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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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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의 280억 K우주영화 '더 문' “그래비티 비주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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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 감독의 SF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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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아폴로 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밟은 이래 유인 탐사선으로 달 착륙에 성공한 국가는 지금껏 미국이 유일하다. 2029년 한국인이 달 표면에 착륙한다면? 2일 개봉하는 SF 영화 ‘더 문’의 출발점이다.

각본‧제작을 겸한 김용화(52) 감독은 한국 최초 유인 달 탐사선 소재의 블록버스터를 구상하며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현재 우리나라의 (우주) 기술력을 왜곡 없이 구현”해, “진짜 같은 체험적 영화를 생생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전작 ‘신과함께’ 2부작(2017‧2018)에서 웹툰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다채로운 지옥도를 그려 총 2669만 관객을 동원한 김 감독이다. 한국영화 기술력에 자신감이 붙자, 어릴 적부터 동경해온 우주 영화에 도전장을 냈다.



2029년 韓 달 유인선, 美 NASA 부품 고증



영화에선 2029년 한국 최초 유인 달 탐사선 ‘우리호’가 달에 좌초하면서, 달에 홀로 고립된 황선우(도경수) 대원의 목숨 건 귀환 여정이 펼쳐진다. 선우의 아버지와 함께 5년 전 달 착륙선을 개발하다 실패한 나로우주센터 전 센터장 김재국(설경구), NASA(미 항공우주국) 한국인 메인 디렉터 윤문영(김희애) 등이 힘을 합친다.

‘더 문’의 순제작비는 286억원으로, 올여름 한국 블록버스터 4편 중 최고 수준이다. 7개월 넘는 프리 프러덕션(촬영 전 제작 단계) 기간 동안 한국천문연구원‧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연구기관과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과학 검증에 공을 들였다. 실제 나로우주센터를 실명까지 살려 세트로 본떠 구현하고, 아직 국내 실현되지 않은 유인 달 탐사선은 계획도를 토대로 NASA가 쓰는 부품, 소재를 가져와 제작했다. 달 표면의 월석은 알루미늄으로 3개월에 걸쳐 하나씩 만들었다. 70년대 미국 우주인이 달 착륙 당시 찍은 필름 자료, NASA 공식 자료를 총망라했다. 촬영에 동원한 카메라만 46대, 지구와 달 장면 카메라 기종을 달리했다. 관람할 때 공간감의 차이를 자연스레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8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 감독은 천만흥행을 거둔 ‘인터스텔라’(2014), 우주 SF 걸작으로 꼽히는 ‘그래비티’(2013) 등 10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할리우드 우주 SF와 견줘 “시각적으론 한 단계 뛰어넘었다”고 자평했다. “이미 '다누리'(1년 전 달 궤도에 안착한 한국 최초 달 탐사선)는 달 뒷면을 돌면서 12K 이상 화질의 사진을 촬영해 NASA에도 팔고 있다. 한국의 무인 달 착륙선이 2030년 목표로 계획됐는데 1년이라도 더 앞당겨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극중 배경을 정했다”고 했다.



"모니터 시사 후 도경수 중심으로 편집 바꿨죠"



‘더 문’은 38.4만㎞ 떨어진 달과 지구의 가깝고도 먼 거리를 인물 간 관계의 드라마에 녹여냈다. 부상까지 당한 선우의 생존 의지는 과거의 실패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재국까지 구원한다.

“원래 재국의 시점으로 기획한 영화를 편집 단계에서 선우 중심으로 바꿨죠. 사전 블라인드 모니터 시사(영화 편집 단계에서 일반 관객 반응 점수를 매기는 시사)에서 우주에 있는 선우의 실패와 용기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이 훨씬 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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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로우주센터 전임 센터장 재국(설경구) 시점에서 구상한 영화지만, 사전 모니터 시사 단계에서 선우(도경수)의 우주 상황에 대한 관객의 호응이 더 높자 편집을 지금과 같이 우주 장면 중심으로 바꾸었다.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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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지구의 6분의 1 중력이 작용하는 달 표면에 유성우가 미사일처럼 쏟아진다. 달 뒷면에 있던 선우가 달의 앞쪽으로 이동하기도 하는 급박한 탈출 상황은 밝혀진 과학적 사실에 상상을 보탰다. 김 감독은 “유성우가 떨어지면 엄청난 폭발이 일어난다는 건 이론적으로 알지만, 실제 그 순간을 달에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보고 전문가 검증을 거쳐 만들어갔다”고 했다. 우주선 도킹 과정, 지구와 교신 과정의 시차는 영화적 재미를 위해 실제보다 다소 줄여 표현했다.

달은 극강의 어둠이 펼쳐지는 공간이다. 더 선명한 우주 표현을 위해 ‘더 문’ 제작진은 촬영부터 VFX(특수시각효과), 색보정까지 4K 해상도로 작업했다. 극장 개봉 목표의 한국영화 중 제작 공정 전체를 4K로 작업한 작품은 ‘기생충’(2019) 정도가 유일했다. 촬영은 4K‧6K로 해도 작업 시간 축소를 위해 2K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다. 돌비 시네마·아이맥스‧4DX 등 최근 각광 받는 특수관 상영 버전도 다채롭게 마련했다.



감정 과잉·단조로운 서사 VS 이해 쉬워 해외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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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광받는 특수관 상영도 다채롭게 한다. 한국영화 중 최초로, 영상‧음향 특화관 돌비시네마 버전을 제작했고 아이맥스‧4DX 상영도 마련했다. 김 감독은 “압도적 화면 사이즈를 원한다면 아이맥스, 돌비시네마에선 색감의 신세계를 보실 수 있다. 사운드를 위해선 돌비애트모스 입체음향이 설비된 곳에서 가급적 보시라”고 권했다.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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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한국영화 빅4 가운데 ‘더 문’은 표현 수위와 소재에 있어 전 연령대 관객에게 가장 적합한 가족 영화로 꼽힌다. 반면, 주인공의 가족에 얽힌 과거사가 중심이 되는 후반 감정신들은 과잉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 감독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안된 액션 장면은 관객의 몰입이 30초도 못 간다. 신선한 소재에 도전하는 만큼 관객과 감정적 측면에서 소통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더 문’은 미국·캐나다·싱가포르 등 해외 155개국에 선판매됐다. 아시아에선 한국과 동시기 개봉하는 나라가 많다. 우주에 고립된 대원을 구해오는 서사 흐름이 할리우드‧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개성 강한 SF들에 비해 단조롭다는 지적이 있는 반면, 이해하기 쉬워 오히려 해외 시장 개척엔 유리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차기작도 아시아 동시 공개 목표"



대규모 예산의 VFX 작품일수록 더 넓은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미스터 고’(2013)를 만들 때부터 아시아를 하나의 시장권으로 묶는 노력을 계속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면서 “우주 영화에 대한 관심도 한국보다 주변 아시아 국가가 더 높더라. 차기작도 극장영화‧OTT 중 어느 쪽이 되든 아시아 동시 공개를 목표로 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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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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