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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물가도 재난 경보] 역대급 폭우에 6조 예비비 '스탠바이'…공공요금 인상까지, 고심 깊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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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사진=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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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하반기 초입부터 난제에 맞닥뜨렸다. 세수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역대급 폭우로 최대 6조원의 추가 예산 지출을 감내해야 할 판이다.

간신히 잡혀 가는 물가도 걱정이다. 하반기 들어 다수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요금 인상을 벼르고 있어 물가가 다시 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난지역 선포 대비 대응책 마련 부심

17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폭우 피해를 입은 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재해재난대책비를 포함한 예산 지출 안을 검토 중이다. 지원 규모가 확대되면 예비비까지 투입해야 한다.

재해·재난 발생 시 각 부처별로 마련된 재난대책비 4000억원부터 우선 투입된다. 부족할 경우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조원이 추가로 지출된다.

피해 규모가 더 커지면 재난대책 목적 예비비 2조8000억원, 국고채무부담행위 1조5000억원 등이 쓰인다. 예비비와 국고채무부담행위는 재해·재난 상황 관련 판단에 따라 우선 집행 순위가 달라진다.

정부는 특별재난구역 선포를 위한 피해 조사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폭우 피해 지원에 대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수해가 극심했던 지난해에는 지자체가 먼저 피해 주민을 지원하고, 이후 행안부가 594억원을 해당 지자체에 교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 복구 예산이 국비로 지원되고, 주택 등 주민 재산 피해에 대한 복구비도 일부 지급된다. 대출 상환 연기와 국세·지방세 등 경감 조치도 포함된다.

정부는 피해가 큰 충북 청주시 오송과 경북 예천을 중심으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수 결손에 시달리는 기획재정부 입장에서 이번 폭우에 따른 피해는 예기치 못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1~5월 '세수 펑크' 규모는 대략 36조원. 피해 복구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면 가뜩이나 부족한 예산 상황에 부하가 걸릴 전망이다.
지자체는 공공요금 인상 대기 중, 물가 다시 들썩이나

예산 관리와 더불어 정부가 공을 들여 온 물가 잡기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주요 지자체별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 중인 탓이다.

서울시는 오는 8월 12일부터 시내버스 기본요금을 1200원에서 1500원으로 300원 인상하기로 했다. 지하철 기본요금은 10월 7일부터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된다.

서울을 시작으로 다른 지자체도 공공요금 인상 계획을 검토·수립하고 있다. 인천시는 10월부터 시내버스와 지하철 기본요금을 각각 250원과 150원 올릴 예정이다. 부산시도 시내버스 400원, 도시철도·경전철 300~400원 등 교통 요금 인상안을 시의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이밖에 대전시와 대구시도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다발적인 공공요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은 물가가 반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소비자물가 460개 품목 가운데 시내버스, 도시철도 가중치는 각각 7.4와 2.8이다. 두 품목을 더한 가중치는 10.2로 전체 품목 중 17번째다. 교통 요금이 뛰면 그만큼 물가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는 의미다.

이는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식품 등 업계에 가격 인하를 주문해 온 기재부 행보와 상반된 대응이다. 기재부는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되, 인상 요인이 있다면 내년으로 이연해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정부 압박에 라면을 시작으로 제과·제빵업계도 줄줄이 제품가격을 인하하고 나선 상황이다.
기재부·행안부 공조 필요…한은 "물가 전망치 조정할 수도"

기재부가 지방정부의 공공요금 인상을 직접 제어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도 주무 부처인 행안부와의 협업 부재는 유독 눈에 띈다.

행안부는 '지방 물가 안정관리 추진실적 평가'를 통해 물가 안정 노력을 기울인 지자체에 특별교부세를 지급한다. 서울시의 교통요금 인상은 행안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결과로도 읽힐 수 있다.

물가 당국은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마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교통 요금뿐 아니라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분은 연초 물가상승률 예측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면서도 "공공요금이 추가로 오른다면 물가 전망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아주경제=안선영 기자 asy72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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