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국무위원 탄핵소추 기각에 직무복귀…헌재, 전원일치 판단
유족·야당 반발 계속…정치적 책임 논란은 이어질듯
이상민 행안부 장관, 헌재 탄핵 심판 변론 종료 |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를 만장일치로 기각하면서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법적 책임을 벗게 됐다.
그는 참사 발생 뒤 재난 예방과 수습의 주무장관으로서 의무를 회피하는 듯한 발언으로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이날 헌재 판단으로 헌법과 법률에 따른 책임에서는 자유롭게 된 셈이다.
다만 야당과 유족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 "경찰·소방 배치했어도 해결 안 돼" 잇따른 설화
이 장관은 지난해 10월29일 총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참사 이후 계속된 설화로 곤욕을 치렀다.
그는 참사 이튿날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받아들여져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비판받자 11월1일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국민의 마음을 미처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경찰 도움을 요청한 112 신고가 빗발쳤음에도 사실상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파면 압박이 본격화했다.
여기에 이 장관이 참사 발생 1시간여가 지난 후에야 상황을 처음 인지했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야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발언 논란도 추가로 이어졌다. 그는 경찰의 부적절한 대응이 지탄받던 11월10일 국회에서 '경찰에 대한 일체의 지휘 권한이 없다'고 발언했다. 다섯 달 전 경찰국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있다고 말한 점을 뒤집었다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누군들 폼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가 또 사과했다.
이상민 장관,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 조문 |
◇ 사퇴 거부에 해임건의안·탄핵소추안 압박
이 장관의 유임 기류가 계속되자 야권은 행동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당시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25일 "28일까지 파면하지 않으면 국회가 직접 나서겠다"고 최후통첩했다.
대통령실이 '통첩 시한'을 하루 앞둔 27일 이런 요구를 일축하자 민주당은 11월30일 소속 의원 169명 전원 명의로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해임건의안은 12월8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11일 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가결됐다. 역대 8번째 국무위원 해임 건의안 통과였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사이 이 장관은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현장 늑장 도착에 대해 "이미 골든타임이 지났었다"고 말했다가 "성급하게 말한 거 같다"며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국조특위는 올해 1월17일 야당 단독으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면서 이 장관 등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안건을 처리하기도 했다.
이 장관이 물러나지 않자 민주당은 2월6일 이 장관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당론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야3당이 공동 발의한 탄핵소추안은 2월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75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짐에 따라 이 장관의 직무는 정지됐다.
탄핵 심판 변론 참석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 대표 |
◇ 경찰 무혐의 이어 헌재도 기각…사퇴 요구는 계속될 듯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은 4월4일 시작됐다.
쟁점은 참사를 전후해 이 장관이 국민 보호라는 헌법상 의무를 위반했는지, 재난 예방조치 의무를 지켰는지, 사후 재난 대응 조치는 적절했는지, 장관으로서 국가공무원법상 성실·품위유지 의무를 지켰는지 등이었다.
이 장관 측은 재판에서 이태원 참사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며 법적 책임이 없는데도 주무 장관이라는 이유로 파면해야 한다는 것은 법치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추위원인 국회 측 대리인단은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이 장관에게 요구한 수준과 국민의 기대를 현저히 저버리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회피했다고 반박했다.
유족도 변론에 직접 출석해 "시민들이 희생자를 살리려고 온 힘을 다하는 동안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며 "참사 이후 유족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도 장관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파면을 촉구했다.
네 차례 공개 변론을 거친 헌재는 25일 "재난안전법이나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해 헌법상 국민 보호 의무를 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참사 발생 269일 만이다.
이 장관은 참사 책임을 물어 처벌해 달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고발되기도 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이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지만 올해 1월13일 최종 수사 결과 발표에서 무혐의 처분했다.
국정조사 위증 혐의 고발도 올해 4월3일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됐다.
이로써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법적 책임은 사실상 일단락됐으나 야권과 유족의 반발과 사퇴 요구, 정치적 책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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