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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특례보금자리론’ 집값 급락 막았지만… 채권시장 뇌관 건들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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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집값이 상승 전환하면서 ‘특례보금자리론’의 덕을 톡톡히 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방안 중 하나로 추진된 특례보금자리론이 2030세대들이 내 집을 마련하는 활로가 되면서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특례보금자리론 신청 그 이후 단계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특례보금자리론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택저당채권(MBS·주택이나 토지를 담보물로 발행되는 채권) 발행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는 공사채(공기업 회사채) 시장의 수급 우려는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하반기 국고채나 은행채 물량이 늘어날 경우 MBS가 채권시장의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비즈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 본 시내 아파트 단지./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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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올해 약 39조원 규모의 MBS를 발행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는 최근 3년 기준, 연간 발행물량(32조원) 대비 7조원 많은 수준이다. 주금공은 지난달부터 특례보금자리론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MBS를 발행하기 시작했는데, 이 달에만 세 차례에 걸쳐 3조500억원 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날 기준으로 올해 들어 19조2000억원 규모의 MBS가 발행됐다.

무엇보다 지난 1월 말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금공은 특례보금자리론 재원 마련을 위해 MBS를 발행한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억원 이하 주택 구매자에게 최저 3%대 후반의 고정금리로 소득에 관계없이 최대 5억원을 대출해주는 정책상품이다. 올해 상반기(1~6월) 유효 신청금액은 28조2000억원으로, 1년치 공급 목표금액인 39조6000억원의 71.2%에 해당한다.

‘부동산 연착륙’을 목표로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은 업계에서 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초 급락하던 집값은 지난주 전국을 기준으로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 주 0.02%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전국 아파트값이 오른 것은 지난해 1월 4주(0.02%) 이후 약 1년 6개월 만이다. 특례보금자리론 중 ‘신규주택 구입’ 용도에만 전체 56.4%에 달하는 15조9191억원이 투입돼, 절반 이상이 내 집 마련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시장에서는 특례보금자리론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만에 7조원이 늘었다. 은행권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1062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기준금리를 결정짓는 한은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융통화위원들은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MBS 발행 물량 중 기존 대출의 대환 용도로 받은 경우에는 은행이 MBS를 의무 매입해야 하지만 그 외에는 발행시장에서 경쟁입찰 방식으로 소화해야 한다. 전기요금 상승으로 한전채 발행이 줄고, 국고채와 은행채 등의 수급이 안정적인 상황을 나타내고 있지만, 올 하반기에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세수 부족한 데다 수해로 인한 재난대비 재원이 소요되면서 추가경정예산(추경)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만약 추경이 집행돼 국고채 발행이 늘면 채권시장의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은행들이 특례보금자리론 취급이 늘게 되면서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여타 채권을 매도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 경우 채권시장에서의 금리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대출금리를 연쇄적으로 밀어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MBS 발행이 집중되면 시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정책 초기부터 제기된 바 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고채와 은행채 등의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MBS 발행이 겹쳐질 경우 채권시장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시장에서도 이를 고려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주금공이 채권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MBS를 연중 분산 발행하고, 해외 시장을 통한 조달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은행권의 여유자금도 충분한 상황이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MBS 편입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은행권의 통상적인 채권 매수는 위축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도 “한전채도 발행이 줄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다만 이를 아우른 전체적인 채권 수급은 부담이 되는 수준으로 저하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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