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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서부 외곽 낭테르에서 경찰이 교통검문을 피해 달아나려던 알제리계 10대 운전자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시위가 점점 격화하고 있습니다.
나엘이라는 이름만 알려진 17세 소년을 숨지게 한 경찰관뿐만 아니라 프랑스 경찰의 인종차별적 관행을 싸잡아 비판하는 시위는 낭테르를 넘어 마르세유, 리옹, 포, 툴루즈, 릴 등 프랑스 전역으로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알제리계 출신으로 알려진 이 소년은 지난 27일 오전 교통 법규 위반으로 차를 멈춰 세운 경찰을 피해 달아나려다 경찰관이 쏜 총에 맞고 숨졌고, 그날부터 나흘 연속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내무부는 현지시간 30일 경찰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전국에서 875명을 체포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군경찰 249명이 부상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남부 포에서는 시위대가 경찰서를 향해 화염병을 던졌고, 북부 릴에서는 초등학교와 구청이 불에 탔으며, 다른 수많은 도시에서도 밤새 폭죽이 터지고 길거리에 세워놓은 자동차 등에 방화가 이어졌습니다.
프랑스 제2 도시 마르세유에서는 폭도 일부가 총기 매장에 쳐들어가 소총 몇 정을 훔쳐 갔다고 경찰이 밝혔습니다.
파리 샤틀레레알에 있는 나이키 매장, 동부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애플스토어 매장 등이 밤사이 약탈을 당했고, 전국에 있는 대형 식료품 가게 카지노에서도 물건을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특히 스트라스부르에서는 경찰이 일찌감치 쇼핑몰을 폐쇄했지만 젊은 폭도들이 우회로로 들어가 애플 스토어를 포함한 여러 매장을 털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습니다.
목격자들은 "그들은 매장 유리창을 깨고 들락거리며 전시된 상품을 훔쳤다"고 말했습니다.
파리 북부 외곽 오베르빌리에에 있는 버스 차고지도 공격받아 버스 십여 대가 불에 타면서 심각하게 훼손됐고, 이로 인해 파리를 관통하는 대중교통 운영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북부 루앙에서는 전날 밤 폭도들의 공격을 받은 슈퍼마켓 건물에서 추락한 젊은 남성이 숨졌다고 BFM 방송이 현지 검찰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나엘의 모친은 현지 방송인 프랑스5 인터뷰에서 "나는 경찰 전체가 아닌, 내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경찰관 단 한 명만 탓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경찰은 38세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그가 무기를 불법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로 구속하고 조사 중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전날 파리에 5천 명 등 전국에 4만 명의 경찰과 군경찰을 배치해 시위에 대응했습니다.
그러나 건물 492채가 훼손되고 자동차 2천 대가 불에 탔으며, 화재는 총 3천880건 발생했습니다.
일드프랑스 광역주는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을 오가는 버스와 트램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총리실은 시위가 격화한 지역에 잡혀있는 대형 행사를 취소한다고 AFP 통신에 밝혔습니다.
스타드드프랑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가수 밀렌 파르메르의 콘서트, 엉기엉레방 재즈 축제 등이 줄줄이 취소됐습니다.
마르세유에서는 시위를 금지했고, 야외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에는 문을 일찍 닫을 것을 권했으며 오후 7시부터는 대중교통을 운행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위해 전날부터 벨기에 브뤼셀에 머물렀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긴급 대책 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공식 일정이 끝나기 전에 파리로 돌아왔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송으로 중계한 국무회의 발언에서 전날 밤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 중 3분의 1은 나이가 어린 미성년자였다며 부모들이 자녀들을 책임지고 돌봐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청소년들이 틱톡, 스냅챗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영상을 보고 폭력을 모방하는 일을 막기 위해 민감한 영상을 삭제하도록 관련 업체들과 협력해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우파 공화당과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을 중심으로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단계에서는 이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엘 군을 살해한 경찰관은 고의가 아니었다며, 고인과 유족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그의 변호인이 BFM 방송과 인터뷰에서 전했습니다.
경찰을 규탄하는 시위가 기약 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자 프랑스에 주재하는 각국 대사관들은 자국민에 안전 유의를 당부했고, 유엔은 폭력 사태를 우려하며 법 집행 과정에서 인종차별 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서 "특히 밤늦은 시간에 상업·공공 시설 기물 파손 및 차량 방화 등 심각한 수준의 폭력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심야 시간에 외출을 삼가는 등 안전에 각별히 유의하라고 당부했습니다.
프랑스와 인접한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버스, 트램 등 대중교통이 프랑스 국경을 넘어가는 것을 막았습니다.
스위스 교통 당국은 "국경을 넘어가는 대중교통 이용객이나 여행객은 실시간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한승희 기자 ruby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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