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이슈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 자백

“새벽에 악쓰며 운다” 연예인도 못 피한 벽간소음 분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층간소음 못지않게 괴로운 벽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연예인을 향한 저격 글부터 심지어는 살인사건까지 발생했다. 벽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작 벽간소음은 관련법상 ‘소음’으로 인정받기도 어려워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벽에 악쓰며 우는 옆집 아이”…정주리 “진심 담아 사과”

조선일보

2일 정주리가 벽간소음 관련 사과문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정주리 인스타그램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웃집에 사는 연예인 가족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이사 온 지 3개월 됐는데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다”며 “처음에는 연예인 산다고 신기해했는데, 낮에는 그렇다 쳐도 자정까지 큰 애들은 소리 지르며 놀고 새벽에는 돌 지난 막내가 꼭 깨서 최소 30분 넘게 악을 쓰며 울어댄다”고 했다. 이어 “아들만 넷인 집이니 이해해야지 싶다가도 애 우는 소리에 꼭 깬다”고 했다.

A씨는 “아파트 구조가 안방이 맞닿아 있다”며 “지금도 40분째 악을 지르며 울고 있는데 정말 귀를 틀어막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두 번이 아니다. 애 엄마는 얼마나 힘들까 싶기도 하지만, 저는 무슨 죄냐”고 토로했다. A씨가 글을 올린 시각은 새벽 3시 40분 무렵이었다.

A씨가 해당 연예인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아들 넷이라는 점에서 코미디언 정주리의 집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정주리는 1일 자신의 이야기가 맞는다고 인정했다. 그는 “벽간소음인 것 같다. 어디서 민원이 들어온 줄 몰라서 알아보는 중”이라며 “알게 되면 가서 정식으로 사과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다만, 정주리는 A씨가 글을 올린 시각에는 가족 모두가 자고 있었다며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고만 했지, 벽간소음은 신경 못 쓴 저의 불찰”이라고 했다.

그래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2일 정주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또다시 사과했다. 그는 “앞집과 소통하는 부분에 문제가 있었음을 나중에 알게 되어 오해를 풀고 진심을 담아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며 “그분도 오해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해한다. 저희끼리 식사하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이웃의 정을 다져보려 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더더욱 조심하고 이웃에게 층간소음이나 벽간소음으로 피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층간소음보다 더 신경 쓰이는 ‘벽간소음’, 칼부림부터 살인까지

조선일보

지난 2월 경기 수원시의 한 원룸텔에서 벽간 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이웃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수원서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주리의 경우 사과에서 마무리됐지만, 벽간소음 문제로 인한 강력범죄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2월 경기 수원의 한 원룸텔에서 벽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20대가 옆방 거주자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3월에는 양평군 한 다세대주택에서 살던 70대가 “냉장고 가동 소리가 시끄럽다”며 흉기를 들고 옆집을 찾아간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9월 화성시에서도 벽간소음에 격분해 이웃집 현관문을 흉기로 여러 차례 내리찍는 등 위협한 30대 남성이 붙잡혔다.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 비율은 78.8%에 이른다. 10명 중 8명가량은 아파트나 연립‧다세대주택 등에서 이웃과 벽을 맞대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만큼 벽간 소음에 민감한 이들도 많다. 지난해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등록된 아파트 후기에서 언급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단어는 ‘벽간소음’이었다. 2018~2021년에 비해 3.76배 높게 언급됐다.

◇벽간소음 기준‧규정은 미흡

이처럼 벽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작 관련법상 ‘소음’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음은 건물 시공 단계에서 예방 가능한데,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4조에는 공동주택에서 각 층간 바닥의 충격음은 49㏈(데시벨) 이하여야 한다고 되어있을 뿐 벽간 소음과 관련된 규정은 없다. 벽 소재와 두께 규정만 있다. 게다가 층간소음은 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사전인증제와 사후확인제가 있지만, 벽간소음은 이러한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벽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몇 데시벨 이상이면 벽간소음이라는 기준을 정해 건물 시공 단계부터 벽간소음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음 갈등이 생겼을 때 직접 방문하거나 연락해 항의하는 것은 삼가라고 조언했다. 관리사무소를 통해 해결하거나 환경공단의 ‘이웃사이센터’,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이웃분쟁조정센터,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등을 통해 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

[이가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