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 축소·외교 관료 주도…‘대북 압박 위주’ 정책도 비슷
어수선한 통일부 통일부의 역할과 위상에 큰 변화가 예견되는 가운데 6일 정부서울청사 내 통일부 복도에서 직원들이 대화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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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북한 지원부가 아니다”라며 역할 변화를 지시한 통일부가 10여년 전 이명박(MB) 정부 때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 기능과 위상의 축소 조정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통일부에는 MB 정부 통일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중장기 통일 방안인 ‘신통일미래구상’ 논의를 주도하는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통일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것이 대표적이다. 김 후보자는 2011~2012년 MB 정부 청와대에서 통일비서관을 맡았다.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 분야 실세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당시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으로 함께 일했다.
통일미래기획위에서는 김천식 ‘통일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사장과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이 각각 정치·군사분과위원장과 특별위원장을 맡았다. 김 이사장은 MB 정부 마지막 통일부 차관을 지냈다. 남 원장은 MB 정부 마지막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 출신이다.
외교부 출신의 정통 외교관이 통일부를 이끄는 상황도 비슷하다. 2008년 MB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은 김하중 당시 주중국 한국대사가 맡았다. 문승현 현 통일부 차관은 직전까지 주태국 한국대사를 지냈고 외교관으로는 27년 만에 통일부 차관에 올랐다.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특수관계보다 외교적 관점으로 다루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MB 정부가 인수위 시절 통일부를 폐지하고 외교통일부로 개편을 시도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윤석열 정부는 MB 정부 때처럼 통일부의 북한 정세분석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MB 정부는 2009년 북한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조사를 위해 통일부에 정세분석국을 신설했다. 현 정부는 지난 4월 정세분석국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현 정부의 핵심 통일·대북 정책인 북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은 MB 정부의 ‘비핵·개방 3000’과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MB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각각 전임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대북 화해·협력 정책을 뒤집었다. ‘원칙 있는 대북정책’ 기조 아래 정치·경제·군사적 대북 압박에 집중하는 모습이 흡사하다.
남북 모두 ‘강 대 강’을 고집하는 상황이어서 통일부의 남북 대화·교류·협력 기능은 약화하며 MB 정부 때처럼 역할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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