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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강제징용 배당금 공탁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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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 “제3자 변제·공탁 위법”

정부가 이른바 ‘제3자 변제’를 거부한 일부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일본 피고기업을 대신한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의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면서 해법안에 대한 매듭을 짓는 수순에 나섰다.

지난 3월6일 해법안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피해자 및 유가족을 설득하는 데 우선을 두겠다고 밝혔지만 4개월 만에 다음 단계를 밟으면서 정부 해법안을 반대하는 이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실상 배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일본 피고기업이 아닌 제3자인 재단이 공탁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등 법적 쟁점이 여전히 남아있다. 한국 정부와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가족 간 법적 다툼이 발생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외교부는 3일 “재단은 그간 정부와 재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판결금을 수령하지 않거나, 사정상 수령할 수 없는 일부 피해자·유가족분들에 대해 공탁 절차를 개시했다”며 “대상자인 피해자·유가족분들은 언제든지 판결금을 수령하실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원고 15명 중 생존 피해자 1명을 포함한 11명이 해법안을 수용했으나 양금덕 할머니·이춘식 할아버지 등 생존 피해자 2명과 사망 피해자 2명의 유족 등 4명이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를 요구하며 수용을 거부해 왔다. 정부의 공탁 개시 결정에 정부 해법안을 반대해 온 피해자 측은 공탁 결정에 “위법이고 부당하다”며 즉각 반대했다.

공탁이란 피해보전을 위해 금전이나 물건을 법원의 공탁소에 맡기는 절차를 뜻한다. 정부가 개시한 ‘변제공탁’은 민법 제48조를 근거로 한다. 채권자가 변제를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을 때 변제자가 채권자를 위해 변제의 목적물을 공탁해 그 채무를 면할 수 있다. 특히 “변제자가 과실 없이 채권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같다”는 조항이 있다. 정부는 공탁 절차를 개시한 배경으로 해법안을 수용해 배상금 상속권을 갖게 된 유족 중 연락이 닿지 않은 2명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측은 ‘제3자 변제’뿐만 아니라 ‘제3자 변제공탁’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민법 제469조는 제3자도 채무를 변제할 수 있지만,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이를 허용하지 않을 때는 그렇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해자 측은 일본 피고기업에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과 달리 제3자인 재단이 변제하는 것은 민법 제469조에 따라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제3자가 변제 공탁을 하는 것도 위법이라는 것이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은 제3자 변제가 위법하다고 다투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며 “민법 제487조는 제3자 변제 공탁으로 다른 조항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외교부 당국자는 “면밀한 법적 검토 결과 제3자인 재단이 판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공표가 이뤄져 해법안이 진행된 것이고, 변제공탁은 민법에 따라 재단도 공탁을 유효하게 실시할 수 있다”며 적법성과 유효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일부 피해자와 유가족 측과 우리 정부 간에 법적 다툼이 불가피해졌다. 피해자 측은 공탁 무효 확인 소송을 하거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집행 사건에 공탁서를 제출한다면 재판 과정에서 공탁의 유·무효를 법률적으로 다투겠다고 밝혔다. 정부나 일본 피고기업은 ‘공탁으로 변제했다’고 주장하며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으로 맞설 수 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피고 기업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시작된 과거사 문제가 한국 정부와 피해자 간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공탁 개시 결정의 이유를 배상금을 받은 피해자 측과 배상금을 거부해 지연이자가 쌓인 피해자 측과의 형평성 문제를 꼽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심리 중인 일본 피고 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 절차를 우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재단 관계자는 “공탁은 판결금 지급을 위한 과정의 한 단계라고 생각했지 일본이 요구했다거나 대법원 판결이 임박했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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