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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한미연합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이 주한미군 대만 파병 길 열어... 병력 감축 제한 조항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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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해 12월 14일 경기 평택시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주한미군 우주군 창설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평택=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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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은 현재 2만8,500명 규모다. 미국 국방수권법(NDAA)에도 명시돼 있다. 그런데 어떻게 주한미군 일부를 유사시 대만으로 보낼 수 있는 것일까.

NDAA에는 “한국에 배치된 미군 약 2만8,500명 규모를 유지하고 미국의 모든 방어 역량을 활용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는 것으로 한미동맹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매년 상·하원에서 NDAA를 통과시키고 미국 대통령의 서명을 거치지만 별반 달라지지 않는 내용이다.

하지만 운용의 묘를 발휘할 부분이 있다. 바로 ‘순환 배치’다. 2009년 11월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산공군기지를 찾아 주한미군 장병들을 상대로 “여러분 가운데 일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했고, 일부는 다시 파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도 같은 해 12월 "한미 간의 협의와 주한미군 장병들이 가족을 동반해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얼마나 빨리 이뤄지는지 등에 따라 주한미군을 중동 지역에 파견하는 시점이 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기반으로 한 주한미군을 해외 다른 지역에 얼마든지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내용은 공식문서에도 담겼다. 2010년 2월 미 정부는 ‘4개년 국방정책 검토보고서(QDR)’에 “주한미군의 복무여건이 정상화되면 여력이 있는 병력을 해외에 파견하겠다”고 적시했다. 미 국방정책의 미래 설계도 격인 QDR에 주한미군의 해외 파견을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에 배치한 미군을 필요시 다른 지역에 신속기동군으로 보내겠다는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것이다.

주한미군의 탄력적 운용을 위한 걸림돌도 없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NDAA에는 주한미군을 현재 수준보다 감축하는 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 조항은 조 바이든 정부 들어 빠졌다. 미측은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 삭제'에 대해 "바이든 정부가 동맹을 중시하는 만큼 굳이 해당 규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법적 제한이 사라진 만큼 미국은 경우에 따라 주한미군 감축이나 역내외 재배치에 유연하게 나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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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지휘체계 및 구성. 그래픽=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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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달에는 오산에 주둔한 미7공군 예하 전투기 부대가 베트남으로 건너가 해상차단작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한반도 방어와는 상관없는 일인데도 주한미군의 활동범위를 넓힌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가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만큼 한반도 유사시 작전은 한미 양국이 협의해 수행하지만, 전시가 아니라면 한국의 동의 없이도 미군 전력을 한반도 이외 지역으로 빼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특히 주한미군의 경우 명령체계는 미 대통령-국방장관-인도·태평양사령관을 거친다. 따라서 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작전부대는 어디라도 파병될 수 있다. 미 의회는 전쟁선포권을 가졌지만 중대하게 부당하지 않다면 대통령의 전쟁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게다가 2001년 9·11 테러 이후 무력사용권(AUMF)을 통과시키면서 대통령의 단독 군사작전 결정 권한을 최장 90일로 제한하는 1973년 전쟁권한법도 무력화했다. 대만 유사시 미 대통령의 의지가 주한미군 파병을 좌우하는 셈이다. 한국이 동맹이지만 권한을 행사할 여지는 줄어드는 셈이다.

주한미군은 사령부 아래 미8군사령부와 미7공군사령부를 중심으로 주한미해군·해병대·특수전·우주군사령부를 두고 있다. 육군인 미8군사령부 예하에는 2사단과 501정보여단, 35방공여단, 65의무여단, 1통신여단, 19지원사가 있으며 미7공군사령부는 8전투비행단과 51전투비행단으로 구성된다. 병력 2만8,500명 외에 전투기 90여 대, 헬기 40여 대, 장갑차 280여 대, 야포 10여 문, 다연장로켓발사대(MLRS) 40여 문, 패트리어트 미사일 60여 기 등을 갖췄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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