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사회 내부 불만 분출…프랑스식 사회통합 한계 드러나
이민청 설립, 이민자 확대 준비하는 법무부도 사태 주시중
이민자 확대 ‘신중론’ 세질듯…법무부, 대국민 설득 부담
전문가 “이민자 반감 안돼…내실있는 사회통합안 마련해야”
지난달 30일 프랑스 남부 리옹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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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알제리계 이민자 2세인 17세 소년이 지난달 파리 외곽에서 교통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에 분노한 이민자들은 도심 곳곳에 모여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폭력, 방화, 약탈 행위도 잇따르면서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고있다.
2차례 세계대전을 치른 프랑스는 국가 재건을 위해 식민지 출신 이민자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한편, 모든 이민자는 프랑스 사회에 완전히 동화돼야 한다는 ‘동화주의’를 요구했다. 이후 프랑스 정부는 이민자들이 프랑스 주류 사회에 동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동원했지만, 끝내 프랑스식 사회통합 정책은 한계를 드러냈다는 게 학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리 법무부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최근 이민청(가칭) 신설과 이민자 유입 확대를 골자로 한 이민정책 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번 시위는 이민자 사회통합 실패에 따른 리스크를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특히 시위가 과격화 양상을 보이면서 국내에서도 이민자를 경계하는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로서는 국민이 납득하고 안심할 수 있는 사회통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이 가중된 셈이다.
실제로 법무부는 이민청 설립에 발맞춰 사회통합안 마련도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법무부는 올해 들어 △국민과 이민자의 상호 문화 이해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사회통합프로그램 한국사회이해기초 교안개발 △사회통합프로그램 기본소양평가 문항 개발 등 연구용역을 잇따라 발주했다.
지난 3월 유럽 순방을 마치고 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제가 만난 이민정책 최고책임자들은 그간 겪었던 심각한 실패 사례들과 원인 등 이민정책의 내밀한 부분도 장시간 솔직하게 얘기했다” “이민·이주정책을 완벽하게 성공한 나라는 없지만 앞으로 체계적인 이민·이주정책 없이 국가운영에 성공할 수 있는 나라도 없을 것”이라며 유럽 국가들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3월 프랑스의 이민정책 주무부처인 내무·해외영토부에 방문해 제랄드 다르마냉 장관과 회동하고있다 (사진=법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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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프랑스 시위가 이민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반감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는 한편, 정부의 내실 있는 사회통합 정책 마련을 당부했다.
한건수 이민학회장(강원대 교수)은 “이민자를 받아들여서 시위가 터진 게 아니라 그들을 받아들여 강대국이 되는 혜택을 누리고도 그에따른 합당한 대우를 하지 않아 시위가 터진 것”이라며 “시위에 참여한 이민자들의 과격한 모습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여전히 일상에서 차별을 겪고 곤궁한 처지로 내몰린 그들의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이어 “우리나라도 과거부터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마련해왔으나, 실제 이민사회 준비하고는 거리가 먼 관행적 수준에 불과했다”고 비판하며 “이제는 예산과 전문인력 대거 확충 등 전 국가 차원의 내실있는 대비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자의 유입은 전 세계적으로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짚은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은 “그들을 경계하고 피하기보다는 체계적인 이민정책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사회통합을 이뤄내는 게 진정한 해법”이라며 “애초 프랑스와 한국은 구체적인 사정이 많이 달라 한국이 이민자를 받는다고 현 프랑스 같은 극단적인 혼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고 관측했다.
조 실장은 이어 “이민정책의 가장 중요한 두 축은 ‘경제’와 ‘통합’이다. 그동안 프랑스 등 많은 나라들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면서 경제적 측면에 치중했고, 결국 시간이 흘러 그에 따른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난 것”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당면한 경제문제 극복 차원에 이민자를 많이 받아들이는 데만 집중했지만, 이젠 우리사회 곳곳에서 생활인구가 된 이민자들과 공생하는 사회를 고민해야 할 시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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