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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人] (30) 한의학으로 퇴행성 뇌 질환 다스리는 김성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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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신으로 루게릭병 치료 임상 성공…리루졸과 비교 임상서 성과

"희귀질환 감추는 현실 안타까워…국립암센터 같은 콘트롤타워 시급"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김성철 교수
[촬영: 임채두 기자]


[※ 편집자 주 =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대학들은 존폐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학과 통폐합, 산학협력, 연구 특성화 등으로 위기에 맞서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지방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대학 구성원들을 캠퍼스에서 종종 만나곤 합니다. 연합뉴스는 도내 대학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와 성과를 보여준 교수와 연구자, 또 학생들을 매주 한 차례씩 소개하려고 합니다.]

(익산=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국립암센터처럼 희귀질환을 통제, 관리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가 필요합니다."

김성철 원광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자신이 몰두하는 연구의 지향점을 분명한 어조로 강조했다.

루게릭병, 알츠하이머 치매 등 희귀질환 치료가 완치로 이어지려면 한방이든 양방이든 체계적인 의학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의사인 김 교수는 이러한 퇴행성 뇌질환에 쓰일 한방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이 연구에 메카신(Mecasin)이라는 물질을 활용했다.

메카신은 강황, 원지, 천마, 당삼 등 한약재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천연 의약품이다.

김 교수의 연구는 뇌세포를 과하게 사용했을 때 뇌 전두엽 피질에 쌓이는 '글루타메이트'(흥분성 신경전달물질)를 없애는 데 초점을 뒀다.

체내에 켜켜이 쌓인 글루타메이트는 독성물질로 변하고 뇌세포를 죽인다.

김 교수는 임상실험을 통해 메카신이 글루타메이트의 축적을 막고 병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유의미한 결괏값을 얻어냈다.

루게릭병의 유일한 세계 표준치료제인 리루졸과의 비교 임상에서도, 리루졸을 단독 투여했을 때보다 리루졸과 메카신을 병용 투여했을 때 더 나은 효과를 확인했다.

메카신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루게릭병 한방 치료제로 인정받기도 했다.

김 교수는 임상 시험 2a상에 성공하고 2b상을 진행 중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SCI급 국제학술지, 보완·대체의학 분야 전문지인 'Journal of Ethnopharmacology'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짧게 설명했지만, 약물 연구개발부터 임상 시험 2a상을 끝내기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

김 교수는 양방과 비교해 한방의 이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노인성 질환은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데, 한방제제를 쓰면 특정 질병 치료는 물론 근육세포 활성화, 노폐물 배출, 혈액순환 원활 등 여러 효과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테면 카레의 재료인 강황, 울금과 총명탕의 재료인 원지가 사람의 기억을 되돌리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예로부터 있었다"며 "이런 식재료가 본디 한약재인데 (양방처럼) 효과가 빠르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오래 복용하면 더 나은 효능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루게릭병 치료 임상 시험 2b상을 성공적으로 끝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김성철 교수
[촬영: 임채두 기자]


그가 이토록 희귀질환 치료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는 안타까운 환자들을 돌봐온 과거의 경험에 있다.

일반에 널리 알려진 암과 달리 희귀질환 환자는 발병 사실을 섣불리 외부에 알리지 못한다.

김 교수는 "희귀질환은 유전된다는 선입견이 팽배해있고 심지어 '천벌을 받아서 걸린 병'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며 "이 환자들은 자식들에게조차 발병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병원에서 홀로 오랜 기간 치료받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추석 같은 명절에 집에 가지도 못하는가 하면 자식들에게 동남아 건설 현장에 일하러 갔다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병세가 심각한데도 이런 폐쇄성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하는 환자를 너무 많이 봤다"고 말을 이었다.

김 교수는 희귀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인식 전환을 촉구하면서 '콘트롤타워'의 역할을 강조했다.

모두가 쉬쉬하는 이런 불행한 인식 속에서는 치료는 고사하고 의약품 개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국가가 나서야 한다는 고언이다.

김 교수는 "WHO가 매년 30∼50개의 희귀질환 발생을 보고하는데 이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공해화한 사회 탓"이라며 "희귀질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결국 사회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립암센터처럼 희귀질환을 통제, 치료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를 만들고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치료비를 부담하지 못해 결국 무너지는 가정을 살리고, 희귀질환 환자가 이용하는 요양병원도 세워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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