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스 에반겔리디스 낫싱 공동창업자가 신제품 ‘폰 투’를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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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싱이 만들어진 2020년 말은 기술 분야에 재미가 사라진 시기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제품을 만들며 테크 업계에 재미를 되돌려놓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지난 12일 아키스 에반겔리디스 낫싱 공동창업자는 한국을 찾아 이처럼 밝혔다.

낫싱 폰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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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체험해 본 낫싱 스마트폰 ‘폰 투(Phone 2)’는 그의 말대로 테크 업계에 사라진 재미를 찾으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제품 포장지부터 특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라기보다는 음반을 산 것 같은 모습이다. 제품 뒷면 모습 일부를 본떠 포장지를 꾸며 놓았다.

애플 제품 포장에 “캘리포니아 애플에서 디자인했음(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라고 쓰여 있는 것처럼, 포장지 뒷면에는 “런던 낫싱에서 디자인했음(Designed by Nothing Technology Limited in London)”이라 쓰여 있었다.

포장지 절취선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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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방법도 무언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 아이폰·갤럭시처럼 상자 뚜껑을 여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과자 상자를 열듯이 한쪽 부분을 잡고 잡아 뜯는 방식이었다.

포장을 열고 나면 스마트폰 본체와 USB-C 케이블, 유심(USIM) 핀 등 구성품이 나타난다.

스마트폰 본체를 감싼 종이에는 특유의 도트 글꼴로 “재생할 수 있는 부품 53개가 들어 있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낫싱 폰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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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투는 전반적으로 기존 제품과는 다른 디자인 문법을 띠고 있다.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제품 뒷면이다.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재질을 사용해 강한 인상을 남긴다.

심지어 케이블과 유심 핀도 손에 닿는 부분이 투명하게 생겼다.

투명한 커버 안쪽에는 특유의 문양을 지닌 발광다이오드(LED)를 배치했다. 일종의 기믹성 요소로, 에반겔리디스 공동창업자가 강조한 ‘재미’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제품 충전 상태나 타이머의 남은 시간을 나타내는 등 나름의 기능을 갖췄다.

낫싱 폰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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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디자인도 일관성 있게 꾸몄다. 색상 사용을 최소화한 흑백 아이콘으로 홈 화면을 구성했고, 간혹 빨간색을 사용해 포인트를 줬다. 옛날 디지털시계를 보는 듯한 특유의 글꼴과 문양도 사용했다.

폰 투는 전반적으로 테크 시장을 바라보는 낫싱의 시각을 그대로 담았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테크 매체 더버지가 공개한 칼 페이 낫싱 공동창업자의 인터뷰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많은 혁신은 중소기업이 서로 경쟁할 때 일어납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기업이 매우 커졌기 때문에 혁신이 정체됐다고 생각합니다.”

낫싱 폰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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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대기업의 과점 체제가 돼버린 현재 테크 업계의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특히 칼은 애플에 대해 “과거 최상의 이용자 경험으로만 경쟁했지만, 지금은 아이메시지 같은 해자(垓子, 성곽 둘레를 따라 만들어 놓은 못)를 만들어 놓았다”며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칼은 스마트폰이 낫싱의 주력 제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애플은 컴퓨터로 시작했지만, 실제 애플을 크게 만든 것은 이후에 만든 아이팟과 아이폰”이라며 “우리의 스마트폰 사업 진출이 애플의 컴퓨터 산업 진출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칼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데에도 비판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2008년 앱스토어(애플의 앱 장터) 발명은 모바일 운영체제의 주요한 혁신”이라면서도 “많은 똑똑한 이들이 스마트폰 이용자의 시간을 뺏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고 했다.

낫싱 폰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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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폰 투에는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줄이기 위한 기능이 여럿 탑재돼 있다. 후면 LED를 이용해 대략적인 알림 종류를 알 수 있게 하고, 홈 화면의 아이콘을 무채색으로 변환해 분간하기 어렵게 하는 기능을 만들었다.

물론 담대한 이상이 늘 현실과 합치하지는 않는다. 후면 LED 모양으로 알림의 종류를 구분할 수 있다지만, 바쁜 현대인이 이를 일일이 설정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기기 사양도 아쉬움을 남긴다. 프로세서로 작년 출시된 스냅드래곤 8+ 1세대가 탑재됐다. 지난해 갤럭시 Z 플립4에 들어갔던 그 프로세서다. 올해 출시된 스냅드래곤 8 2세대가 들어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낫싱 측은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낫싱 폰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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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폰 투는 세간의 우려와는 달리 그럴듯한 ‘가성비’를 지녔다. 89만9000원의 가격에 6.7인치 화면과 8GB 램을 탑재하고, 듀얼 심·얼굴인식·화면 내장형 지문인식·듀얼 카메라 등 필요한 기능을 모두 갖췄다.

매년 똑같은 디자인에 프로세서만 바꿔 가며 신제품을 내놓는 지금의 테크 업계에 낫싱이 ‘아이폰 모먼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웨어러블·폴더블 등 대안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낫싱이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는지 주목해볼 만하다.

낫싱 폰 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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