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토’ 핀테크 해빗팩토리·핀크 등 참전
영국 애그리게이터 가격 인하 한국 효과 의문
[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금융위원회가 금융 혁신 방안으로 뽑은 카드는 ‘신규 플레이어’ 진입이었다. 은행에서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진입해 실제로 ‘메기’ 역할을 했다.
반면 보험은 2013년 최초 디지털 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 2019년 캐롯과 2022년 카카오페이손보 등 새 플레이어가 나왔지만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20년 금융산업 혁신정책’ 발표 3년 이후 보험업권 지지부진한 디지털화 현황을 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보험 업권 디지털 혁신 카드를 하나 더 꺼냈다.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뿐 아니라 여러 핀테크 업체들까지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정례회의를 열고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포함한 15건 금융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했다.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는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적합한 여러 보험회사의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다.
이번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에는 네이버파이낸셜, 뱅크샐러드, 비바리퍼블리카, 에스케이플래닛, 엔에이치엔페이코, 카카오페이, 쿠콘, 핀다, 핀크, 해빗팩토리, 헥토데이터가 혁신 금융 서비스 심사를 통과했다. 서비스는 내년 초에 출시할 예정이다.
해외에서 보험 혁신 촉매제 사례가 있는 만큼 고무적이라는 평가와 차별성이 없어 고객 중심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해외 보험 온라인 전환 성공적
금융당국은 이번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가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험사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보험료를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가 간편하게 여러 보험상품을 비교하여 적합한 보험상품을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소비자와 보험회사간 정보비대칭성을 해소하여 보험회사간 경쟁 촉진, 보험료 부담절감 등 소비자 편익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보험 가격 비교 사이트를 운영했다. 특히 영국에서는 자동차보험 시장을 중심으로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다. 애그리게이터(Aggregator)가 그 예다.
영국에서는 보험계약자 중 30% 이상이 애그리게이터를 통해 계약을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38.6%) 외에도 여행자보험(25.2%), 주택보험(22.5%), 펫보험(21.4%) 등이 가격비교사이트를 통해 계약이 이뤄지고 있어 영국 내에서는 활성화되어 있다. 영국에서는 애그리게이터 등장으로 모집시장이 비전속·비대면 채널 중심으로 재편되는 변화가 나타났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보험상품비교사이트 운영실태와 시사점’에서 “가격비교사이트 등장은 시장점유율이 낮았던 보험회사들에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제공하였으며, 인터넷을 통한 상품비교가 용이해지면서 개인을 대상으로 간단한 보험솔루션을 제공하던 중개사의 입지가 줄어든 것으로 평가받는다”라며 “소규모 보험회사, 신규 진입기업, 틈새시장 참여자 입장에서는 애그리게이터가 기존 보험모집시장에 있어 유통 네트워크와 브랜딩에 확보를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했던 판매채널을 대체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기대하는 보험상품 투명성 증진, 보험료 절감 등 긍정적 효과도 나타났다.
김동겸 연구위원은 “소비자는 여러 보험사에 동일한 정보를 반복 입력하는 대신 한 번의 정보 입력을 통해 특정 요건을 충족하는 상품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탐색비용이 줄어들었다”라며 “특히 상품비교 미활용 소비자 보험료 절감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를 시작으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보험업계 디지털 혁신이 촉발될 것으로 보고있다. 온라인 보험 비교 서비스가 사업비가 줄어들고 보험료도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해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보험상품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가입하는 상품이 아닐 뿐 아니라 설계사가 건강 진단 등 사실상 계리사 역할까지 하면서 디지털화가 어려웠다”라며 “최근 보험회사들이 챗봇 등으로 계리사 역할을 기술로 대체하고 있어 비용도 줄어들고 있다. 보험 소비자들도 온라인 상품 가입도 저축보험보다 정기보험 등 보장성 상품을 가입하는 경향이 있어 낮은 보험료가 중요해진 만큼 빅테크 보험 비교 추천서비스가 보험료 절감 효과가 있어 디지털화를 촉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빅테크 독점 우려 여전…혁신성 더 보여줘야
핀테크 보험 비교 추천서비스에서 우려하는 점은 빅테크 독점이다.
해외에서도 빅테크 독점을 경계하고 있다. 애그리게이터로 비교 추천이 활성화 된 영국에서는 빅테크 금융업 진출 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FCA는 빅테크의 시장진입유형(PCWs, 데이터공급자, 보험회사 등) 별로 시장경쟁 관점에서 영향도를 평가한다”라며 “ 장기적으로는 빅테크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로 발생할 수 있는 특정 소비자 집단의 보험 접근성을 감소나 시장지배력 착취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을 표명하며,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 점을 인지하고 전 상품을 비교 추천 서비스로 허용하려 했다가 GA 설계사 반발 등으로 GA와 상품이 겹치지 않는 범위 내로 우선 허용했다.
서비스 업무범위는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하고 보험계약 체결이 가능한 보험회사와 연결’하는 행위로 설정하고, 취급상품 범위를 온라인(CM) 상품 중 단기보험(여행자·화재보험 등),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저축성보험(연금제외), 펫보험, 신용보험으로 제한했다.
서비스 출시전 알고리즘의 공정성 및 적정성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코스콤 등)으로부터 검증을 받도록 하였으며, 비교·추천과정에서 가공된 정보를 비교·추천 목적 외에 활용·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보험 비교 추천 서비스가 혁신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보업계에서는 서비스 추진 당시 보험업계가 있는 보험다모아 서비스와 차별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소비자 편익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보험 비교로 보험다모아서비스가 존재하는데 빅테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보험다모아와 얼마나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지 의문”이라며 “빅테크는 수수료를 받으므로 오히려 보험료가 비싸질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편익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디지털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고객 중심 혁신과 진입장벽 낮추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소액단기전문보험사가 활성화 된 일본에서는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설립 당시 상품 판매 규제를 종합보험사보다 낮은 수준이 적용됐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소액단기전문보험사가 일본에서 활성화될 수 있었던 건 자본규제 뿐 아니라 상품 판매 규제도 기존보다 낮아 다양한 사업자가 나온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도 진짜 혁신이 나오려면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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