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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생각없는 국민은 말 된다 할 것”…이런 사람들이 4대강 해체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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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 설치 이전의 수치를 쓰는 것이 그냥 아무 생각 없는 국민들이 딱 들었을 때 ‘그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2019년 2월 8일 회의 녹취록)

20일 감사원이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 관련 감사 보고서에 나온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민관 합동 기획·전문위원회(4대강 위원회) 위원의 발언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금강·영산강 5개 보(洑) 해체를 위해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을 한 결과 보 해체 비용을 고려했을 때 편익이 크지 않은 데다 특히 영산강 2개 보는 마이너스(-) 값이 나오자 실측치 자료가 없어 한계가 있는 ‘보 설치 전’ 지표를 쓰자면서 한 말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B/C 분석을 포함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금강·영산강 내 5개 보 해체 및 개방 결정이 국정과제란 이유로 시간에 쫓겨 비과학적이고 불합리·불공정하게 추진됐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환경부에 “과학적이고 객관적 분석 결과를 4대강 보 처리 방안에 적절히 반영하라”며 정책 재검토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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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이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번 감사로 지난 정부의 4대강 보 철거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에 4대강 보에 대한 해체 결정을 철회하고 모든 (16개) 보를 존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를 정상적으로 운영해 물그릇을 확대하고 소(小)수력 발전도 재개하는 등 보를 보답게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보 해체 결정을 주도한 환경부 4대강 위원회부터 4대강 반대 단체인 ‘4대강 재자연화 시민위원회’(재자연위)의 부당한 개입으로 “불공정하게 꾸려졌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공무상 비밀인 추천 위원 명단을 사전에 재자연위에 유출하고 위원 선정을 협의한 혐의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전·현직 환경부 관계자 2명에 대해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지난 1월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사는 공익감사 청구(2021년 3월)로 시작돼 정권이 바뀌어 2년4개월 만에 나온 결과다.

2018년 11월 출범한 4대강 위원회는 그해 12월 첫 정식회의를 가진 뒤 이듬해 2월 금강·영산강 5개 보 중 세종보·죽산보는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보·승촌보 상시 개방 방안을 결정한 뒤 같은 해 8월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제안했다. 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2월 위원회 제안을 그대로 최종 의결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국책사업이 불과 두 달 만에 결정된 과정 전체를 ‘졸속’이라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특히 4대강 위원회의 ‘보 해체 및 개방’ 결정의 근거였던 경제성 분석(B/C)을 문제 삼았다. 4대강 위원회는 당시 보 해체의 편익이 비용보다 높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하며 세종보·공주보·죽산보는 해체, 보 유지의 편익이 높다고 나온 백제보·승촌보는 수질 생태계 조사와 국민 선호 결과를 반영해 상시 개방 결정을 제안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4대강 위원회가 B/C 분석의 산정 방법과 기준을 사전에 정해두지 않은 채 회의마다 다른 분석 기법을 적용해 B/C 결과를 산출했다고 지적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세종·죽산·공주보 해체 철회, 4대강 보 모두 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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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상시 개방 결정을 내린 영산강 승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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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내부 자료에 따르면 조사 기준에 따라 그 값이 10배까지 차이 났지만, 당시엔 공개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애초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수치”라며 “4대강 위원회는 과학적인 평가 기준이 아니라 여러 시나리오의 수치 중 하나를 고른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보 해체 및 개방과 부합하는 B/C 분석 결과를 취사선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4대강 위원회가 보 해체 근거로 삼은 B/C 분석에서 ‘수질과 수생태계 개선 편익’의 기준점을 ‘보 설치 전’으로 설정한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 설치 전엔 수질·수생태계 평가지표인 녹조 발생일, 저층 빈산소 빈도, 체류시간 및 유속 변화 등의 실측치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4대강 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위원이 “편익 전체가 마이너스 값이 나와서 이거(편익)를 비용(분모)에 넣어서 0과 1 사이(플러스)로 하는 게 불가능하냐”는 황당한 주장까지 하자 “우리 반대편 전문가가 볼 때는 ‘웬 무식한 얘기’ 이렇게 얘기할 것”(2019년 1월 31일 녹취록)이란 우려도 나왔다. 2019년 2월 8일 회의에선 “데이터가 없는 지표들이 많이 있다”는 일부 지적에 위원들이 “아무 생각 없는 국민이 딱 들었을 때 ‘그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다”며 메시지 전달에 오히려 낫다고 말한 대목도 등장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애초 4대강 보 해체에 대한 국정과제 시한은 2018년 12월이었다”며 “청와대에서 신속한 처리를 요구했던 상황이라 환경부가 2019년 2월을 넘기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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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담긴 2019년 1월 31일 환경부 4대강 위원회 합동회의 녹취록. [중앙포토]


감사원이 환경부 및 전문가와 협의해 수질분석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한 뒤 B/C 분석을 재실시한 결과에선 4대강 위원회 분석과 달리 공주보와 죽산보는 보 해체의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외에도 환경부가 보 해체와 관련없는 설문조사를 인용하고, 수질 분석의 평가지표를 10개 이내로 한정한 것도 ‘비과학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감사에선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4대강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4대강 반대 시민단체인 재자연위와 협의를 지시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재자연위는 당시 환경부로부터 추천 위원 명단을 엑셀 파일로 받은 뒤 이 중 41명에 대해 ‘4대강 찬성자와 방조자’라는 이유로 위원회에서 배제하라는 ‘N(NO)’ 표시를 적어 환경부에 돌려보냈다. ‘N’ 표시가 된 전문가 전원은 모두 위원회에서 배제됐다. 결국 4대강 위원회 기획위원 15명 중 민간위원 8명은 모두 재자연위 출신이 차지했다. 43명으로 구성된 전문위원도 과반수인 25명이 재자연위 추천 인사들이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고 지난해 8월 가석방된 김 전 장관은 감사원의 수차례 조사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 대신 “4대강 위원회 위원 선정은 공정했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감사원에 보냈다고 한다. 한 4대강 위원회 당시 위원은 통화에서 “당시 4대강 보 해체 및 개방 결정은 과학적 분석에 의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번 감사를 계기로 정부의 포스트 4대강 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지류·지천에 대한 대규모 준설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화진 장관은 “지류·지천을 포함한 대대적인 하천 정비 사업을 통해서 안전을 우선하는 치수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박태인·천권필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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