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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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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LGU+ '전기차 충전 동맹' 선언…왜 MOU 아닌 JV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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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플랫폼 전반 양사 시너지 기대효과 강력... MOU는 '약속' JV는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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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국내 이동통신사업자 LG유플러스와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가 전기차 충전 시장 공략을 위한 합작법인(Joint Venture, JV)을 설립한다. 아직 시장 내 주도적 사업자가 없는 가운데, 이들 대기업이 보다 강력한 시너지 및 선점 효과를 위한 회심의 수로 JV를 택했단 평가다.

양사 주요 경영진은 30일 경기도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전기차 충전 사업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JV 지분은 LG유플러스가 50%+1주를 가지고 카카오모빌리티가 남은 50%를 보유한다. 출자금액은 LG유플러스 250억2500원, 카카오모빌리티 250억원이다.

양사는 이달 중 공정거래위원회에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심사기간은 약 2개월 전후가 예상되며, 양사는 이후 연내에 사명과 브랜드명, 전략 방향성을 수립할 계획이다. 기업결합 심사라는 관문이 남은 만큼 양측 모두 아직 구체적인 사업화 계획이나 인력구성 계획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전기차 충전 시장은 전기차와 배터리에 이어 올해 관련 업계와 시장의 주목도가 크게 높아진 영역이다. 전기차 보급 속도를 높이려면 충분한 충전 인프라 확보가 우선인 데다가, 우리 정부도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6월29일 국내 전기차 충전기를 123만기 이상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당해 전기차가 420만대 이상 보급될 것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이를 위해 충전기 보급 규제, 사용자 경험 개선에 나서며 충전기 제조사, 운영 사업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 혜택도 있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선 매력적인 신사업으로 통한다. 특히 LG, GS, SK, 롯데,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 계열사들도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기존 서비스를 리뉴얼하는 식으로 영향력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의 만남은 잠재력이 남다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1월 자회사 LG헬로비전의 전기차 충전서비스 사업을 인수하고 EV인프라사업팀을 EV충전사업단으로 개편했다. 그룹 내 형님격인 LG전자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애플망고를 인수하고 ‘하이비차저’로 개명 후 본격적으로 자체 충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일반 소비자 대상(B2C) 통신 서비스 및 다방면의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운영한 경력이 충분한 회사다.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의 도움 없이도 충전기 제조부터 설치, 플랫폼 운영까지 모두 가능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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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을 잡는 건 보다 강력한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기 위함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가 보유한 인프라와 역량도 뛰어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태생부터 플랫폼 서비스와 사업에 특화된 회사”라며 “양사의 제조, 고객 접점, 서비스, 플랫폼 운영 노하우 등을 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지난 수년간 체질개선을 위해 통신 외 다양한 소비자 대상 플랫폼 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서비스 완성도 대비 가시적인 성과를 낸 사례는 많지 않다.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관련 플랫폼을 중심으로 일상 내 다양한 서비스에서 의미 있는 가입자 수를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내비와 연계해 이미 전기차 충전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 앱만 해도 국내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가 1000만명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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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입장에선 자사의 고객 동원 능력과 더불어 카카오모빌리티란 접근성 높은 국민 플랫폼과의 연계 시 가입자를 단기에 보다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실제 충전기 제조, 설치 역량까지 갖춘 LG 계열과의 동맹을 통해 단순 서비스 중개 사업에서 보다 완성도 높은 올인원 플랫폼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실제로 양사가 기업 대 기업으로 일반적인 업무협약(MOU) 수준을 넘어 JV 설립까지 추진한다는 소식을 두고 기존 충전 서비스 사업자들은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라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이들이 합작해 만들 완성도 높은 플랫폼, 강력한 자본력이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MOU는 기업 간 협력에서 흔히 등장하는 파트너십 체결 방식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MOU는 법적 구속력 없이 체결된다. 언제든 "아니면 말고"가 가능하단 의미다. MOU 체결 후 시간이 지나도 실제 사업화까지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와 달리 JV는 실제 법인 설립, 자금 출자, 인력 이동, 조직화 등 협력기업 간 긴밀한 실행력이 요구되는 협력 방식이다. 상장사인 LG유플러스는 이미 카카오모빌리티와의 JV 설립 추진에 대한 전자공시까지 낸 상황이다. '공적인 약속'이 된 만큼 공정위 심사에 탈락하지 않는 한 JV 설립이 공수표가 될 가능성은 적다.

또한 JV는 두 기업이 하나의 물리적인 조직으로 뭉치므로 상호 간 강점을 융합하기 쉽고 운영과 자금 확보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사업화 속도도 빠르다. 근래 선점 경쟁이 치열해진 전기차 시장에서 완성차 제조사들과 배터리 제조사들의 JV 합종연횡도 부쩍 증가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물론 JV의 단점도 있다. 이슈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양사 이해관계에 금이 갈 경우 사업이 쉽게 난항에 빠질 수 있다. 매출도 나눠야 한다. 양측이 충분한 기여와 소통 체계를 유지하지 않으면 언제든 갈라설 수 있다는 점도 JV의 불안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이 같은 다툼은 당분간 접어둘 만큼 전기차 충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매력적이다. 올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 롤랜드버거 등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는 2030년 400조원~500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국내의 경우 충전기 제조, 서비스 양측에서 아직 지배적 사업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플랫폼·인프라 사업의 특성상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쪽이 향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자 사업이 가능한 역량을 갖췄음에도 JV 설립을 추진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양사가 앞서 수년 이상 다방면의 사업 협력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는 점도 JV 추진을 한결 수월하게 하는 요소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충전 서비스 생태계와 운영 플랫폼을 선도적으로 확보하고 향후 차량 응용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최적화하는 '스마트에너지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기존 충전기 이용의 다양한 문제를 플랫폼 기술로 해결하고자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축적된 유저 데이터에 기반한 신규 사업모델을 발굴, 다가오는 전기차 전환 시대를 선도하는 사업자로 진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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