육 중이거나, 아동학대 의심징후 등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종결처리한다.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신고하도록 조치하고, 필요 시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신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공적급여나 예방접종 등 사회보장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 이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할 방침이다.

현장 조사에서 출생 사실을 부인하거나 조사를 거부할 경우, 또 아동을 매매·유기한 것이 의심될 경우에는 경찰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또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 시·군·구 아동보호팀에 신고할 방침이다. 앞서 감사원은 2236명의 출생 미신고 아동 중 1%인 23명을 표본으로 선정해 전국 해당 지자체에 생사 여부를 확인하게 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이 확인됐고, 화성에서는 영아를 출산하고 나서 인터넷을 통해 연락한 제3자에게 아이를 넘긴 사건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남에서도 감사원 표본으로 4명에 대한 생사 여부 확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1명은 지난해 생후 76일 만에 영양 결핍으로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 미혼모인 친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고, 분유를 토하는 등 이상 증세에도 별다른 치료 없이 방치하면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 당시 아이의 몸무게는 2.5kg으로, 갓난아기보다도 말랐다. 아이의 친모는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나머지 3명은 이후 출생신고가 이뤄졌거나, 해외 출국, 타 시·도 거주 등의 사실이 확인됐다.

이밖에 경남 한 기초지자체에서는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 공문을 받아 조사를 벌여 출생 미신고 된 미혼부 가정 내 아동이 무사한 것을 확인했다. 해당 지자체 관계자는 “학대 등 정황은 없었고, 미혼부 가정이라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사회복지전산관리번호를 부여해 해당 아동이 우선적으로 보건소와 어린이집 등을 이용할 수 있고, 아동수당이 지급되도록 조처한 상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경남에서는 출생 미신고 아동과 관련해 경찰 수사의뢰가 이뤄진 것은 없다. 하지만 내달 7일까지 이어질 경남도 전수조사를 통해 120명의 유령 아동에 대한 소재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수사의뢰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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